2024 부산현대미술관 관외전시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 개의 눈
■ 전시개요
전 시 명 :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 개의 눈
전시기간 : 2024. 9. 25(수) – 10. 20(일)
참여작가 : 김덕희, 김은설, 엄정순, 조영주, 홍보미, SEOM:
출 품 작 :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커뮤니키 아트 작품 등
전시장소 : 동아대학교 석당미술관
관람시간 : 월 - 일 9:30am ~ 17:00pm
* 휴관일 : 개교기념일, 법정공휴일
관 람 료 : 무료
기 획 : 박한나 학예연구사, 부산현대미술관
주최·주관 : 부산현대미술관
협 력 : 동아대학교 석당미술관
■ 전시설명
부산현대미술관은 지난 5월부터 6개의 예술 프로젝트를 다양한 장애/비장애 커뮤니티와 실시했고 《미술관 밖 프로젝트#1-6》 의 결과 보고 전시를 끝으로 이 프로젝트에 마침표를 찍는다.
《미술관 밖 프로젝트#16_열 개의 눈》이란 제목에는 3개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① 미술관 밖 → 미술관의 고정된 장소를 떠난다.
② 프로젝트 #1-6 → ’25년 기획전에 앞서 6개의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③ 열 개의 눈 → 눈을 손가락 10개에 은유한 것, 상황에 따라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감각을 탐구한다.
《미술관 밖 프로젝트#1-6》은 2025년에 개최할 기획전 《열 개의 눈》의 사전 프로젝트로 실시한다. 최종적으로 선보일 《열 개의 눈》은 부산현대미술관의 첫 무장애 전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가 관람하는 전시로 준비 중이다. 우리는 장애를 포용하는 전시 기획에 앞서 선행해야 할 과제를 아래 3개의 키워드로 뽑고 《미술관 밖 프로젝트#1-6》을 사전 운영하며 무장애 전시 개최를 위한 탄탄한 발판 마련과 유의미한 변화를 모색해 나간다.
1. 뉴뮤지올로지(New Museology)
장애 이슈를 미술관으로 가져오기 위해 우리는 ‘장애’가 아닌 ‘미술관’에 주목한다. 오늘날 미술관은 관객들에게 대체로 소위 힙(hip)한 곳이거나 난해한 곳으로 통한다. 미술관의 수많은 기능 중 오락적 기능과 지식 생산의 기능이 비대하게 부풀러 있거나 왜곡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미술관의 ‘공공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뉴뮤지올로지 관점에서 미술관 운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간 미술관이 고려하지 않는 관객은 누구인가?, 미술관이 제공하지 않는 경험에는 무엇이 있는가?, 미술관은 사회적 기능을 중립적으로 수행하는가? 《열 개의 눈》은 감각의 전이를 주제로 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위 질문에 대한 대안을 실천적으로 찾아간다.
2. 접근성과 친밀감
일반적으로 장애 관람객을 맞이할 때 기관에서 최우선 고려하는 요소는 시설과 보조도구이다. 하지만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장애 당사자와 친밀한 관계 쌓기, 환대 하기다. 이곳이 장애인 당사자가 머물기에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관계 맺기와 즐거운 경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술관 밖 프로젝트#1-6》은 장애 이슈에 관심이 있는 예술가, 개인, 단체, 장애 당사자를 미술관 안팎에서 만나 상호작용하고 이해와 신뢰를 쌓은 후 이를 다시 미술관으로 가지고 들어와 무장애 전시 개최 및 미술관 접근성 개선을 점진적으로 시도하는 로드맵을 가진다.
3. 만 개의 감각
《미술관 밖 프로젝트#1-6》는 신체 다양성의 정도에 따라 감각의 기능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마련한 예술 프로젝트이다. 촉각, 시각, 청각 등 신체감각이 고정된 것이 아닌 상황과 여건에 따라 변화, 갱신하는 것이란 관점에서 공통된 신체의 서로 다른 감각 작용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감각이 존중받는 세상을 그려보고 시각 중심으로 설계된 현대사회의 불균형을 비판한다.
■ 프로젝트 설명
#1. 모두가 돌보는 자, 보살핌 받는 자
조영주 × 부산현대미술관 × 돌봄 단체
<#1. 모두가 돌보는 자, 보살핌 받는 자, 사하두바퀴장애인자립센터 활동사진>
부산현대미술관은 7-8월 간 지역의 장애, 비장애 강사와 부산에 소재한 장애복지관과 부산현대미술관 두 곳을 중심으로 조영주 작가의 〈살핌 운동〉을 전파하는 활동을 하였다. <살핌 운동>(2023)은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며 작가가 체득한 촉각적 치유, 돌봄의 가치를 사회 저변으로 전파하는 시민 참여형 퍼포먼스다. 퍼포먼스는 돌보는 자와 돌봄을 받는 자가 짝이 되어 서로의 신체를 지탱하거나 응시하며 동작의 주도권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살핌 운동>의 동작을 수행하다 보면 사람들은 운동 효과뿐 아니라 교감, 친밀감을 확인하게 되고 돌봄 관계 안에서도 여전히 작동하는 서로 간의 상호의존성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깨닫게 된다.
#2. 멀지만 가까운, 가깝지만 먼
홍보미 × 부산현대미술관 × 부산맹학교
<#2. 멀지만 가까운, 가깝지만 먼, 부산맹학교 수업사진>
시각 예술에서 가장 멀리 있는 시각 약자들을 시각 세계의 한복판인 미술관으로 초대하는 여정을 담은 신규 프로젝트다. 부산맹학교 미술부 고등 1학년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저시력의 소유자다. 흔히 시각 장애라면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을 떠올리지만 시각 장애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고 저시력 장애가 가장 많은 편이다. 홍보미 작가는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나 미술관 경험이 없는 저시력 학생들을 미술관으로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상호작용하며 서로 다른 두 세계 간의 거리를 좁혀간다. 이 프로젝트는 시각 세계의 정반대에 놓여 있던 대상 간의 의미 있는 만남을 끌어내며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
#3. 정확하지 않은 눈, 새로운 눈
엄정순 × 부산현대미술관 × 시니어·비영리 단체
<엄정순, Glass Me 글래스 미, 디지털 프린팅, 2024, 부산현대미술관 지원>
안경은 시력 보정 도구인 동시에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사회적 도구이기도 하다. 안다는 것, 경험한다는 것,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시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우리 사회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자리하는지 생각해 보면 ‘본다’는 행위에 담긴 통념을 강화하는 것에 안경의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안경은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써 렌즈의 색, 프레임의 모양에 따라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엄정순 작가는 상반되는 안경의 두 기능을 극대화하여 《글래스 미》라는 아트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멋진, 불편한 안경을 만들어 시각 장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체험하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선사한다.
#4. 만나는 손과 손 : 수평적 감각
김은설 × 부산현대미술관 × 시민
<김은설, 풀실놀이, 싱글 비디오, 2024, 부산현대미술관 지원>
무언가를 붙일 때 사용하는 문구류 물풀이 생각을 일으키는 사유의 도구가 된다. 작가와 시민들은 손바닥에 물풀을 끈끈하게 바르고 두 손바닥을 뗐다, 붙였다를 반복해 풀 실을 뽑고 감싸 투명한 모빌을 만든다. 누구나 따라 할 순 있지만 반복되는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손바닥 간의 간격과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이 프로젝트는 ‘놀이’라는 수식답지 않게 ‘관계’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단상을 제공한다. 자아, 주체와 타자, 개인과 공동체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그물망이 소소한 재료와 단조로운 동작으로 가시화되며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한 존재론적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5. 소리 보기, 읽기, 조합하기
SEOM: × 부산현대미술관 × 시민
<#5. 소리 보기, 읽기, 조합하기, 시민참여 활동사진>
녹음기가 발명되기 이전에 인류는 소리를 어떻게 기억했을까? 소리 흉내 내기, 문자로 기록하기, 이미지로 그리기, 동작하기 등을 다양한 창의적인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우리는 기계로 간편하게 소리를 저장하게 된 이후로 소리를 집중해 듣거나 재현하기 위한 상상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듀오 예술가 SEOM:(섬:)은 형체와 무게 없는 사운드를 포착하고 입체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사운드를 다양한 감각 안에서 탐구하길 제안한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과 함께 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의 소리를 탐방하고 소리를 다양한 감각으로 전환한 워크숍으로 소리가 얼마나 유연하게 다른 감각과 연동될 수 있는지를 발견하게 한다.
#6. 온기, 열기, 녹아내리는
김덕희 × 부산현대미술관 × 관람객
<김덕희, 하얀 그림자, 석고, 열선, 2024, 부산현대미술관 지원>
숨, 맥박, 온기는 생사의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 중 촉각을 사용하는 온기는 모든 생명체의 근간이 되며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자리한다. 김덕희 작가는 존재의 흔적을 표현하는 제재로 온기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온기를 생성하는 직접적인 매개자로 변신한다. 서로 융화되기 어려운 개인주의 시대에 작가는 낯선 이의 손을 석고로 떠내는 작업을 하며 대화를 끌어내고 서로 간의 경계심을 녹인다. 프로젝트는 온기가 뭉쳐 열기가 되고, 모인 열기가 장벽을 녹이는 비가시적 운동을 만들어내며 ’25년에 시각 설치 작품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 참여작가
조영주는 여성의 신체와 삶을 탐구해 온 현대미술가다. 영상, 사진, 설치, 공연, 무용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솔로, 다학제 협업, 커뮤니티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가 다루는 여성이란 주제는 자전적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여성의 이슈를 사회와 접목하여 폭넓게 다루기에 개인의 서사에 머물지 않고 사회 보편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홍보미는 영등포 쪽방촌 노인이나 섬마을 어린이, 미술관 미화원 등 예술과 거리가 먼 사람들과 교류하며 예술의 본질을 질문해 왔다. 예술을 향한 탐구는 미술관으로 확장되어 미술관 가는 길 드로잉, 미술관 미화원 취업, 뮤지엄 드로잉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현재도 삶과 예술을 직조하는 재기발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엄정순은 ‘본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비영리 사설재단인 <우리들의 눈>(1996)을 설립하여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시각 소유자들과 예술과 테크놀로지 사이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시각 장애를 ‘결핍’이 아닌 ‘또 다른 창의적 가능성’이라 명명하고 예술 창작, 교육, 전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은설은 귀로 듣는 것보다 자신의 시각과 다른 감각으로 세계를 탐구하는 미술가이다. 보통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품었던 의문을 설치, 영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해 오고 있다. ‘비청각적 듣기’, ‘비언어적 소통 방식’, ‘주체와 타인의 관계’, ‘장애와 테크놀로지’ 등 자신에서 출발한 질문들을 사회적 주제로 발전시키며 세상과 자신을 탐구하고 연결한다.
SEOM:은 서하늬와 엄예슬이 결성한 듀오 예술가 팀이다. 기억을 소리로 담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장소와 지역의 다니며 사운드 스케이프(소리 풍경) 작업을 해 왔다. 몰입적인 공간을 디자인해 사운드를 시각으로 전환하거나 청각적 경험을 증폭시키는 설치 작업과 일상의 소리를 다른 감각으로 전환하는 시민 참여 워크숍을 진행한다.
김덕희는 빛, 열, 중력, 시간과 같이 비물질성을 띤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익명의 존재자, 비언어적 세계를 가시화하는 현대 미술가이다. 우주, 자연, 사회, 문학 등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넘나들며 생명-죽음, 빛-어둠, 의식-무의식 등 양극단에 놓인 개념을 충돌시켜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개념 설치 작업을 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