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연구원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2024.9.12 - 2025.2.6
DDP 전시 1관
행사일시 : 2024년 9월 10일 14:00~18:00
참여자 : 미나 페르호넨(미나가와 아키라)
주최 : (주)이음해시태그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전이 ㈜이음해시태그 주최•주관으로 9월 12일부터 이듬해 2월 6일까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전시 1관에서 개최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로써 의미가 깊다.
미나 페르호넨은 미나가와 아키라에 의해 1955년 설립된 도쿄를 기반으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미나(minä)는 ‘나’, 페르호넨(perhonen)은 ‘나비’를 뜻한다. 브랜드명에는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와 같은 디자인을 경쾌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겨 있고, 브랜드 로고는 ‘나(네모)’안의 ‘다양한 개성(알갱이들의 집합)’을 나타낸다.
‘디자인이 태어나서 형태를 갖추고,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과정, 그것이 어떤 풍경과 사람의 손길을 거쳐가는 것인가, 기억과 디자인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하는지, 혹은 창작자의 기억이 사용자에게 어떻게 변화되어 전해지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디자인 여정, 그리고 기억의 순환이라는 제목의 연유이다. DDP 1관 전체를 11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하여 각각 구름, 풍경, 숲, 열매, 새싹, 바람, 뿌리, 씨앗, 물, 흙, 하늘의 테마명을 가지고 있는 이번 전시는 말 그대로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 여정을 함께하게 한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목도하게 되는 것은 각양각색의 수많은 패턴일 것이다. 미나가와 아키라의 손으로 그린 패턴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텍스타일 디자인이 미나 페르호넨의 아이덴티티다.
첫 번째 공간 ‘구름’에서는 폭신한 패브릭과 따스한 터치의 텍스타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시선을 자연스레 아치형 문으로 전환시켜 앞으로의 여정을 가늠하게 한다.
‘숲’ 테마 전시공간
미나 페르호넨이 패션을 다루는 브랜드이기도 한 만큼 ‘숲’ 공간에서는 그간의 컬렉션을 확인할 수 있다. 컬렉션이라 하면 보통 기간별, 시즌별로 나눠지게 되기 마련인데 독특하게도 이곳에서의 컬렉션은 시간이 관계없는 듯 시대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도록 도열되어 있다. 유행에 연연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가치관을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정성을 들여서 천천히 제작하는 생산구조, 버리는 천 없이 소재를 중요시 여기는 작업방식, 100년이 지나도 좋은 옷을 만들겠다는 디자이너의 뜻에 따라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패스트패션’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새싹’ 공간에서는 미나가와 아키라, 다나카 케이코 등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스케치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의상의 기반이 되는 원단을 위한 디자인, 도안은 디자이너의 소통, 인내의 결과다. 약 4950종에 이르는 텍스타일을 만들어낸 브랜드의 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스케치들이 작품으로써 ‘새싹’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수 없다. 상하좌우로 자유로운 디피 방식 또한 전시적인 재미와 함께 미나 페르호넨의 성격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입는 기쁨의 풍경>
‘바람’에서는 영상 작품 <입는 기쁨의 풍경>이 준비되어 있다. 실제 미나 페르호넨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의 일상을 담은 영상으로 히로시마, 야마가타, 오키나와, 도쿄, 파리까지 5개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단순히 의상에만 치중하는 패션필름이라기보다는 디자인과 일상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상에 녹아든 옷, 소품, 그리고 사람의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어 소박하면서도 담백하다.
필자의 관람일에는 ‘씨앗’ 공간에서 미나가와 아키라가 직접 자리해 작품 해설을 해주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직접 말을 걸었는데 한 명 한 명 성심성의껏 소통에 응해주는 디자이너의 여유로움과 섬세함이 돋보였다. 이번 라이브 페인팅 이벤트를 위해 제작한 작품 <Two Horses and Traveler>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안갯속에서 서로 다가가 만나게 되는 말을 탄 여행자를 표현했다고 한다. 오묘한 색감과 터치가 안개의 이미지를 형성해 작가의 독특한 추상성을 느끼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씨앗’ 공간에서는 과거의 페인팅 작업 과정과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영상화하여 전시해두어 미나 페르호넨을 더 가깝게 감상하게 한다. 더해 ‘Repetto’, ‘Desico’, ‘츠치야 가방 제작소’ 등 세계 각지의 브랜드 및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디자인을 만나 볼 수 있다.
‘흙’ 공간에서는 18점의 <기억의 옷>을 통해 옷과 기억이 맞물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고객과 함께한 옷을 전시하여 옷과 관련된 기억을 텍스트로 정렬하여 주인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옷은 어느 한순간, 그 사람만의 사적인 기억을 담는 사물이라 표현한다.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지나가 다음 전시실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기억의 옷>에는 ‘4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가 자주 입었던 것입니다.’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모든 공간을 지나 출구 앞에는 영상 <미나가와 아키라와 다나카 케이코의 인터뷰>가 상영되고 있다. 전시의 타이틀,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담고 있는데 지금까지 지나온 디자인 여정을 곱씹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출구에 위치한 아트숍에서는 미나 페르호넨의 양말, 티셔츠, 소품 등의 굿즈를 만나볼 수 있다. 숍 자체도 하나의 전시실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전시를 보는 것처럼 느긋이 한번 관람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김승중 seungjung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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