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7일,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2025년 첫 기획전 ⟪김병기와 상파울루 비엔날레⟫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3월 1일 작고한 태경 김병기의 3주기를 기념하는 동시에, 그가 커미셔너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6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다. 김병기와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당시 특별실로 전시를 꾸민 김환기를 비롯해 김병기가 커미셔너로서 선정한 참여 작가 이응노, 김종영, 권옥연, 이세득, 정창섭, 김창열, 박서보의 작품으로 당시 풍경을 재현한다.
1층 전시전경
전시의 첫 번째 주제는 ‘김병기의 예술 세계’로 1층은 그에 걸맞게 김병기의 작품, 아카이브, 연보로 꾸려진다. 도미 이후 1970년대부터 말년까지 작품 10여 점을 선보이고, 김병기가 평생에 걸쳐 치열하게 고민한 형상과 비형상, 그리고 추상미술의 경계를 향한 예술 여정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토기가 있는 정물>(1998)에 등장하는 화면을 분할하는 사각형, 선이 말년기의 <메타포>(2018)에서 두꺼운 흰색으로 칠하여 선의 표현이 한층 더 강조되는 기조를 감상할 수 있다.
김병기의 아카이브 자료 /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번 기념전에서는 특히 작품 외에 전시되는 다양한 자료들도 주목된다. 김병기의 출생부터 106세에 걸친 연보는 작가의 생애에서 현대미술사와 일치하는 접점을 포착하게 한다. 또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아카이브 『신태양』, 『사상계』, 『새벽』 등 동서를 넘나드는 미술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분석이 돋보였던 미술평론가 김병기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잡지들이 공개된다. 『문예』, 『문학예술』에서는 1950년대 김병기의 화풍이 짐작 가능한 삽화가 자리해 자료로써 의미를 더한다.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되었던 김환기의 <Echo> 연작
전시의 두 번째 주제는 ‘상파울루 비엔날레’로, 본 비엔날레의 주제뿐만 아니라 참여 작가들의 작품과 커미셔너로서 김병기의 활약을 조명한다. 통로 공간에서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도록에서 김병기의 서문, 참여 작가의 작품 도판, 사진을 만나볼 수 있는데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재현하기 위해 최대한 유사한 시기, 도상의 작품을 전시실에 놓았다는 점을 전시실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당시 특별실 전시를 개최한 김환기는 출품작 14점 중 9점이 <Echo> 연작이었는데, 본 전시에서는 실제 출품되었던 <Echo 1>, <Echo 3>, <Echo 9>을 선보인다. <Echo 1>에서는 뒷면에 비엔날레 출품 당시의 원본 택(tag)dl 남아있어 작품의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김창열의 작품, 좌측에서 두 번째 작품이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작 <제사|Rite Y-9>
김창열은 당시 100호 크기의 <제사> 연작을 3점 출품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제사 Y-9>은 대부분의 비엔날레 출품작들이 망실된 상황에서 당시 출품작의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 작품 외에도 김창열의 1960년대 초반 화풍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과 2018년 천자문과 물방울의 <회귀>가 공개되어 앵포르멜 시기에서부터 작고 직전까지 붓을 놓지 않은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박서보, <묘법 No.110218>, 2011
박서보는 김병기가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김창열, 정창섭과 함께 가장 먼저 출품 작가로 선정한 인물이다. 박서보는 위에 김환기, 김창열과는 다르게 당시 <원형질>시리즈 3점을 출품하였으나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은 없고, 브로셔 상에 흑백사진이 출품작의 이미지를 출품할 수 있는 자료로 유일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원형질 연작 중 한 점과 함께 색채묘법 두 점을 전시하였는데, 이는 과거의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한 점의 작품을 단편적으로 찾는 것이 아닌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심도 있는 연구를 놓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