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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연 : 푸른 낮의 필사

  • 전시분류

    개인

  • 전시기간

    2022-09-20 ~ 2022-10-08

  • 참여작가

    홍도연

  • 전시 장소

    임시공간

  • 유/무료

    무료

  • 문의처

    070-8161-0630

  • 홈페이지

    http://www.spaceim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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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산책자의 뒤를 따라서

이른 더위가 시작될 무렵, 그로부터 도착한 문장을 좇아 며칠을 걸었다. 전시가 예정된 장소를 시작점 삼아, 도시를 점차 확장시켜 나간 푸른색 선을 따라. 여태 시들지 않은 국화꽃이 가지런히 놓인 흙바닥, 그 주위를 늠름히 지키는 고양이 두 마리, 길게 늘어선 철물점과 흘러간 시간을 속절없이 품은 간판들, 거주지역과 맞닿은 채 일정한 속도로 내달리는 전동열차 그리고 옆으로 곧게 올라선 뿌연 방음벽. 편지의 발신인이 안내한 길은 눅눅하고 의심스러웠다.

전시 《푸른 낮의 필사》는 이미 스쳐간 산책자의 발걸음을 뒤따라 중첩되는 풍경들, 이로써 생겨난 궤적이 도시에 새기고 지워낸 흔적을 유심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동안 자신의 발걸음을 기록해 온 그는 매일이 달라지는 풍경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일’로부터 시작해 개인의 서사와 집단의 기억이 서로 맞물리는 자리에서 연결과 단절, 현실과 허구 사이의 보행을 지속한다. 관객은, 실재적인 몸을 세계와 면면히 부딪치며 주위의 나뒹구는 온갖 사물에 시선을 부여함으로 잠시나마 곁에 붙잡아 둔 산책자의 사사로운 여정에 참여한다.

객관성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정보가 얹혀 빈틈이 사라진 일반적인 지도와 달리 그의 수행으로부터 나온 궤적은 꽤나 서정적이며, 몸을 경유하여 읽어 나가야 하는 하나의 서사이자 텍스트로써의 지도이다. 길을 찾기 위한 지도가 아닌 놓치기 위한 지도, 축적된 지식을 하나씩 덜어내어 구차한 실용성을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이 지도는 개인이 맞닥뜨린 장소의 경험을 드러낸다. 잠깐의 허기를 달랜 후 대낮의 한산한 거리를 정처 없이 배회하고 회색 벽에 너저분하게 남은 자국을 만져보며 서사 안에 실재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다른 이의 걸음을 떠올리는 일. 산책자가 관찰한 세계를 베끼어 씀1으로 가득 찬 전시장의 모습은 흠결을 지워내고 그 위를 덧대며 하나의 풍경을 형성해 온 이 도시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러므로 전시장을 둘러싼 흰 벽에 들어온 홍도연의 ‘필사’를 사전적 의미로부터 떼어내어 새로이 읽어보자. 필(筆), 몸에 지닌 도구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바람과 박자를 머금은 움직임. 사(寫), 그리하여 종이 위에 옮겨진 모양을 망원경 삼아 다시금 세상을 구성하는 실천적 행위. 언어를 지워낸 자리를 무대 삼아 막이 오른, 푸른 저 어딘가를 향하는 느린 템포2의 무언극. 수상한 산책자가 연필을 눌러 남긴 무대는, 한걸음 물러나야 비로소 보이는 미지의 세계 혹은 간절히 바라는 미래의 시간을 도시에 남긴 채 극을 이어간다. 전시가 끝난 뒤 사라질3 일시적인 장면에 초대된 관객은 이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신의 몸에 새겨진 다른 자리에서 또 다시, 한 걸음을 떼게 될 것이다.


1 ‘필사(筆寫)’의 사전적 의미이다.
2 악보에서 느린 템포로 연주하라는 지시어인 ‘안단테(andante)’의 원말은 이탈리아어 andare(걷다)이며, ‘걸어가듯이’ 혹은 ‘걸음걸이 속도로’를 의미한다.
3 전시를 준비하며, 지우개로 연필 선을 지우는 행위는 삭제(delete)가 아니라 종이 위에 또 다른 자국을 내어 곧이어 완성할 장면에 틈을 내는 것이라는 대화를 나눴다. 문지른 흔적을 포함한 드로잉처럼 이 전시는 이후 지워지는 과정까지를 포함하며 지금 관객의 눈앞에 놓인 장면 또한 어딘가에 자국으로 남아 그 자체로의 생과 균열을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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