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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원전 :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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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원 : 숨 고르기




전 시 명 :  박강원展 '숨 고르기'
전시기간 : 2021.10.1(금) - 10.20(수)
관람시간 : 11:30 am -  18:30 pm
전시장소 : 인디프레스 갤러리(서울 종로구 효자로 31)
                 070-7686-1125
후      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이제 나무에 기대앉아-


손효주(미학)

유화는 물감으로 불투명하게 그려진다고 생각하는 일반 관객들에게 박강원 작가의 그림은 종종 파스텔처럼 투명하다, 혹은 맑은 수채화같다 등의 반응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밝고 불투명한 바탕색을 칠하고 그 위에 어두운 색을 투명하게 엷게 발라 아래의 색과 위의 색이 혼색되면서 마치도 색유리를 깐 것같은 글레이징 효과를 나타나게 하는 투명유화기법은 서양미술사에서 바로크 시대의 걸작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햇볕이 가득 내려쪼이는 야외로 나가 그때그때의 자연광선과 맑고 투명한 공기, 화가의 시선에 따라 밝고 사랑스러운 자신의 정원을 가꾸었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도 연상된다.  박강원 작가는 오랫동안 이런 기법들을 차용해서 색을 겹쳐 얹어가며 투명함과 화사함이 가득한 화면을 구성해 왔다.  색을 얹어 색들끼리 서로 겹쳐지고 섞이면서 구상적 형태가 쌓인다.  중첩된 색과 색 사이로 투명한 빛이 전해져 나오면서 색은 깊이감을 더하고, 빛은 내면의 정서와 만나서 해석의 가능성을 연다.  



박강원_매화 1_130.3x162.2cm_oil on canvas_2021


박강원_매화 2_90.3×116.7cm_oil on canvas_2021


나무와 숲과 길, 그리고 가족으로 짐작되는 한두 명의 인물이 보인다.  박강원 작가의 그림에는 거의 늘 나무들이 있다.  우람하거나 강해 보이는 나무들이 아니다.  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채색이 쌓여서 소소하지만 다정해 보이는 나무들이다. 나무는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채 달리 어떻게 해 볼 방법 없이 오랜 시간을 견디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주장하기 보다는 오히려 무심하게 늘 거기에 그냥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가 삶의 흐트러진 실타래 속에서 어지러워하다가 어느 날 문득 나무에게 눈길을 주었을 때, 변화하지 않고 우직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무의 존재는 크게 다가온다.  나무들로 이루어진 풍경 속 인물 한 둘은 그림 전체에 잔잔한 서사를 부여하면서 의미를 확장시킨다.  나무라는 단순한 자연대상을 넘어서서 그 풍경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말하자면 그들 사이의 관계, 몇 마디 대화, 마음과 마음간의 심리적 긴장감, 여행의 이유, 산책의 동선 등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박강원_매화 3_80.3x116.7cm_oil on canvas_2021


박강원_매화 5_97x145.5cm_oil on cavas_2021


옆에서 지켜본 박강원 작가는 농부처럼 그림을 짓는다.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거의 하루도 쉬기 어렵게 일한다.  수확이 나서 기쁨은 잠시, 농사일은 다시 이어진다.  성실함은 농부에게 요구되는 기본덕목이라서 성실하다고 칭찬받는 일도 드물다.  끊임없이 노동을 요하는 땅은 농부에게 운명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삶의 터전이다.  박강원 작가는 지난 40여 년 동안 정직한 농부처럼 자연스럽고도 일상적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지금의 예술(art)에 해당되는 고대 그리스 시대 테크네(techne)에 요구되는 필요조건중 하나는 지속적인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량의 연마와 숙련이었다. 이것은 당시 예술(혹은 기술)을 구성하는 원형적 기본요소들에 관한 지침으로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박강원_매화 언덕 위 1_112.1x145.5cm_oil on canvas_2021


박강원_매화 언덕 위 2_80.3x116.7cm_oil on canvas_2021


박강원_매화 언덕 위 3_130.3x162.2cm_oil on canvas_2021


매화나무 마을을 그린 최근작들을 보면, 만개한 매화들이 마치 투명하게 얇은 하얀 홑이불처럼 나무들을 덮고 있다. 거기에 긴장감이나 불안, 갈등은 없다.  부드럽고 맑은 색채들의 깊이가 주는 푸근함, 여백과 함께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한낮의 정적감과 편안함, 길을 따라 가다보면 좋은 곳이 나타날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박강원 작가의 지난 작업들을 되돌아보면, 젊은 시절 공부를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온 후 날것의 현실 앞에서 불편하고 미숙했던 작가 스스로를 위무하는 그림그리기로 시작해서, 가톨릭 신앙 안에서 찾은 순응과 해소의 시기를 거쳐, 이제는 타인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손짓하는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단계에 이윽고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 자신의 개인적 삶과 나란히 긴 여정을 거쳐 오면서 회화적 성숙을 더해온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내면적 성장과정을 따라가는 일은 미학적 즐거움과 더불어 예술가로서의 작가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 경로가 될 뿐만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작가와 동시대를 함께 살아내고 있다는 동료의식을 확인하는 뭉클한 일이다.  



박강원_섬진강 7_112x145.5cm_oil on canvas_2021


박강원_섬진강 8_80.3x116.7cm_oil on canvas_2021


박강원_섬진강 9_72.7x91cm_oil on canvas_2021


또한 예술작업은 개인으로서의 작가가 자신이 속한 시대 및 사회와 감성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팬데믹이라는 높고 험한 파도를 다 같이 견뎌내고 있는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역사책에서나 읽었던 중세 페스트의 상황이 21세기 현재 다시 재현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모두가 당황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지금 절실한 것은 따뜻한 위로를 담은 희망적 메시지일 것이다.  작가 역시 이번 전시에서 염두에 두었던 것이 바로 그 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세상살기 고되다. 이 작은 숲 뒤에 쉴 곳이 있을까. 저 언덕을 넘어가면 무지개가 보일까. 조바심이 인다. 하지만 견디다 보면, 이 또한 훗날 즐겁게 추억하게 되리라(forsan et haec olim meminisse iuvabit,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1권 203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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