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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아시아미술관에서 세월을 닮은 그림을 보다

강금주










꿈도 열정도 많았던 대학시절은 내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30년 전의 추억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정신없는 생활을 핑계로 무색할 정도로 흘러 있었고, 대학시절의 추억은 희미하고 빛바랜 사진처럼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75학번 동창들 중 친했던 10명의 친구들과 그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곱씹어 보고 싶은 마음에 얼마 전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났었다.

미대에서 함께 그림 그렸던 우리는 후쿠오카에 있는 아시아미술관에 들러 전시를 감상하기로 했었다. 때마침 아시아미술관에는「민중의 고동-미술의 리얼리즘(2007.12.2-2008.1.22)」이라는 기획전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민중미술을 중심으로 1945년부터 현재까지 리얼리즘 경향, 즉 현실사회를 반영하거나 사회문제를 마주대하는 미술 경향을 소개하고 있었다. 해방 이후 6•25전쟁과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까지... 우리나라의 미술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현실의 사회문제와는 동떨어진 소수의 엘리트나 애호가를 위한 미술에 반기를 들며 당시의 사회적 모순과 민중의 삶을 반영하고자 했던 작품들이 있었다.

보통 일본은 근대 이후 서구의 스타일을 동경해 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아시아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시아 내의 타국의 문화에 대한 긍정적 수용을 통해 다문화시대에 알맞은 문화적 이해의 폭을 넓히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아시아미술관은 이러한 전근대적인 서구문명에 대한 무분별한 추종을 벗어나 아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아시아 미술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으로서, 이 곳에서 우리나라의 민중미술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고 의미 있었다. 70년대 유신체제의 억압에 하루가 멀다 하고 뜨거운 함성 소리로 학교 캠퍼스가 시끄럽던 시절... 예술은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시절... 오윤의 작품부터 방정아의 ‘튼 살 아줌마’까지, 그 차갑고 어두웠던 시간을 반영하고 견디어 온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나의 대학시절,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해온 30년의 세월, 지금은 더 이상 여대생이 아닌 대학생을 자녀로 둔 아줌마가 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들이 마치 그 작품들을 닮은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짠해졌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와 함께 커 온 동네 친구를 보는 듯, 공감하며, 웃으며, 눈물지으며 액자 속 그림은 우리들의 빛바랜 사진 같았다. 대학시절의 뜨거웠던, 열정을 품은 마음 같았다. 작품과 같이 세월의 흐름이 만들어 낸 우리들의 주름살이 아시아미술관의 그 작품들처럼 진솔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강금주│부산 갤러리이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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