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영 hanauno***@gmail.com
궁금했다. 어포더블(affordable) 아트페어. 아트페어는 알겠지만 어포더블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아트페어 입구에 자리잡은 갤러리 세인의 담당자는 작품을 설명하며 “감당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라고 답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둘러본 갤러리 전시와는 달랐다. 그림보다 음악이 먼저 다가왔다. 이른 저녁 해피 아워에 들어간 바에서 들어본 듯한 경쾌한 음악이 전시장에서 흘러나왔다. 음악 덕분인지 긴장감은 사라지고 고개도 살짝 흔들거리며 동선을 잡았다.
신기했다. 갤러리 담당자, 작가로부터 직접 설명 듣고 부담 없이 질문도 할 수 있었다. 한 작품을 코 앞, 두어 발짝 떨어져, 최대한 멀리서, 측면에서도 보며 내 마음 가는 대로 즐겼다. 친절한 설명에 용기를 내 질문도 두서없이 해봤다. 다만 판매를 목적으로 열성적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분께는 내심 미안했다. 그 작품이 아직 나에겐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기에.
중국에서 온The Dragon Year Gallery관계자가 가장 열성적으로 작품 설명을 해주었다. 최적에서 감상할 수 있는 거리까지 알려주었다. 얼떨떨했지만 따랐다. 섬세한 작품만큼이나 섬세한 설명이었다. 중국 본토에서는 학교에서 테크닉을 중요하게 가르친다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계산된 섬세함’은 다소 불편하게 다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베이징 798 아트존과 송추앙 아트 지구를 알게 된 것은 소득이었다. 중국 현대미술의 현주소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다.
어포더블 아트페어가 아니라면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을 이스라엘 작가도 만났다. 이스라엘 Tzuki Art 작가 Shay Peled는 어렸을 때부터 아트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 성화로 대학에서 토목 공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밝은 색감과 입체감에 이끌려 둘러보다 작품 소재와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 물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작품 ‘색소폰’을 보고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물었다. 매일 15-18시간씩 한 달 정도 걸렸다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고 불평할 수 없다.
전시회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내 서서 정적인 미술작품을 보는 것은 다소 피곤하고 따분할 때도 있다.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그렇지 않았다. 다소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취해 신나게 둘러봤다. 서로 상이한 분위기의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작품과 여러 갤러리에서 작가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까지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직접 듣는 재미는 색달랐다. 보다 시간이 흘러 ‘감당할 수 있는 금액’에 여유가 생기거든 아마도 직접 구매한 작품을 들고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문을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