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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하늘_김환기, 호암미술관

김달진

한 점 하늘_김환기, 호암미술관

2023.5.18 - 9.10

호암미술관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이 1년 반 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5월 18일(목)부터 9월 10일(일)까지 한국미술의 선구자 수화 김환기(1913-1974)의 40년 예술세계 전반을 다시 살펴보는 대규모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a dot a sky_kim whanki≫를 개최한다.

 

김환기는 20세기 한국 미술사에 추상이라는 새로운 장을 연 선구자이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 구축주의 등 당시의 전위미술인 추상미술사조를 익히고 1937년 귀국하여 명실상부 한국 최초의 추상화가가 되었다.

1930년대 후반은 김환기가 작업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한국의 전통과 자연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이다. 민족예술의 계승을 주창한 김용준, 이태준, 최순우 등과 교류하며 전통미술에 대한 식견과 사랑을 키웠고, 자연과 전통의 현대적 표현을 목표로 평생을 추상에 매진했다.

김환기는 전쟁 직후의 열악한 사회문화 조건 속에서 우리 미술의 발전과 국제적 성장을 꿈꾼 20세기 한국미술의 리더이기도 했다. 동시대 미술과의 조화로운 융화와 동참을 열망하며 스스로 국제 미술계에 도전한 그는 전통에 근간한 자신의 예술을 굳건히 지키고 한편으로는 미술 조류의 변화를 흡수하면서 집요하게 작업을 전개했다.




그의 한결같은 예술 여정을 이끈 것은 한국적 예술에 대한 굳은 신념과 자신감, 절망을 이겨내는 인내였다.

50세에 건너간 뉴욕에서 김환기는 무수한 이방인 무명작가의 한 사람이었지만,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을 찾기 위해 치열하고 꾸준하게 조형실험을 이어갔고, 만년에 이르러 자연과 인간, 예술에 대한 동양적 사유와 관조를 담은 전면점화에 도달한다.



김환기의 점화에는 1930년대부터 이어져온 그의 추상 여정이 함축되어 있고, 그 작은 점 하나하나에는 자연과 인간, 예술을 아우르는 보편적 세계에 대한 확장된 사유가 담겨 있다.

이번 회고전의 제목인 ‘한 점 하늘’은 이러한 김환기의 40년 예술 세계의 특징을 담고 있다. 달을 바라보며 달항아리를 그리고 별을 바라보며 고국과 친구를 그리워하던 그에게 하늘은 예술의 큰 원천인 동시에 자연과 삶, 세상을 함축하는 개념이기도 했다.



1,2층 전시실 전관에서 약 120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김환기가 한국적 추상에 대한 개념과 형식을 구축한 후 치열한 조형실험을 거쳐 점화에 이르는 과정의 변화와 연속성을 주지하며 살펴본다.

시대별 대표작은 물론, 도판으로만 확인되던 여러 초기작들과 미공개작, 작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스케치북과 드로잉들을 최초로 선보인다. 또한  유족의 협조로 김환기의 유품과 편지, 청년시절의 사진, 낡은 스크랩북 등이 처음으로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이 자료들은 작가의 회고전을 더욱 의미있고 풍성하게 해주며 이후 작가연구를 위한 귀중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1부. 달/항아리 (2층 전시실)


전시 1부는 김환기의 예술이념과 추상형식이 성립된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초까지의 작업을 소개한다. 이 시기에 작가는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동일시하며 작업의 기반을 다지고 발전시켜 갔다.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의 모티프가 그림의 주요 주제로 자리잡으며 그의 전형적인 추상 스타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지정문화재로 등록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론도>(1938)는 물론, 김환기 특유의 한국적 추상의 서막이라 할 수 있는 <달과 나무>(1948), 도자기가 빼곡한 성북동집 작업실 나무선반을 연상시키는 <항아리>(1956), 시간을 초월한 자연과 예술의 영원성을 표현한 <영원의 노래>(1957), 전통미술양식과 점화의 씨앗이 함께 공존하는 <여름달밤>(1961) 등이 전시되며, 다수의 초기 작업들이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다. 특히 작가의 유일한 벽화대작 <여인들과 항아리>(1960)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발견된 작가 수첩을 통해 제작연도가 1960년으로 확인되었다.


 

□ 2부. 거대한 작은 점 (1층 전시실)

2부는 김환기가 뉴욕 이주 이후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며 한국적 이면서도 국제무대에서 통할 새로운 추상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뉴욕 시기 초기까지 이어지던 풍경의 요소를 점과 선으로 흡수하여 추상성을 높이고 다채로운 점, 선, 면의 구성으로 수많은 작업을 시도한 끝에 점화에 확신을 얻고 1969년과 1970년 사이에 전면점화의 시대에 들어가게 된다.


달과 산 등 풍경요소들이 선과 점, 색면으로 대체되는 <북서풍 30–Ⅷ–65>(1965),김환기의 점화를 처음으로 알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166>(1970),  ‘우주’라는 별칭으로 사랑받고 있는 <5–IV–71 #200>(1971), 동양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하늘과 땅24–Ⅸ–73 #320>(1973)등이 함께 전시되며, 작고 한달 전에 죽음을 예감하듯 그린 검은 점화 <17–VI–74 #337>(1974)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 다양한 초기작과 미공개작, 작가의 유품

이번 회고전에는 그간 전시를 통해 보기 어려웠던 여러 초기작뿐 아니라  최초로 공개되는 1950년대 스케치북과 70년대 점화 등이 소장가들의 협조로 선보이게 되었다.

또한 작가의 유족이 수십 년 간 간직해온 김환기의 유품과 자료의 일부가 전시를 계기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스물네살 청년 김환기의 사진, 작가가 애장한 도자기와 선반, 삽화와 기고문이 꼼꼼히 정리된 스크랩북, 파리 개인전의 방명록, 문화예술인 160명이 이름을 올린 1974년 추도식 팸플릿 등 흥미로운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전시를 담당한 태현선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김환기는 한국현대 미술의 역사이자 상징같은 존재로 ’고전’을 만들고자 했던 작가의 바람대로 그의 예술은 오늘날에도 공명한다”라며, “그러나 김환기를 수식하는 최근의 단편적인 수사들은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다시 한번 총제적으로 살펴보는 전시가 필요함을 일깨운다”며 회고전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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