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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간담회,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객원연구원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2023.2.28.-5.7.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김윤신 작가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2023년 2월 27일 오후 2시,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 전시 개최를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시담당자인 방소연 학예연구사의 전시설명과 함께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전시설명을 하고 있는 방소연 학예연구사와 김윤신 작가

 이번 전시는 조각의 정통 문법을 구사해온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1935~)의 개인전이다. 전시는 한국 조각사에 의미 있는 활동을 해온 김윤신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고, 한국 조각사의 공백을 보완하며, 자연과 생태에 대한 근원적인 감각을 일깨워주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개최되었다.

 강원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1935~)은 해방과 6·25전쟁 등을 모두 경험하였고, 그래서인지 그에게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의 작업은 항상 무겁고 다루기 힘든 재료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는 한 번도 그것이 버겁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196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하였다. 이후 1969년 귀국하여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기 전까지 1세대 여성 조각가로서 한국여류조각회의 설립을 주도하였고, 한국 조각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김윤신은 아르헨티나에서 새로운 재료를 만나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장하였고, 멕시코와 브라질에도 머물며 새로운 재료(오닉스)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였다. 올해 88세를 맞이한 지금도 그의 탐구와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  

 전시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전시는 크게 매체별로 구분되며 동시에 작가의 생애 궤적과 함께한다.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는데, 자연과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조형감각을 보여주는 그의 작업 세계인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의 작품 철학에 집중해 총 70여점을 소개한다. 섹션별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감, 1967, 판화지에 석판화, 63.3×45cm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첫 번째 섹션은 <1. 예감>이다. 본 섹션에서는 김윤신이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유학 시절 제작한 석판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이 시기 작품에서는 태극 문양이 변형된 듯한 형태, 흑백의 대비를 통한 공간감, 서로 다른 방향으로 겹쳐진 선의 표현 등 이후 그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조형적 특성을 예감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은 <2. 우주의 시간>이다. 여기에서는 김윤신의 석조각을 소개한다. 석조각은 그가 생애 전반에 걸쳐 작업을 해왔던 목조각에 비해 한정된 기간 동안 제작되었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서 새로운 재료에 대한 탐구 기회를 제공했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멕시코에서 오닉스(Onyx) 조각을, 브라질에서 준보석을 재료로 한 석조각을 탐구하였다. 오닉스에 매료된 그는 외진 마을에서 혹독한 육체 노동과 다름없는 작업활동을 이어갔다. 오닉스의 매력은 그것을 절단한 뒤에야 진짜 속살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오묘한 우주를 감추고 있는 듯한 오닉스는 김윤신에게 지구의 축약본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자연스러운 돌의 표면과 인위적으로 재단해낸 안쪽 면의 대비를 통해 우주적 힘의 질서를 표현하였다.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94-507, 1994, 알가로보 나무, 86×72×35cm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94-503, 1994, 알가로보 나무, 59×45×38cm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세 번째 섹션은 <3. 더하고 나누며, 하나>이다. 본 섹션에서는 그가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한 목조각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그가 1970년대 후반부터 작품 제목으로 일관되게 붙여 온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의미를 간략하게 풀어낸 것이다. 1970년대 <기원쌓기> 시리즈는 우주절대자에게 의지하는 인간 본연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절단된 면을 쌓아올린 듯한 <기원쌓기>의 형태에 다양한 변주를 주면서 <합이합일 분이분일> 시리즈에 이르게 된다. 그의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는 작품철학은 대립하는 두 기운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주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는 음양사상의 원리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는 이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합이합일 분이분일>시리즈를 전개한다. 그에게 ‘합’은 작가와 나무가 하나가 되는 것이고, ‘분’은 하나가 되기 위해 나무를 절단해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미의 토테미즘의 영향을 받아 목조각에 채색을 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아메리카 원주민 마푸체를 알게 되면서 이들이 사용하는 색상과 문양에서 한국적 토테미즘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작품에 기하학적 문양과 채색을 넣는다.   


내 영혼의 노래, 2013, 캔버스에 유채, 150×46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네 번째 섹션인 <4. 노래하는 나무>에서는 2022년 이후 김윤신이 한국에 머물면서 제작한 가장 최근의 목조각과 2013년작인 대형 회화를 선보인다. 그는 코로나 시기에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유년 시절의 회상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와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80대 후반에 접어든 그는 지나간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생명, 사랑, 나눔을 나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노래하는 나무, 2023, 알루미늄에 아크릴 채색, 120×123×90cm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의 야외 정원에는 그의 목조각이 두 점 전시되어 있다. 각각 브론즈와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한 작품인데, 이는 한국에서 은행나무를 구입해서 작업한 것이다. 그는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나무가 비를 맞으면 안 되기에 브론즈와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했다고 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사진, 메모, 전시회 브로셔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전시된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재료가 주는 물성과 촉각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나무 조각들을 만져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은 점도 흥미롭다. 방소연 학예연구사와 김윤신 작가의 전시 설명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Q. 작가의 작업 철학인 ‘합이합일 분이분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듣고 싶다.
: 상대 하나, 나 자신 하나가 합쳐지면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 나뉘면 분이 된다. 나눔은 사랑이다. 사랑이 없이는 나눔이 있을 수 없다. 이는 우주적이고 근본적인 이야기이다. 모든 것은 두 개가 합쳐져서 하나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Q. 무겁고 힘든 재료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작가 입장에서의 고민은 없는지, 가벼운 재료를 사용할 생각은 없는지.
: 내가 사용하고 있는 재료가 한 번도 무겁다거나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벼운 재료를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더더군다나 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그냥 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예술로 흔적을 남기는 작가가 되고 싶다.


Q. 요즘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거나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한 젋은 조각가들의 작업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 그 방식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어떤 것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식, 편한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나는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택한 것이고,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톱을 들고서 나무를 자르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모습이 놀랍기도 하면서 존경스럽기도 하였다. 작가의 열정이 작품 하나하나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적인 조각 방식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고찰해봄과 동시에 우리의 근원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는 김윤신의 작품세계를 살펴보고 그의 작업이 동시대 미술계에 주는 의미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그가 조각의 재료로 사용했던 ‘팔로 산토’ 스틱을 활용한 명상프로그램도 예정되어 있다. 전시를 관람하며 그의 우직한 작가로서의 삶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아직 한참 진행형인 그의 작업 세계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글: 김윤신전 전시리플릿 참고)
원선경 edu@daljin.com

영상: 김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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