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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개인전 《유기농 같은 사랑》, 드로잉룸

편집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드로잉룸에서 열리는 오지은 개인전 《유기농 같은 사랑》(2022.8.11-9.8)을 보고왔다.


(왼쪽) 분명해야 할 말이 있었는데 There was a word that should have been clear, oil on canvas, 162.2×130.3cm, 2022

(중간) 슬픔에 대처하는 자세 Attitude coping with sadness, oil on canvas, 162.2×130.3cm, 2022

(오른쪽) In my beautiful garden, oil on canvas, 162.2×130.3cm, 2022


전시장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는 울창한 그림

붓질 사이로 흐르는 마음은, 오지은의 그림 앞에서 이끼가 가득 낀 숲의 냄새와 잔과 잔 사이를 휘돌며 흐르는 그 날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건네받으며 형상을 획득한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알지, 라는 속삭임이 오간다. 언젠가 이 그림을 끌어안고 울고 싶어지는 날이 올 거라는 예감은 나만의 복선이 아닐 테다. 그러니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보는 것이 회화일지도 모른다고, 클레의 말에 덧붙이고 싶다. (전시서문 중)



지겨울정도로 한 노래만 듣고 Repeating one song until feeling fed up with it, oil on canvas, 50×50cm, 2022



가까운 각자 Two individuals in close proximity, oil on canvas, 53×53cm, 2022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각자의 슬픔 Our own sadness that could never be understood, oil on canvas, 97.0×97.0cm, 2022


그렇게 사랑해왔다고 This is how I loved you, oil on canvas, 60.6×80.3cm, 2022


난 너밖에 없어라는 말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How useless the word ‘you are my one and only’ is, oil on canvas, 162.2×130.3cm, 2022


지랄맞은 사랑 Love full of shit, oil on canvas, 162.2×130.3cm, 2022

그날의 분위기를 알고 있다. 손과 손의 살갗이 부대끼는 감촉과 온도, 노을이 비쳐 붉게 빛나던 당신의 눈동자, 습도 높은 공기에 섞여든 짙은 초록의 냄새, 시끌거리다 이내 잦아든 사람들의 목소리처럼 구체적 형상이 없는 것들. 형체 없는 사랑의 기억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와인 얼룩이 남은 잔을 본다. 가득 차 있을 때는 기쁨이든 분노든 가득 찬 그것만 보였다. 한 잔 또 한 잔, 다시 한 잔, 마지막은 늘 그렇듯 원하지 않은 맛이었다. 그럼에도 남김없이 마셔야 해서 아팠다. 가득 차 있을 때는 색과 모양이 분명해 보였는데, 이제 얼룩 위에 얼룩이 겹쳐져 투명한 잔 위에 얇은 잔해만 남았다. 시간을 겪으며 감정을 부풀려왔지만 이제 납작해져 버린 우리의 모습 같다. 잔과 잔 사이를 흐르는 공기를 응시하며 빈 잔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깨닫는다. 이 공기에 사랑이 가득 스며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너밖에 없어’라는 말은 정말이지 얼마나 쓸모없는지. 주었던 마음을 거둬야 하는 일은 잔인하다. 사랑은 여러모로 지랄 맞다. (전시글 발췌)




작가의 그림과 그 제목이 어쩐지 생활감정 밀착형이다.

누구와 경험한듯한, 느껴본듯한 이 분위기를 나도 알고 있다.


유기농 같은 사랑

 


사진, 글 - 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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