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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페리 : 빈랑시스檳榔西施》, 씨알콜렉티브

객원연구원

무니페리 : 빈랑시스檳榔西施
2021.12.09.-2022.01.08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씨알콜렉티브)는 《빈랑시스檳榔西施》를 작년 12월 9일부터 올해 2022년 1월 8일까지 진행한다. 이 전시는 2021년 CR 신진작가 공모에 선정된 무니페리 작가의 전시이다. 무니페리는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으며, 2019년, 탈영역우정국에서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을 교차하는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전시전경



빈랑시스 檳榔西施

  《빈랑시스檳榔西施》는 무니페리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의 주된 관심인 페미니즘과 그와 관련된 ‘오염’의 의미를 탐구한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빈랑시스(Betel nut Beauty)’는 대만과 동아시아 일대에서 유통되는 ‘빈랑(檳榔, Betel nut)’을 판매하는 여성을 뜻한다. 빈랑은 각성 효과와 환각 효과를 주는 기호식품으로, 주된 소비층은 장시간 운전을 하고 거친 육체노동을 하는 남성들이었다. 반면, 마땅한 생계수단을 찾지 못했던 여성들은 열매의 무게가 가볍고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 않았던 빈랑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빈랑의 거래는 주로 도로 위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신체를 노출하는 방법으로 주 소비층의 이목을 끄는 호객 행위를 택하였다. 사람들은 이것이 ‘빈랑시스’의 기원이었다고 본다. 시간이 지난 후, 거리 위의 경쟁에서 벗어나 작은 상점을 차리게 되었을 때도 이들은 동일한 전략을 유지하게 되었다.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서 비키니 정도만을 걸친 빈랑시스는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 창의 부스 안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이처럼 성 노동자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이들은 ‘불온한 존재’, ‘오염’이라는 정의에 균열을 낸다.


《빈랑시스檳榔西施》(2021)의 ‘챕터1(chapter1)’

  《빈랑시스檳榔西施》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는 3채널 영상 작품, <빈랑시스 챕터 1과 2>는 첫 번째 챕터와 두 번째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챕터1(chapter1)’은 구성진 판소리가 포문을 열며, 소리꾼이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는”이야기를 해주겠다고 전한다. 판소리 가사 속에서 등장하는 ‘추락한 존재’의 삶은 어떤 곳에서도 완전히 속할 수 없기 때문에 추락하며, “모든 의미가 어긋나 뻥 뚫려버린 구멍”으로 다른 세계를 오고간다.


《빈랑시스檳榔西施》(2021)의 ‘챕터2(chapter2)’

  ‘챕터2(chapter2)’에서는 본격적으로 ‘빈랑’을 둘러싼 산업과 종사자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먼저, 대만에서 빈랑을 재배하는 농부는 빈랑을 둘러싼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토로한다. 그들은 정부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빈랑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고 말한다. 또 이전 세대들은 빈랑시스에 대해 저급하게 여겼다고 덧붙이며, 빈랑시스를 그들이 일구어 낸 성과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불온한’존재로 인식하는 듯했다. 반면, ‘BaBy’라는 빈랑샵을 운영 중인 빈랑시스들은 스스로의 직업이 ‘쿨’하다고 생각하며, 기존의 빈랑시스의 문화를 새로운 세대의 다양한 서브컬처와 연결시키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들을 ‘불온’하고 ‘오염’된 존재로 여기는 시선에 질문을 던진다. 



《빈랑시스檳榔西施》(2021)의 ‘챕터2(chapter2)’, 포털과 빈랑시스



  여기에 작가는 SF적 상상력을 첨가한다. 성노동자를 가르는 이분법에 완전히 포함되지 않는 빈랑시스는 “의미가 어긋나 뻥 뚫려버린”구멍이자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 가능한 ‘포털’ 속을 오고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영상 속에서 구현된 포털을 지나치는 빈랑시스는 “나는 다른 몸과 얼굴로 계속해서 이 세계로 돌아왔어.”, “우린 깨끗하고 용감하게 살 거야.”라는 말을 남기며 ‘오염’이라는 의미 사이를 점프한다. 이 포털의 이미지는 다시 전시장 내에 위치한 원형의 푸른 창과 이어지며 현실의 우리가 포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해보게끔 유도한다.


전시장 내부에 위치한 원형의 푸른 창 

  <빈랑시스 챕터 1과 2>은 <빈랑시스 챕터3 스케치>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이론적 토대 위에 세워진 영상이다. <빈랑시스 챕터3 스케치>는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 <빈랑시스>의 마지막 챕터로, 챕터1과 2의 스케치 영상이자, 작가가 연구한 다양한 생각과 자료들을 공유한다. 무니페리는 ‘장소, 틈, 오염’이라는 키워들을 다양한 문헌을 통해 살펴보고, 이를 ‘떨어짐’ 그리고 ‘타락’의 개념과 연관 짓는다.


<빈랑시스 챕터3 스케치>(2021)

  씨알콜렉티브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유진영은 무니페리의 《빈랑시스檳榔西施》를 다음과 같은 글로 마무리 짓는다. “지난 봄,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성매매 집결지가 완전히 철거된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철거 소식을 듣고 소식을 듣고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곳이 이제 사라졌다고 환호를 보내고, 사건을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로 치장했다. 그러나 사건 내부의 누군가에겐 분명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곳에서 쫓겨난 이들은 모두 어디로 사졌을까?…그들이 어디에 있을지 상상해본다. 혹시 ‘포털’의 장력에 휘말려 다른 시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그곳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서사를 조각내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즐거운 장면을 그려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들은 정말 포털을 지나 다른 세계에 도달한 것일까? 무니페리와 빈랑시스들의 건넨 질문이 푸른 창에 비친 세상을 맴돌았다.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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