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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트 플랜트》, SeMA 창고

객원연구원


리스펙트 플랜트

2021.9.23-10.03

SeMA 창고



서울시립미술관은 9월 9일부터 11월 14일까지 시민큐레이터의 전시를 SeMA 창고에서 진행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2015년부터 미술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매년 큐레이터 양성교육을 진행하는데, 수료생 중 선발된 10명은 전시 개최의 기회를 얻게 된다. 올해는 교육생 150명 가운데 116명이 양성교육을 수료하였으며, 선발된 10인의 시민큐레이터는 전시 지원금과 더불어 실무워크숍, 자문, 홍보 등을 지원받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큐레이터들이 준비한 전시인만큼 ‘여럿이 만드는 미래, 모두가 연결된 미술관’이라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비전을 실현하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겠다. 

 

글에서 소개할 《리스펙트 플랜트》는 송유빈 시민큐레이터의 기획으로 인간과 식물간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각 작가는 식물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왔으며, 이들은 인간이 식물을 바라보고 관계 맺는 방식을 다각도로 제시하고 있다. 



이예은, <반려식물>, 2021, 디지털프린트_종이와 천, 초록 천, 목재



여러 개의 커튼이 있고, 그 커튼을 걷어 통과하거나 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시의 특징이었는데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커튼은 하나의 공간을 이루고 있다. 이예은의 <반려식물(2021)>이다. 커튼을 걷고 들어가면 붉은 천이 매어진 나무가 인쇄된 여러 장의 천들이 마치 나무처럼 동그란 공간을 만들고 관람객은 그 가운데 놓여진다.   




장가연, <그린 룸Green Room>, 2021, 가구와 식물, pvc, 알루미늄, 철제 플라스틱, 천




다시 커튼을 걷어 앞으로 나아가면 넓은 공간 한가운데 장가연의 <그린 룸Green Room>(2021)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반투명 커튼으로 둘러싸인 이 방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커튼을 걷어야 한다. 두 평 남짓한 작은 방에는 책상, 의자, 침대 등 일상적인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셀렘, 아레카야자, 산세베리아 등 흔히 가정에서 기르는 식물들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는 이 방을 점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예술, <바질리언Basilian>(2021), 그림책, 아크릴박스, LED조명, 천, 의자, 스탠드



박예솔은 바질을 키우는 데 실패한 경험담을 만화로 그려 제시한다. 곰팡이를 바질의 사인이라 생각한 주인공이 바질괴물 바질리언에 맞써 싸우는 이 그림책에는 대사도 글도 없지만 주인공의 표정을 따라가다보면 언젠가 우리집에서 죽어간 화분과의 기억이 되살아날 것이다. 




박가현, <당신들에게>(2021),디지털프린트_종이와 천, 아크릴, 목재, 식물 부산물

박가현의 <당신들에게>(2021)은 식물 그림, 글을 새긴 나무판, 아크릴에 갇힌 식물 부산물 등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식물은 때로는 아름다운 자연 그림의 소재, 때로는 가구나 도구를 만드는 재료, 때로는 집에 데려와 정성껏 기르는 반려식물이다. 전시의 가장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박가현의 작품은 인간이 식물을 대상화 해온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전시에 참여한 네 작가의 작품은 각각의 작가가 식물과 가졌던, 혹은 갖고 있는 관계를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식물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만큼 식물과 사람 간의 감정적 거리는 좁혀졌다. 이제는 인간이 식물을 대하는 방식을, 그리고 식물 그 자체를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송유빈 큐레이터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전시이다. 


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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