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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광 : 집우집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객원연구원

MMCA 청주프로젝트 2021 

천대광 : 집우집주

2021.9.17-2022.7.24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천대광, <집우집주>, 2021


  올해 9월 17일부터 내년 7월 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잔디광장에서 천대광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천대광 : 집우집주》로, 매년 청주관 야외공간에 국내 작가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MMCA 청주프로젝트’일환으로 진행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주’라는 단어는 ‘집 우(宇)’와 ‘집 주(宙)’로 구성되어 있다. ‘집’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 전반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세계, 더 나아가 우주의 흐름을 담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9월 16일에 열린 간담회와 전시 투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먼저, 윤범모 관장의 환영인사가 있었다. 윤범모 관장은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 큐레이터와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이어서 현오아 학예연구사와 천대광 작가의 인사가 있었다. 현오아 학예연구사는 작가와 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천대광 작가의 작품은 일상의 공간을 전혀 다르고 새롭게 지각할 수 있도록 하며, 건축 작업처럼 보이긴 하지만 일반적 건축설계 과정을 따르지 않고, 직관과 경험을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번 프로젝트 신작 <집우집주>는 작가의 도시 프로젝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제목의 ‘우주’라는 단어가 ‘집우 집주’로 이루어져 있듯이, 이상 도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업을 선보인다. 천대광의 <집우집주>는 한국의 대종교 경전인 『천부경(天符經)』과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 ‘카발라(Kabbalah)’의 생명나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를 토대로, 국내 및 아시아 집들을 새롭게 창조하고 어디에도 없는 가상의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현오아 학예연구사와 천대광 작가가 전시에 대한 설명을 진행 중이다.


  천대광의 작품은 단순히 ‘이상적’인 집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현오아 학예연구사의 설명에 따르면, 작가가 구현한 집의 형태는 무분별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현재의 혼종사회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작품의 모델이 된 기존의 건축물들은 ‘국내 건축물’과 ‘아시아 국가의 건축물’이라는 두 갈래로 나뉘게 되는데 이들 모두 화려한 색감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지만, 복잡하게 얽힌 사회 문화의 양상이 그 이면에 위치하고 있다.  


  작품 소개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한 기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작가님이  이상적인 공간과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셨는데 작가님이 생각하는 이것에 대한 답은 무엇인지? 그리고 두 번째는 이 전시가 ‘천부경’, ‘카발라’와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작가는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상도시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풍족한 생활을 유지하는데, 통치자가 누군지 모르는 그러한 세상. 그러한 형태가 이상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천부경과 카발라에 대한 부분을 간단히 말하면, 이를 심도 깊은 연관관계를 가진 형태로 완벽히 구현할 수는 없었다. 다만, 조각품들의 배열 상 카발라의 생명나무와 비슷하게 구현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현오아 학예연구사는 “천대광 작가는 예전부터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이다. 따라서 이상도시 사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천부경’과 ‘카발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 우주가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종교이기 때문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천대광 작가가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이어서, 현오아 학예연구사의 전시 투어가 이루어졌다. 국내 건축물을 기반으로 제작한 작품은 <건축적 조각/보잘것없는 집/가파리 40번지>와 <건축적 조각/양평터미널>로, 전자의 경우는 화려한 외면의 건축물에서 거주하지만,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가파도민들의 모습을 나타냈으며, 후자의 경우는 경기도 양평버스 터미널의 외관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양평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건축적 조각/양평터미널>의 재료는 골함석이다. 골함석은 1970년대에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이제 골함석 지붕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우리는 그보다 더욱 발전된 형태의 지붕아래서 살게 되었다. 이에 대해 작품은 우리에게 그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




현오아 학예연구사가 전시 투어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천대광, <건축적 조각/보잘것없는 집/가파리 40번지>, 2021



천대광, <건축적 조각/양평터미널>. 2021



  반면, <건축적 조각/후천개벽 탑>은 청주 탑동에 위치한 ‘탑동양관’이라는 건축물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이 건축은 불교 건축과 근대기 서양 주택의 양식이 혼합된 형태라고 한다. 작가는 이 건축물에 ‘후천개벽’사상을 담아 작품을 완성하였다. ‘후천개벽’은 하늘과 땅이 열려, 평화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천대광, <건축적 조각/후천개벽 탑>, 2021


  이제 작가는 국내를 벗어나서 아시아의 다양한 나라에 눈을 돌린다. <건축적 조각/다리 없는 집/캄퐁 플럭의 수상가옥 1-3>은 캄보디아 의 수상가옥을 모티프로 하여 만들어졌다. 물 위에 떠있는 듯 한 화려한 색채의 수상가옥은 여행객들에게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이 수상마을은 역사적으로 가난한 자들의 피신처였고 지금까지도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라고 한다. ‘이상적인 공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천대광, <건축적 조각/다리 없는 집/캄퐁 플럭의 수상가옥 1-3>, 2021


  <건축적 조각/수랏타니의 집>은 태국의 수랏타니 탈라드 마이 로드에 있는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생적인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들의 문화 중 하나인 건물에서는 불교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태국에서는 각각의 요일을 관장하는 칠일불(七日佛)개념이 있는데, 일곱 부처가 각기 다른 일곱 가지의 색을 상징하게 된다. 이 건축물도 이러한 태국의 색채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천대광, <건축적 조각/수랏타니의 집>, 2021


  <건축적 조각/크노르 벤치>의 ‘크노르(knorr)’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Unilever)'의 산하 브랜드 이름이다. 이 브랜드 제품은 동남아 국가에서 원활히 유통되고 있다. 작품의 화려한 색감은 이 브랜드의 로고 색과 임의로 추출한 동남아 건축물들의 색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유니레버’의 역사를 돌아보면, 식민주의와 큰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예쁘게 칠해진 벤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국적 기업의 강력한 힘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천대광, <건축적 조각/크노르 벤치>, 2021


  마지막으로, 6가지 색채만으로 구성된 집인 <건축적 조각/공허한 빛의 집/RGBCMYK 유리집>이 자리 잡고 있다. 6개의 색상은 우주와 만물의 기본 요소와 메커니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다른 건축조각들과는 달리, 온전히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상적 공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천대광, <건축적 조각/공허한 빛의 집/RGBCMYK 유리집>, 2021


  투어를 마치고 나서, 다시 한 번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작가는 “작품에 다양한 문화 양상이 드러나는데 공통된 ‘일상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과 연결 지어서 작가님이 생각하는 ‘일상성’이란 무엇인지?”라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집이라는 것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포함된 공간이다. 그런 부분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다 보니까, 세계 여러 나라의 건축과 그와 관련된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관심 있는 행위들을 해나가다 보니 그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 일상성이 작품에 드러나게 된 것 같다. 또한 깨끗하고 팔기 좋게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반감이 있다. 작품을 만들 때 수작업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그 자체가 작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이것 또한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앞에서 천대광 작가가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작가가 제시한 작품들은 단순히 조형적인 아름다움만을 표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양상의 건축조각들을 보여줌으로써,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과 장소 개념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윤란 rani7510@naver.com

                                                                                                       동영상 : 김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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