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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윤 : 혀와 손톱》,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객원연구원

구지윤 : 혀와 손톱
2021.8.3-9.25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아라리오갤러리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는 오는 8월 3일 구지윤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구지윤 작가는 구축과 해체로 표상될 수 있는 도시라는 거대한 이미지, 흐름, 속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도시는 생명체적 속성을 지니며 작가는 이러한 대상에 천착한다. 이번 전시 <혀와 손톱>에서는 작가의 시선이 담긴 18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전경

28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는 전시 소개를 위한 기자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전시소개, 작가의 작품 소개, 작가와의 대담 순으로 진행되었다. 


구지윤 작가 


Senior, oil on linen, 290.9x218.2xm, 2021

이하 구지윤 작가 발언
작품들은 풍경 속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화면 위에서는 공사 현장의 이미지를 정확히 그리기보다는 쓸어버리고 혼용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어떤 작업에서는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어떤 작업에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뒤엉킨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결국 장소가 갖고 있는 시간과 숙명에 관한 이야기인데, 장소가 가진 수명이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점이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Tongue & Nail, oil on linen, 290.9x218.2cm, 2021

작품 혀와 달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대조적인 속성을 갖는다. 혀는 축축하고 탄력 있고 한곳에 머물러 있는 기관인 반면 손톱은 상대적으로 빠르고 건조하고 탈락하고 버려지는 것이다. 이런 대비되는 부분은 도시를 바라보는 변화된 가치의 표현이기도 하다. 



구지윤 작가

Q. 작업계기는?
A. 대학원때의 고민의 결과물이다. 2008-2010 유학 시절 월스트리트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이후 24시간 진행되는 공사장에 관심이 갔다. 비극의 장소이지만 관광의 대상으로 변화된 점이 감정적으로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주변 장소가 관광지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며 구체적으로 끄집어낼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현장의 과잉된 에너지를 화면에 표현하고자 했다. 이 점이 작업의 시작점이다. 

Q. 제목이 구체적인 이유는?
A. 작업 진행 중간에 제목을 넣는 편이다. 무제와 같은 제목은 회화를 감상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 생각된다. 제목이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쉽게 받아드리고 나름의 방식대로 대상을 찾는 재미도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제목들과 같이 추상과 구상이 섞여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라 생각된다. 

Q. 사루비아 다방의 개인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2년 전 즈음 두산갤러리에서 아파트라는 전시를 진행하였다. 그 시기에는 두상과 같은 형상의 아웃라인이 분명히 들어간 작업들이었다. 그 이후로 얼굴을 조금 더 추상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예전에는 특정 대상에 대한 소란스러움의 표현이었다면 이번에는 도시의 시간, 새것, 오래된 것, 부서진 것에 시간을 집어넣었다. 이는 앞선 대조되는 속성들의 세계가 화면에 병치되어 있는 것이다. 

Q. 시간성을 어떻게 화면에 표현했는지?
A. 좁은 의미에서의 시간은 건물의 수명 시간이라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인 기억 속 장소(아파트와 같이)를 다시 방문하여 느낀 것들을 표현했다. 개인적 경험 속 장소 자체가 시간이라 생각된다. 


전시전경

구지윤 작가는 구축과 해체를 통해 끊임없는 변화하는 생명체적 속성을 함유한 도시라는 대상이 파생하는 다양한 감정에 집중한다. 특히나 시간이라는 변화되는 횡의 축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윤회적 도시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특이적 감정에 작가는 집중한다. 이 감정들은 메트로폴리탄을 살아가는 동시대 현대인들의 공통 감정과 감각을 공유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화면으로 치환한다. 


Good Morning, oil on canvas, 76x60cm, 2020

치환된 화면 안에는 반복되는 붓질의 패턴, 수직(종)의 정서, 원형의 정서, 붓질의 날카로움과 같은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화면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연결과 절단의 표현, 결합하고 해체되는 형상, 쌓아 올라가는 상승감과 이를 방해하는 수평의 공격, 강하고 뾰족한 붓질과 대조되는 연약하고 무딘 얇은 선. 이러한 대조적인 구성들과 형상들을 화면 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은 분해되고 해체되어 개별적 형상들이 저마다의 속성을 발산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우리)가 도시를 관찰하듯 혹은 역설적이게도 거대한 울타리 안에 우리를 가둔 도시의 시점으로 화면을 본다면 관찰자들은 화면 안 회화의 본질이 선사하는 유희와 감정적 요동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또 하나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Magic Pencil, oil on canvas, 193.9x130.3cm, 2020


Magic Pencil(세부), oil on canvas, 193.9x130.3cm, 2020


Magic Pencil(세부), oil on canvas, 193.9x130.3cm, 2020

이는 화면을 하나의 결합 형상 혹은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해서 본다면 우리의 얼굴(형상)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화면과 같이 우리는 감정들을 감추고 지우고 분해하고 해체하지만 숨길 수 없는 투시 현상의 표현이다. 진행 상태의 공사장을 비계와 공사 천으로 가리지만 완전히 은폐, 엄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같이 그의 작업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도시,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대한 유기체의 공사장을 바라보는 작가와 현대인들의 날것의 감정들과 심리들의 언어이다. 감추려 하지만 감추어지지 않는, 도시를 바라보며 획득하고 공유한 현대인의 감정들이 얼굴의 얇은 표피를 뚫고 나오듯 그의 작업 역시 그 순간을 포착해낸 영민한 회화이다. 


drrrrr, oil on canvas, 53x45.5cm, 2020

그의 작업들은 점, 선, 면, 색들이 서로 뒤엉켜있다. 화면은 파괴와 생성이 반복되는 도시라는 무미건조한 공간에서 기인한 복합적 상념들과 같이 혼재되어 있으며, 서로 침범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서로 스며들고 흡수되는 유기적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화면 내에서 끊임없이 변화되며 각각의 요소들이 유기적 관계를 통해 생산해내는 각색의 조형 언어들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에너지, 균형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균형과 에너지는 새로운 우주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코스모의 반복과 같이 영생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결국 이러한 윤회하는 심리적 풍경의 중심을 잡는 일이 바로 작가의 숙명이며, 작가가 가진 힘이며 그만의 언어이자 수행의 목적일 것이다.  


전시전경

이번 전시 타이틀인 <혀와 손톱>은 작가의 작업 세계를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이다. 큰 틀에서 생성과 소멸이라는 도시의 속성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손톱이 함유한 속성과 공유된다. 손톱은 유기적 조직체인 인간이 생성해내는 단백질의 단단한 구조이다. 이는 도시 속에서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과 구축되는 건물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손톱은 생성 이후 인간의 자의이든 자연적이든 탈각의 과정을 거쳐 소멸의 과정으로 진입한다. 이러한 과정은 도시의 순환과 맞물려 있는 지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혀는 이동하지 않으며 탈각되지도 않는다. 축축하며 인간이라는 생명체에 기생하며 욕망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혀가 지닌 속성은 도시 속 인간과 결을 같이 한다. 이렇듯 전시 타이틀이자 작품의 제목인 혀와 손톱은 작가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곳을 살아가는 저마다의 감정들의 메타포일 것이다. 


Even at This Moment, oil on canvas, 227.3x181.8cm, 2021

구지윤 작가의 시선을 회화적 언어로 녹여낸 18점의 신작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혀와 손톱>은 오는 9월 25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건형 twow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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