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보더리스 사이트》, 문화역서울284

객원연구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 이하 공진원)이 주최하고 정림건축문화재단(이사장 김형국, 이하 정림)이 주관한 기획전시《보더리스 사이트 Border-less.site》가 3월 17일부터 5월 9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다. 

《보더리스 사이트》展은 코로나 19로 국가 간의 경계가 강화되고 타지에 대한 배타성이 커진 오늘날, 뉴노멀의 시대를 맞이하며 ‘경계’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신의주-단둥’지역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교류와 월경의 흔적이 활발하게 이어져 온 접경지역이다.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국가의 경계에 혼재되어있는 서로의 문화와 시간의 흔적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관람자들이 신의주와 단둥에 대한 ‘경계 없는 경계’의 의미와 심리적 경계를 낮추는 경험을 제공한다. 

총 세 개의 파트로 구분된 《보더리스 사이트 Border-less.site》에는 신의주-단둥에 대한 총 18점의 신작이 전시되었고, 건축 2팀, 디자인 2팀과 함께 참여한 현대미술 그룹은 설치미술,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된다. 전시 구성은 신의주-단둥지역의 리서치 섹션을 도입부로 삼아, ‘접경지역, 혼종의 시간’, ‘타자화, 인식의 사각지대’, ‘경계에 대한 수행적 시도’등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시 기간에는 서현석, 김황, 김보용 작가의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이 경계지역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우리 삶 안에서 비춰 볼 기회를 제공한다. 

식순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승배 본부장의 인사말, 정림건축문화재단 박성태 예술감독의 전시소개, 이홍규 팀장, 전민경 책임, 신제현 작가, 임동우 작가가 참석하였으며, 정림건축문화재단 김보현 큐레이터의 전시투어 및 설명이 진행됐다.

이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승배 본부장은 “이번 전시는 다양한 문화와 끊임없는 교류가 공존하는 북경지대인 신의주-단둥지역에 관한 이야기로, 이 접경 공간을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 작가들의 시선을 기반으로 미래의 남북관계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기획됐다.”라고 말했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의 박성태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신의주-단둥의 접경지역만이 갖는 불연속적이고 혼종된 시간성에 대한 지역 상상력을 불러내어, 우리 사회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있는 시선들을 들여다보고, 단절이 아닌 ‘연결’로서의 경계를 탐구한 전시”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학자, 문화인류학자, 건축가 등과 함께 진행된 리서치 작업을 바탕으로, 신의주-단둥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아닌 작가들이 실제 장소를 ‘직접 답사’하여 관찰된 사실에 근거해 각자의 생각과 태도를 풀어나가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박성태 예술감독은 현재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상임이사로 재직중이며,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을 역임, 이외에도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 미술관에서 다수의 전시를 진행하였다. 

전시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관람객을 위해 온라인에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www.border-less.site)이 함께 마련됐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작가가 영감을 받은 참고자료들이 작품과 함께 준비되어 있어, 온라인 플랫폼 방문객은 오프라인 전시장과 또 다른 작품 감상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전시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문화역서울 284 누리집 (www.seoul284.org), 문화역서울 284와 정림의 공식 SNS채널, 《보더리스 사이트》온라인 플랫폼(www.border-less.site)에서 살펴볼 수 있다. 참여작가는 김보용, 김주리, 김태동, 김 황, 라오미, 맛깔손, BARE, 서현석, 신제현, 이원호, 임동우, 이주용, 이해반, 전소정, 정소영, 최윤, 코우너스, 황호빈으로 설치, 영상·미디어, 회화, 퍼포먼스 등 18인이다.

■주요 작품
‘신의주-단둥’ 접경지역에서 일어나는 공식적/비공식적인 다양한 교류와 협력의 역할을 가진 경계의 공간적 특성에 새로운 이야기로서, 열린 경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기획된다. 전시 준비 기간은 2019년 5월 첫 답사를 시작으로 진행되었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겨울에 18명의 작가가 함께 단둥을 답사하였다. 전시는 다음의 세 파트로 나누어진다. 

A. 북한의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단둥지역을 답사한 작가들의 접경 지역에 대한 개인과 집단 속 여러 태도를 성찰 : 신제현, 최윤, 임동우, 김태동, 김주리, 이주용, 맛깔손, 코우너스
B. 남한과 북한, 북한과 중국의 갈등 속에 여러 민족의 정치적 태도와 허구적 경계, 개인과 집단적 인식의 오류를 통해 지속해서 공유할 수 있는 본질적인 특성을 탐구 : 황호빈, 서현석, 김황, 이원호, 이해반
C: 국민국가의 합일된 시간성과 달리 불연속적이고 혼종적인 시간성을 통해 경계를 뛰어넘는 수행적 시도 : 바래, 김보용, 정소영, 라오미, 전소정



▶B: 황호빈 <튜브맨 어드벤쳐>, 2021, 비디오 게임, PC, 가변크기
황호빈의 <튜브맨 어드벤처>는 튜브맨이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사회적 오해, 이해를 벗어나는 게임을 통해 개인을 개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집단으로 인식하는 한국 사회 안에서의 ‘경계’를 ‘관계’로써 고찰해 보는 작품이다. 이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 ‘개인’으로서의 답을 해도 그가 속한 ‘집단’(조선족)으로 받아들이는 경계에서 ‘튜브맨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는 게임을 통한 관객과 캐릭터 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 판단과 선택이 캐릭터에 다양한 경험을 구현하여, 다층적인 의미 관계를 작품에 형성한다. 이를 통해 경계와 충돌지역에서 존재가 부정되어온 개인과 관람객의 다양한 이야기가 수용된다. 이와 함께, 기존의 제한된 소통과 집단적 인식의 오류에 의해 발생한 문제의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근본적인 행동 변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한다. 



▶C: BARE <보더 인 모션> 2021, 가변크기
<보더 인 모션>은 BARE 건축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단둥의 150여 년(1870~2020)의 거시적인 역사의 궤적에서 한국과 단둥-신의주 경계지역의 숨겨진 미시적인 역사를 중첩해 경계가 조건에 따라 일시적으로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한 작업이다. 작가가 방문한 단둥-신의주 경계에서는 국적과 집단에 주어지는 선택의 조건에 따라 현재 남한, 북한, 중국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경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둥의 역동적인 경계의 긴장감에 기여하는 정치적 결정에 다양한 국적과 집단의 복잡한 조건에 대한 균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연도별로 공간 센서가 설치된 트랙은 거대한 흐름 속에서역사적 사건과 개인들의 장면을 반영한다. 관람객들은 직접 트랙을 따라 장치를 미는 행위로 참여한다. 이를 통해 권력 관계에서 배제되었던 다양한 개인의 행위에 관한 미시적 역사에 관한 새로운 판단이 제안됨을 알 수 있다. 







▶안창모(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리서치 섹션
위의 작품과 같은 공간에 중첩되어있는 리서치 섹션은 건축역사학자인 안창모 교수가 경의선의 역사, 단둥의 근대건축물, 수풍댐의 건설 과정을 비롯한 도시 발전 과정의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두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 특히, 안창모 교수가 오랫동안 수집한 엽서와 여러 지도와 함께, ’수풍댐 관련 사진첩‘이 ’국내 최초‘로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수풍댐은 1904년 러일전쟁으로 만주에 배타적 권리를 차지한 일본이 중일 전쟁용 군수산업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된다. 신의주에 수풍댐이 건설되는 과정에 대한 사진첩은 일본제국주의에서 비롯된 “힘과 기술의 상징”을 보여주며, ”한반도와 만주를 둘러싼 치열한 세력다툼“에 대해 증명한다. 이날 김보현 큐레이터는 ”수풍댐 사진첩의 스포일러는 ’수풍댐 사진첩의 기능을 다하면 반드시 소각할 것‘이라는 일본어로 적힌 빨간 글씨”라고 말하며, “일본 자신을 광고하고 싶은 시작임과 동시에 이것이 제국주의의 산물임을 반증하고 있는 사진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 신제현 <회전하는 경계>, 2021, 퍼포먼스, 2채널 영상, 사운드, 5분 30초, 가변크기. 
<회전하는 경계>는 외부인들에게는 제한된 풍경만을 드러냄으로써 쉽게 타자화되는 단둥과 신의주의 접경지역의 경계에 대한 허상과 실체 사이의 인지 부조화에서 개인의 주체적 역할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단둥에 현장 답사하여 관찰한 압록강 건너에 보이는 “태양 호텔”은 이데올로기 선전용 건축물이 아닌 살림집(아파트)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불투명한 시선”을 레일 위의 원형구조물과 원형구조물 안의 작은 방에서 일어난 퍼포먼스 영상으로 표현된다. 또한, 작가는 구조물 안의 공간을 북한과 한국에 수출되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물건들로 조합하여 퍼포머의 움직임에 따라 영화 인셉션의 “중력을 바꾸는 듯한 효과”를 내고자 했다고 한다. 이러한 시각적 배열 조합을 흐트러뜨리는 퍼포머의 움직임은 접경지역의 특수성을 안보 관광으로 되파는 편향된 경제적 요인과 경계에 대한 부정적 표상을 재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퍼포먼스 영상을 바라보는 관람객은 “우리가 기대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미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을 받는다. 이는 주체적 힘에 위치를 찾아가는 것으로, 낙인찍혀 가려진 사실을 판단하는 행위에서 나타난 인간의 인지적 불완전함과 이를 둘러싼 사회구조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날 신제현 작가는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직접 답사한 단둥 현장에서도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고 말하며, “태양 호텔에 대한 가짜정보는 마치 상상력에 의해 와전된 정보를 만드는 영화와 연극적 요소와 닮아있다고 생각되어, 안과 밖에서 구조물을 움직이는 사람 영상에 대해 촬영하는 방식을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간접성이 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고 말했다. 



▶A: 최윤<탈출 판타지아>, 2021, 3채널 영상, 사운드, 54분, 시트지에 프린트 
<탈출 판타지아>는 사회의 통제가 만든 부정적인 태도에서 정의되기 어려운 접경지역의 불규칙하고 혼종된 경계 공간의 시간성을 판타지 장르로 전환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국의 단둥에서 유람선을 타고 주요 경계지역을 답사한 작가는 유일하게 카메라로 찍은 북한의 영상을 탈북한 이야기를 담은 한 유튜버의 목소리와 교차하여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상과 이야기가 결합하여 있으나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포착한다. 또한, 탈출에 대한 목소리와 경계지역에서의 작가의 경험을 담은 이미지 사이를 아우르는 전체의 기이한 사운드는 접경지역의 특수성에 대한 “상상력과 두려움”을 촉발한다. 이와 동시에, “분단이 만든 집단 탈출에 대한 꿈과 그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기이하고 낯선 영상에서 범람하는 탈출 이야기와 접경지역에 대한 일상적 관념은 “탈북”, “조선족”, “경계지역에서 장사하는 자” 등과 같이 카테고리화된 인물이나 사건 등에 존재하는 애매한 지점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필요로 한다.





▶A: 임동우<복수 간판>, 2021, 플렉스 돌출 간판
<복수 간판>는 중국과 한반도의 문화를 형성하는 개인과 집단의 행동 양식과 이에 대한 물질적, 정신적 산물을 맵핑하여, 경계 도시 단둥에 분포하고 있는 한반도 문화의 공통된 속성을 파악한 작품이다. 전시장에 있는 규칙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쌓여 있는 간판에 중국어가 혼재된 한글과 조선어는 경계 도시에 있는 중국인, 한국인, 북한 화교 등의 다양한 민족적, 정치적 배경을 하나로 묶어주는 다의적으로 배열된 언어의 존재성을 보여준다. 간판의 뒷면은 작가가 그동안 경계 도시의 변화 방식과 그에 따른 건축물 유형 변화에 관해 진행한 ’도시 리서치‘가 있다. 이날 임동우 작가는 “건축가로서 단둥에 직접 답사한 후, 북경 주위에 느껴지는 생경한 이미지를 발견했고, 우리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문화적 부분에 대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며 리서치 작업에 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구조물 안쪽에 설치된 리서치 작업에 대해 “한글, 조선어, 중국어가 같이 발생한 간판이 도시에 위치하는 방식에 대해 마킹하면서 알게 된 고려인, 북한, 조선인들이 밀집된 단둥과 신의주의 상업 활동지역에 대해 객관적으로 비교한 도시 데이터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계지역에서 하나의 사회공동체로서, 혼종된 언어를 이해하고 그 의미에 대한 상호작용을 통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접경 도시와 사회의 기능에 “경계 없는 경계 방식”이 적용된 결과로서, 합성된 언어를 통해 공간화된 시간 사용 방식에 이질적 해석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 이해반 <압록강에서>, 2021, 캔버스에 유채, 230*720cm ,<압록강>, 2021, 캔버스에 유채, 60.6*40.9 cm 8점 #1-8 ,<무지개를 누는 조각상>, 2020, 오크나무, 볼트와 너트, 170*65*70cm, <진흙투성이의 개천을 건넌 조각상>, 2021, 오크나무, 볼트와 너트, 170*65*70cm
이해반의 <압록강에서>은 작가가 여러 경계를 관찰하면서 만들어낸 이미지들을 픽션너리 게임(pictionary game)을 통해 표현된 단둥의 경계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이고 시각적인 형상과의 연속선상에서 다시 질문을 던지며 재맥락화한 작품이다. 전시장에는 압록강을 직접 방문한 뒤, 작가의 허구와 아이디어 속에서 형상화된 특정한 대상과 풍경은 “리서치를 통해 체험 및 기록하는 과정”,“관찰 및 답사의 과정”,“전시를 위한 작품 창작”이라는 세 단계의 큰 틀 안에서 시도된다. 압록강변의 풍경과 조우하는 작가의 일련의 관찰된 대상들은 여러 이젤 위에서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듯 존재 상태나 위치의 변화를 일으켜, 관람객의 관점 변화를 유도한다. 이날 김보현 큐레이터는 작가가 “이젤”을 하나의 “키워드”로 가져온 이유에 대해 이번 전시의 “메타적 의미”가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압록강 변에서 신의주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점에 대해 누드 크로키할 때 누군가를 타자화하거나 대상화하는 태도에서 유사성을 발견하여, 관찰 대상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예술가의 주관적 생각을 담은 “종이 위에 그려진 대상”으로서만 남는 것이 아닌,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여 “관찰된 대상”에 대한 하나의 통일된 행위에 대해 사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픽션너리 게임(pictionary game): 사회자가 제시한 개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퀴즈



▶A: 김태동 <On The River>, 2021, 레일 설치 연속 사진, 13*19*270cm
김태동의 <On The River>는 역사와 이념의 프레임 안에서 접경지역에 대해 철저하게 타인이었던 작가와 카메라의 기록과정을 통해 경계선의 “선”의 존재 위치와 선 위에서 반응하는 응시자의 태도를 되짚어보는 작품이다. 전시장에는 북한의 신의주와 중국 단둥의 국경이자 지도상의 경계선인 압록강 위에서 촬영한 사진이 작가가 편집과정에서 행한 “도덕적 검열”을 통해, “여러 방식의 연속된 시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사진은 전시장 벽을 따라 재조합된다. 이날 김태동 작가는 “작은 도시의 풍경에서 느낀 일상의 순환, 초소의 군인들과의 긴장감, 섬뜩함 등 감정의 흐름이 ’보트 위에서 촬영한 흔들린 사진들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사진을 다른 시간대로 배열을 변경하여,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보현 큐레이터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기록적 성격뿐만 아니라 기록하는 행위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A: 코우너스 <즐거운 여행하세요>, 2021, 휴대용 휴지 판형
그래픽 디자이너인 코우너스의 <즐거운 여행하세요>는 중국의 단둥을 방문할 당시, 일본 여행객과 달리, 남한 여권으로 북한의 신의주 여행을 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여행의 필수품인 휴대용 티슈를 통해 ‘경계 없는 경계지역’에 대한 의미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장에 관람객은 “자유관광객”으로 설정되어 직사각형 형태로 쌓여 있는 5천 개 정도의 휴대용 티슈와 마주한다. 관람객에게 증정되는 휴대용 티슈는 작품에 흔적을 남기며, 관찰된 경계지역에 대한 작가의 경험된 사실을 넘어서 관람객의 상상력을 작품에 다시 불러일으킨다. 또한, 관람객은 실제 여행 물품인 티슈의 귀퉁이를 만져보며, “현실의 경계와 한계”를 공감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경계 없는 경계 지역”에 대한 자신 생각의 차이를 수용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C: 정소영 <이미륵의 거울>, 2021, 은거울 용액, 유리, 철, 150*80cm 3점, 120*80cm 2점, 60*80cm 1점
정소영의 <이미륵의 거울>은 20세기 소설가인 이미륵의 압록강 건너의 고향에 대한 기억과 21세기 팬데믹으로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는 현대인 사이에 흐르는 시간을 거울, 유리, 물 등 실재하는 물질을 통해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에 대한 소설에 압록강 건너편에 있는 신의주를 바라본 작가의 마음과 신체의 거리감에 대한 경험에 대해 거울 안의 은 용액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유리가 투명하게 되는 것’과 ‘거울에 반사되는 것’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의해 탐구된다. 이러한 “빛으로 변화한 물의 흔적”을 통해, 2020년 펜데믹으로 생긴 경계와 심리적 거리감이 “어떻게 기억을 재구성하는지”를 탐구한다. 이러한 거울은 다시 관람객들이 있는 전시장을 비추면서 20세기 이미륵과 21세기의 관람객의 경계에 관하여 느끼게한다. 이날 김보현 큐레이터는 “이미륵 소설의 연작으로서, 작가가 압록강 전에 서서 바라본 경계지역에 대해 우리가 지금 어떤 경계선 안에 있는지, 그리고 그 경계가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라오미<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 2020-2021, 캔버스에 분채, 182*227cm
라오미 작가의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는 시나리오 속 장소를 연출했던 작가의 영화미술과 무대미술의 경험이 활용된 회화 작업으로서, 단둥의 항구로 유입된 근대문화로 인해 산업도시로 성장한 단둥과 신의주의 과거의 흔적에 대한 이미지를 현재의 시간성과 함께 디오라마 형태로 재맥락화 한 작품이다. 신의주의 쌍둥이 도시인 단둥을 답사한 작가는 이 두 도시의 탄생과 성장 배경에 남아있는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적 사건과 이를 위해 유용된 도시 건축물과 공장의 흔적에 주목한다. 이러한 역사적 이미지는 화면 위에서 “번안의 행위”를 통해 존재가 재맥락화 되어, 회화적으로 장면화된 현재의 내용으로 담긴다. 이는 “번안되기 전의 원형을 찾아가는 탐색 과정”으로서 행위에 존재하는 시간의 근본적 특성을 인지한다. 이를 통해, 도시에 표류하는 파편화된 일본 제국주의의 욕망을 담은 “이미지의 행로”를 추적하여, 과거에 이미지화된 이데올로기의 존재 방식을 현재의 시간성과 연결하여 파악한다. 이와 함께 전시된 또 다른 병풍 그림의 뒷면에 붙여진 일본에서 생산된 신문과 포댓자루 등의 배접지는 일본에서 단둥으로 이동한 “도상의 변화 방식”을 보여준다. 이날 김보현 큐레이터는 “단순히 남북관계의 문제를 넘어서서 일본의 식민지 시절의 내용을 담아 과거 이미지의 존재 과정을 현재의 연속선에서 되짚어보는 회화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연주자의 협주를 기록하고 관찰하는 카메라맨 



▶C: 전소정 <이클립스Ⅰ,Ⅱ>, 2020, 2채널 영상, 10분 27초
전소정의 <이클립스Ⅰ,Ⅱ>는 견우와 직녀의 설화를 남북관계에 비유한 윤이상의 <더블 콘체르토>의 곡을 해체하여, 미시적 관점에서 분단과 경계에 대한 경험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감각에 관해 탐구한 작품이다. 작가는 견우와 직녀 사이를 특징짓는 은하수의 막연한 거리에서 “남북의 관계”와 그 속에서 존재하는 개개인의 “심리적, 물리적 경계”를 발견한다. 이는 남한의 하프 연주자와 북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제일 조선인 가야금 연주자와의 협주 영상으로 구성된다. 또한, 두 가벽의 모서리에는 가벽 좌우 화면에 있는 남북 연주자들의 연주 화면이 조응된다. 이는 ‘음을 위한 음’ 즉, ‘이야기가 있는 관계’를 위한 곡의 흐름으로 이미지가 재배열된 것으로 분단된 경계로 인해 흐려져 있는 민족성에 대한 현재 상황을 재고한다. “끊임없이 어긋나는” 서로의 공통된 소재인 반음과 온음의 서로 다른 선택에 반응하는 다양한 힘의 운동 관계를 발견하며, 이러한 현상을 인지하는 자유로운 개인의 경험과 감정에 주목한다. 이러한 음에 대한 개인의 민감성과 심리적 긴장도는 기존의 일상적 반응에 연결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매 시간대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음의 질감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드러나고 감추어지는 찰나의 음의 ‘합치’를 발견하여, 접경지역의 경계에서 동양과 서양의 협주를 넘어, 남북 간의 관계에 대해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상상을 제안한다. 이날 김보현 큐레이터는 “더블 콘체르토의 하프와 오보에 협주를 가야금과 하프로 개작하여, 멀리 있지만,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견우와 직녀의 관계를 상상한 작품.”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이야기를 현재 상황과 중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찰나의 ‘합의’를 ‘이클립스’에 은유했다”라고 말했다. 



▶B: 서현석 <안개 1, 2>, 2021, 각각 퍼포먼스와 VR
서현석<안개1>과<안개2>는 과학기술의 발달 속도와 달리 인간이 만든 관념인 묘연한 경계에 남아있는 규범화된 관습적 태도를 안개처럼 사라지는 유연한 경계를 통해 경계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작품이다. <안개1>은 VR을 통해 불편할 정도로 가까운 타자와의 거리를 좁혀나가며, 타자의 존재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일상적 스케일”의 질서를 넘어 존재하는 마이크로 세계에서의 존재 질서를 살펴본다. 이와 반대로 <안개 2>는 VR을 통해 먼 거리 있는 경계가 흩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국경 넘어 있는 위치를 나타내는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빛의 역동성에 반응하는 인간의 감각 신호를 탐구한다. 이날 서현석 작가는 <안개1,2>에서 사용된 경계에 대한 두 가지 접근 개념을 설명하며, “첫째는 ‘경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으로, VR 속 안개를 통해 경계가 끊임없이 흐트러지는 상황에 관람객이 한 사람씩 퍼포먼스에 참여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는 “절대적 타자로서의 존재하던 경계에 대해 유연해졌던 자신의 단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두 번째 개념에 대해서는 “광학적 월경으로서 몸이 직접 경계를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빛의 통해 보는 행위에 의해서 경계를 넘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간의 심리적이고 물리적 경계와 함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시지각적인 최소한의 자극의 한계가 VR 기술을 통해 관람객의 표현능력을 확장하는 경험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남북의 냉전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 한반도에 대한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의 제국주의의 흔적이 남아있는 동시에, 다양한 민족성이 공존하는 단둥과 신의주 지역의 “경계 없는 경계”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경계에 다양한 유형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배열의 시간성을 부여하는 주체적인 일련의 행동을 시사해 준다. 이를 통해, 다차원의 미학적 공간에서의 행동 가치를 개개인의 삶의 자리와 도시와 사회의 참여 공간에 역설계를 제안하고 있음을 알게한다. 


원고: 이수현
사진: 문화역서울284, 이수현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