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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 I am a person》, 피비갤러리

객원연구원



피비갤러리에 2021년 3월 18일부터 2021년 5월 8일까지 이명미의 첫 개인전이 개최된다. 이번 이명미의 《I am a person》은 개별의 사람이자 독립된 작가로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향하는 자유로운 변주이다. 이는 회화의 원초적 가치와 추상회화가 배제했던 상상의 여백과 상징성을 통해 작가의 자유로운 성격과 개방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기존의 미학적 관습에서 벗어나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다양한 재료를 실험한 새로운 회화형식이다. 또한, 그리기라는 유희에 대한 입체적인 해석과 주체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I am a person》은 의인화된 짐승이 “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중의적 의미 안에서 작가의 특유한 개성을 가치 있게 발현한 것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아울러 관통하는 “사회적 통념”, “풍경”, “사회상”을 함축하고 있다. 이명미 작가는 한국현대미술의 1세대 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1970년대 한국 주류 미술계에 대두했던 개념미술과 실험적인 전위 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특한 회화 의지를 가지고 자신만의 지평을 넓혀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즉흥적인 드로잉 뿐만 아니라, 2019~2020년 신작회화와 2018년 드로잉을 선보인다. 


이날 식순은 피비갤러리 한정수 큐레이터의 진행으로, 작가소개, 대구미술관(2015)과 인당미술관(2019)의 초기작품부터 주요작품 설명, 이번 피비 갤러리 전시소개 후, 질의 응답시간을 순으로 진행됐다.


이명미 작가의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대구미술관, 대구은행,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중구청, 한국기계연구원, 포스코, 홍익대학교 박물관, 부산시립미술관, 현대중공업 등 다수의 기관 및 기업에 소장되어 있다. 



■주요작품



LEAF, 2020, Acrylic on canvas, 181x227cm


<LEAF>는 이명미작가의 선택과 조합에 의한 원색들의 집합 위에서 경계를 아우르는 역동적인 외관의 화초가 ‘LEAF’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작품이다. 그 존재의 구조 속에서 한국현대미술사의 다양한 흐름을 형성하며, “뿌리깊은 자생력”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일상에서 “돌봐주어야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화초는 “수고로움이 덜한“ 외관으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비례로 균형 있게 정렬된 색들과의 ”경계없는 변화“속에서 지속적인 상호 관계를 위한 의미화 과정을 탐구한다. 텍스트와 함께, 표현적이고 상징적인 원색들 위에서 실험된 형상의 본질 탐구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왕실”과 “민초들의 삶”의 “찬란하고 자유로운 색깔”을 통해 다양하게 변화된 환경에서 기존의 존재 구조에 대한 “어떠한 해방감”을 얻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색채가 파토스에 대한 파괴력“을 준다는 이유로 단색파의 금욕적인 색채 사용이 주류를 이룬 1970년대 시기에 ”미학적 관습“에 대한 이명미 작가의 반작용으로서, 끊임없이 전진하려는 ”예술가의 도덕“과 같은 행동 준칙을 탐구한다. 



야간수영(Night Swimming), 2020, Acrylic on canvas, 112.1x145.5cm


야간수영(Night Swimming)은 흑과 백 사이에서 회색 이상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현재라는 시간을 인식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와 미래에 대해 임의적으로 드러났으나 드러나지 않은 실천 방향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앙데팡당 1세대인 이명미 작가의 단색화에 대한 반대작업은 1979년 동경화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데, 여성에 대한 제약이 있었던 문화공보부로 인해 작품을 인편으로 보내야 하는 제도적 한계를 마주한다. 이는 사회구조속에서,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성 작가로서 삶의 의미를 개척해 나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수영과 같은 “수신(修身)”을 지속함으로써, 과거와 미래의 연속선상에서 채워져 있지만 배설되지 않은 “화가의 본질”과 “내면의 색들”에 대한 존재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I am a Person, 2019, Acrylic on canvas, 112x145cm


<I am a person>는 70년대 노자, 장자의 정신주의에 집중한 단색파 1세대의 당대의 관점에 저항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서, “일하는 인간”과 “고민하는 인간”에 대한 “신체의 오지의 균형”을 탐구하고, “산자들의 살아있다”는 개념을 실험한 작품이다. 이러한 이명미 작가의 실천적 실험정신은 두 다리가 제외되어 통합된 색면의 개의 형상을 통해 나타난다. 이는 인간을 정의하는 기능상의 당위에 대한 결정론적 사고와 왜곡된 믿음에서 판단하는 인간과 인간 삶을 결정짓는 조건들을 현재 시점과 일정거리를 둔 “2019 why”를 통해 알 수 있다. 





Landscape, 2021, Mixed media on wood, 244x732cm


<Landscape>은 ‘살아있는 정신’을 통해 기회를 포착했던 순간을 선택하고 조합하여 다면적인 공간 형식에 예술가의 역할을 구체화하여, 변화에 실천적이고 종합적인 태도를 제안한 작품이다. 특히, 작가의 정면을 나타낸 캔버스와 달리, 작가의 옆모습을 나타낸 프레임이 없는 자유로운 천 작업은 용달차 대신 이동하려는 작가의 “실용적인 불편함”에서 시작된다. 이는 프레임 안의 장식적인 가치를 넘어 회화의 가능성에 대한 실천적 삶의 경관을 만들어 가고자 함을 볼 수 있다. 그 예로, 오른쪽 베니어판에는 작가 자신을 느끼게 하는 ‘OCEAN’과 함께, 도덕적 근간이자 초월자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액체가 쏟아지는 역동적인 순간의 “강 같은 평화”가 있다. 그리고, 천 작업 위에 이미 찾아온 “여름(SUMMER)”은 앉을 수는 없으나 ‘사유할 수 있는’ 실천적 행동을 제안하는 “sit down, stand up” 의자를 통해 현실의 공간을 참여의 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왼쪽 작은 흑과 백 사이에 “white, white + a little” 텍스트와 연분홍색의 침천물 그리고, “지구에서 화성을 관찰하는 듯한” 큰 그림 위에 작은 그림은 이명미 작가가 사소한 생각의 차이에서 상상의 다양한 차원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선택을 보여준다.



벽타는 여우, 2018, Pencil, Cotton, Acrylic on Tracing+Coarse paper, Tape, 54x79cm

My name is 쥐, 2018, Pencil, Acrylic on tracing+coarse paper, Tape, 54x79cm

개같은xx들, 2018, Pencil, Acrylic on tracing+coarse paper, Tape, 54x79cm

여우둔갑술, 2018, Pencil, Cotton, Acrylic on tracing+coarse paper, Tape, 54x79cm


<벽타는 여우>나 <My name is 쥐>의 즉흥 드로잉에 있는 바느질과 지움의 방식은 물감과 붓이 종이 위에 만나는“마찰”과 실을 당길 때 생기는 “장력(tension)”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함께,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부정의 방식을 취함으로서, 형상의 본질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이는 새로운 표현 형식에서 적극적인 규정이 어려운 내면적인 원리들을 타자와의 관계에서 드러냄과 동시에, 결집력을 찾아가기 위함이다. 특히, 이명미 작가는 목화씨의 부드러움과 누에의 동물적 차가움을 담고 있는 매끄러움 사이의 “이결된 사소함”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면(綿)실로 박음질된 ‘벽’과 단어 쥐의 ‘ㅈ’은 넓은 차원의 사유의 공간을 보여준다. 게다가, 끊길 듯 이어져온 존재의 시간적 흐름에 장애를 일으키는 위치나 방법에 대해 조음의 구조적 기능과 유비하여 탐구한다. “서술적인 만연체”와 달리, 만화와 같은 압축과 전개 방식을 사용하여, ‘여우’의 말과 행동이 쥐로 타자화된다. 그래서 관계를 통해 생긴 다차원적 공간에서 드러났지만 드러나지 않은 내용과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흑색의 단편적 쥐들 사이에서 흑백의 일관된 기준과 논리를 드러낸 쥐는 대상과 단어에 대해 지워나가는 부정의 방식을 취한다. 그럼으로써, <여우 둔갑술>에서는 다른 체계의 사고방식에 횡단, 결합이 가능한 상태로 바뀐다. 그로 인해, 본래의 여우의 단편적인 형상은 직선과 점선으로 합성된 다형적 전조와 같은 입체적인 구조로 전환된다.




검정콩, 2020, Acrylic on canvas, 130x130cm

이(Lee), 2020, Acrylic on canvas, 130.3x162cm


<검정콩>과 <이(Lee)>는 농부가 파종과 수확의 시기를 아는 직관을 통해 시대적 제도나 조건에 강요된 노동이 아닌 자연의 일부로서 순리를 따르는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주체적이고 창조적 표현이 가능한 ‘상징적 구조’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앞선 즉흥 드로잉에서의 매듭을 풀었을때의 부드러운 곡선과 당겼을때의 힘의 작용으로 박음질에 대한 이명미 작가의 실험적 실천에서 발견된 여우의 ‘다형적 구조’는 무, 콩, 원형의 전체의 통일된 운동 질서 안에 붉은 색의 느슨한 내용으로 전환되어 이(Lee)의 새로운 둥근 구조로 완성된다. 이와 함께, 자연의 불규칙한 리듬에 대한 구조는 기후의 변화를 대비한 일정한 형식이자 작업의 산물로서 우산으로 상징화되어 있다. 이러한 작업의 실험적 실천은 여백에 색면으로 규정된 말과 행동에 대해 무게를 부여함으로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개같이 살지 말자, 2018, Pencil, Acrylic on tracing+coarse paper, Tape, 54x79cm


<개같이 살지 말자>는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이 삶의 질곡에 대한 용감함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체리듬에서 소리를 밀어 넣는 부분과 호흡이 들어갈 부분과의 균형과 조화에 대한 최적의 기교를 나타낸 작품이다. 이를 통해, “옆걸음이던”, “뒷걸음이건”, “앞걸음이건”, “제자리 걸음이건” 계속 나아가는 힘을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에서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현재의 20~30대의 “ism 세대”에 비해 세월의 축적으로 인한 긴 사고의 흐름과 동시에, 육체의 쇠하여짐으로 머무름과 나감에 대한 속도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 지속적인 전진을 하고자 하는 이명미 작가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원고: 이수현

사진: 피비갤러리,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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