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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먼》 온수공간

객원연구원

불가해한(fathomless) 질문과 선택적 사유들 : 《멀고도 먼

2021년 1월 30일부터 3월 3일까지 온수공간에서 열리는 《멀고도 먼》 전시를 다녀왔다. 구나, 이민지, 이소의, 차미혜 총 4명의 작가의 작품이 1층-3층에서 전시되고 있다. ‘전시’하면 떠올리게 되는 기존의 작품전시와 달리 비디오와 사운드로 구성된 작품이 대부분이라 신선했다. 불이 꺼진 어두운 공간 속 영상과 소리에 나의 감각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러한 공간구성 덕분에 어둠이라는 주제와 작가의 의도에 더 깊숙이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전시는 신체가 어둠의 알레고리를 감각하는 비선형적인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어둠을 일종의 동시대적 오류나 미인식, 예기치 않은 충돌의 징후로서 간주하고 이로부터 야기되는 시차와 이탈, 만약의 사건과 새로운 사건을 점쳐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네 명의 작가는 어둠의 관찰자 혹은 수행자가 되어 불완전한 대화, 디지털 공간에서 드러나는 지리적인 균열, 수많은 색과 쌍을 이루는 어둠, 죽음 이후 계속되는 삶의 순환 고리를 언급한다. 

작품은 모두 어둠이 도래한 이후의 장면들이다. 어둠은 일반적인 현실의 영역 밖의 감각들을 발화시키는 증폭기로 상징적인 제약이면서도 무한한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배경으로서 어둠으로부터 파생된 동사적 서술에 집중한다. 



차민혜, <공중조각>, 2021, 3채널 비디오 설치, 무음

조각난 신체의 부자연스러운 동작과 이름 모를 개체들이 여러 질감의 풍경 안으로 느리게 뒤섞이는 장면을 연쇄적으로 보여준다. 어둑한 공기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노이즈 틈새로 드문드문 나타나는 목소리는 어느새 미인식의 구멍으로 숨어버린다. 대신 몸에 남는 것은 소리의 흔적 혹은 곧 사라질 찰나의 기억인 것이다.



이민지, <터널링>, 2021,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네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문학적 제스처를 취하지만 어렴풋이 서로를 비추며 언어화할 수 없는 것들을 형용하는 수사들을 함께 구축해가고 있다. 어둠의 근원을 필연적인 한계와 무한한 상상이라는 이종의 특성이 내재하는 상태로 바라보며 그 둘 사이를 횡단하며 발견한 주관적 감각의 진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윤혜선 yhsun0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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