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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가 건네는 공감과 위로

정세영

서도호가 건네는 공감과 위로


  서도호(1962~)는 서울과 뉴욕, 런던에 거주하며 그 공간의 체험을 건축적 작업으로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1997년부터 뉴욕 화단에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한 그는 2000년에 뉴욕의 리먼 모핀 (Lehmann Maupin)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 및 한국관 작가로 참여하면서 세계 화단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리움 미술관에서 개인전 <집 속의 집>을 열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에 참여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역량 있는 아티스트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된 ‘DNA: 한국 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와 하이트컬렉션 기획전 <각 kak>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서도호의 많은 작품들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데,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이산(離散)’, ‘이주(移住)’와 같은 키워드를 곱씹다 보면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은 드라마 ‘파친코’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파친코’는 1915년 부산 영도의 하숙집 부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1989년 일본의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파친코 사업으로 일가를 이룬 재일교포 가족의 4대에 걸친 일대기를 다룬다. 서도호가 작품을 통해 ‘파친코’의 등장인물인 선자와 노아, 그리고 오늘날의 선자와 노아로 대변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서도호, <낙하산병- I Paratrooper-I>, 2003, 리넨, 폴리에스터, 콘크리트, 플라스틱 혼합재료 309.9 x 388.6 x 609.6 cm


  작품 <낙하산병-Ⅰ(Paratrooper-Ⅰ)>(2003)에서 서도호는 자신의 모습을 낯선 문화, 낯선 나라인 적진에 떨어져 생존해야 하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낙하산병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낙하산병이 필사적으로 쥐고 있는 실가닥의 끝을 따라가다보면 작가의 지인과 방명록에서 발췌한 3000명의 이름이 각기 다른 필체로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한국에 떠나 미국에 왔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당시 작가에게 중요한 이슈는 작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생면부지의 환경에서 적응하고 살아나가야 하는 생존의 문제였다고 말한다. 작가의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볼 때 낙하산병이 쥐고 있는 실가닥은 그가 타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붙들었던 인연의 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인 <낙하산병-Ⅰ(Paratrooper-Ⅰ)>은 ‘파친코’에서 조국을 떠나 타국인 일본에서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끈인 가족을 바라보며 힘겹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어 낸 선자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서도호, <서울집 Seoul Home>, 2012, 실크, 금속 틀, 1,457 x 717 x 391cm


  앞서 <낙하산병-Ⅰ(Paratrooper-Ⅰ)>에서 나타난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그가 거주했던 서울의 한옥을 천으로 형상화 한 작품인 <서울집 Seoul Home>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작가는 이주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집 자체의 개념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집이란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가는 곳에 따라가는 것, 언제나 반복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집이 변치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개념은 ‘환상’이자, 집은 언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고 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이중성을 지닌 것이다. 더 나아가 작가는 우리가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보내는 ‘집’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이로 미루어볼 때 그의 작품은 고정된 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는 정체성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서울집 Seoul Home>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정체성에 대한 서도호의 생각은 ‘파친코’의 등장인물인 노아와 대비된다. 노아는 유년기부터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편견에 맞서기 위해 ‘좋은 한국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자신의 친부가 ‘좋은 한국인’인 목사 백이삭이 아닌 ‘나쁜 한국인’인 야쿠자 고한수인 것을 알게 되자 자기혐오에 사로잡혀 집을 떠나게 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고정된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개인의 선택과 행동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노아에게 제일 필요했던 것은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서울집 Seoul Home>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서도호의 <낙하산병-Ⅰ(Paratrooper-Ⅰ)>은 타지에서 적응하고 생존해야 한다는 작가 개인의 경험, 더 나아가 선자와 같은 이민자들이라면 누구나 했을 보편적인 경험을 작품에 담아내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서울집 Seoul Home>은 고정된 정체성과 이를 수행하기 위해 고통 받는 노아에게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위로를 건넨다. 그의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비단 파친코 속 등장인물과 이민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오늘날의 선자와 같은 사람들, 그리고 소수자, 변방인, 경계인으로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은 혼란스러운 정체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노아와 같은 사람에게 서도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

김현. (2008). 현대미술의 노마디즘적 경향과 이동성의 문제 – 서도호와 김수자의 작품을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석사 논문.

손영희. (2020). 디아스포라 문학의 경계 넘기: 이민진의 『파친코』에 나타난 경계인의 실존양상. 영어영문학, 25(3), 65-86.

전영백. (2013). 여행하는 작가 주체와 ‘장소성’ – 경계 넘기 작업의 한국작가들을 위한 이론적 모색. 미술사학보, 41, 165-195.


웹사이트 |

김현수. (2022년 3월 31일). 씨네21. [스페셜2] Apple TV+ '파친코' 공개! 우리 안의 선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여정. 검색일 2022년 7월 6일

http://m.cine21.com/news/view/?mag_id=99871.

전영백. 현대미술관회, 서도호의 ‘기억으로 지은 집’. 검색일 2022년 7월 6일

https://www.formmca.org/post/%EC%84%9C%EB%8F%84%ED%98%B8%EC%9D%98-%EA%B8%B0%EC%96%B5%EC%9C%BC%EB%A1%9C-%EC%A7%80%EC%9D%80-%EC%A7%91. 

이규현. (2008년 1월 22일). 조선일보. 잊히지 않을 미술작가, 잊을 수 없는 건물 <3>. 검색일 2022년 7월 6일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22/2008012200030.html. 


이미지 출처 |

- 서도호, <낙하산병- I Paratrooper-I>

https://www.lehmannmaupin.com/exhibitions/do-ho-suh3. 2022년 7월 7일 접속

- 서도호, <서울집 Seoul Home>

https://www.acc.go.kr/info/board/board.do?PID=040601&boardID=ACCSTORY&action=Read&idx=1289&searchType=all&searchText=&pageIndex=1. 2022년 7월 7일 접속


정세영 jsy98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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