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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을 달래려 불어오는 고봉밥과 선율

고상현

문외한의 그림 화두1

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을 달래려 불어오는 고봉밥과 선율
- 동질성과 이질성의 콜라보 


고상현 avalo09@hanmail.net






목동 구구갤러리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큰 길에서도 이리저리 골목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곳. 골목끝에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를 찾아가는 길 자체가 전시회 주제 중 하나인 선율 그 자체이다. 이걸 깨닫고 나니 오히려 인사동 한 복판보다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목동 주택가에 자리한 갤러리를 선택한 것은 주제와도 상통하는 듯 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콜라보에는 동질성의 것과 이질성의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문외한의 눈으로 본 홍형표 손동준 2인전 <고봉밥과 선율> 전시회는 내면적으로는 서예를 한 작가들이란 점과 문자의 향연이라는 동질성을 갖는다. 반면에 외형적으로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여러 이질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봉밥에 담긴 알 수 있는 여러 의미를 가진 한글 단어나 문장을 나열한 문자들과는 달리 한자를 선율에 담은 듯 선형화한 알 수 없는 문자 획들은 문자라는 동질성과 알아볼 수 있는 한글과 알아볼 수 없는 한자의 이질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고봉이란 주제의 홍형표 작가의 작품은 말 그대로 고봉밥을 전시하고 있다. 다만 그 밥은 육신을 배부르게 하는 쌀로 지어진 밥이 아닌 문자를 가득담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밥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미생예찬(米+美生禮讚) 쌀과 아름다움의 합침은 곧 풍요이다. 풍요의 기반은 먹는 것 그것이 바로 味다.” 즉 쌀인 문자 밥(양식)은 아름다운 것과 결합하여 풍요를 나타낸다. 지혜 평화 환한마음 그윽한향기 관계 깨끗하심 경건 고귀함 마음이 깊다 봉사 중심 비우다 축제 참선 등등 “꿈이요 희망이요 미래의 인생이 담긴 향기의 밥”이 꾹꾹 눌러져 그득하게 담겨 고봉밥이 되어 있다.

작가는 “밥은 하늘이다”라는 말을 가져온다. 이 시구는 현대의 김지하 시인의 싯구였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그 이전에 수많은 이들이 이 말을 했다. 세종대왕도 밥은 백성의 하늘이라고 했다.   
그래서 작가는 고봉밥 끝에 보일락 말락하게 오방새를 그렸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께서 정한수 떠 놓고 기원”하는 새이자 하늘과 소통을 의미한다. 

추상이란 말만 추상적으로 알 뿐이다. 선율은 내게 그렇게 다가온다. 고도의 쓰는 기술이 들어간 듯한 검은 문자의 향연(饗宴) 위로 가로세로로 분방하게 질주하는 듯한 붉고 노랗고 하얀 선(線, Line)들은 자유로운 율조(律調) 그대로이다. “어릴 적부터” 배웠다는 서법으로 돌아간 듯한 개구짐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정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듯하다. 
귀에 듣기 좋은 우리 음악이나 서양 클래식이 아니라 둘이 하나로 합쳐진 듯하면서도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리듬(Rhythm)이다. 선들의 리듬(The Rhythm of Line)은 약속된 문자기호를 벗어나 춤을 추는 듯 분방하다. 알 수 없는 선들이 마치 음악을 모르는 문외한들이 보는 악보와도 같다. 무슨 리듬인가?라는 물음도 머리를 굴리는 잡된 것일 뿐이다. “무위(無爲)의 세계(世界)”를 유위(有爲)로 해석하려는 어리석은 지적 오만이 개입하는 것일 뿐이다. 
작가의 말처럼 무한한 자유와 무의식과 무의지로 그저 바라보면 될 뿐이다. 작가가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으로 그냥 쓰듯이.

코로나19라는 팬데믹(pandemic)으로 많은 이들이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우울감에 빠져 있다. 이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몸과 정신, 심신의 안정이다. 심신의 안정은 곧 작위(作爲)와 포만(飽滿)이 아닌 무위와 양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넘치듯 그득한 고봉밥으로 배가 터질듯한 불쾌감이 아닌 배고픈 때 적절하게 먹은 양식을 느낄 때쯤 어디선가 선율이 들려온다. 이제는 이 선율을 따라 평안하게 쉬어볼까 몸도 마음도.


투고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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