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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카 오그보, 소리로 기록하는 장소

김하영

에메카 오그보, 소리로 기록하는 장소

 오늘날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장소에 대한 경험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어떤 시각적인 매체보다도 소리를 통해 특정 장소를 생생하게 기록하고자 하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젊은 예술가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는 인간의 여러 감각들 중 특히 청각을 표현 매체로 삼아 장소들을 연결시키는 사운드스케이프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란 소리(sound)와 풍경(landscape)의 합성어로 인간을 둘러싼 자연적인 소리를 비롯하여 모든 인공적인 소리까지를 포함하는 소리환경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 출신 작곡가이자 환경학자인 머레이 쉐이퍼는 일찍이 세계의 사운드스케이프는 변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인간은 이전과 달리 급변하는 소리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비록 이러한 이론 자체는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결국 소리가 우리의 모든 경험에 존재해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에메카 오그보는 바로 이러한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념을 이용한 설치 작품을 통해 어떻게 개인 혹은 공공의 집단적인 기억과 역사가 소리로 변역 또는 변형되고 해석되는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Emeka Ogboh, Lagos State of Mind Ⅳ (LOS-CDG), 2019, Bus, speakers, earphones

 2019년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열린 전시 ≪도시의 프린·세·스≫(PRINCE·SSE·S DES VILLES)에서 에메카 오그보는 <라고스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 Ⅳ>(Lagos State of Mind Ⅳ)라는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어두운 전시 공간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노란색 승합차는 라고스 내에서 단포(Danfo)라고 불리는 대중적인 지역 버스이다. 관람객들은 직접 이 버스에 타고 내리면서 적극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시장의 네 벽에 각각 설치된 확성기와 더불어 버스 내에 비치된 헤드폰을 통해 라고스 도시 내의 교통 소음뿐만 아니라 버스 탑승자들을 둘러싼 끊임없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에메카 오그보는 친절하게도 관람객들로 하여금 라고스를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지만 막상 그의 설치 공간 속으로 직접 들어가면서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 지배적이었다. 나이지리아라는 장소는 다양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무엇보다 정신 없는 라고스 도시의 실제 소음 속에서 낯선 봉고차에 들어서는 순간 자체는 마치 알 수 없는 위험한 공간으로 향하는 기분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끄러운 자동차 클랙슨, 엔진 소음, 발전기, 기계 소음, 거대한 스피커 음악,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 운전자와 승객간의 대화소리 등 마치 콜라주처럼 구성된 이 모든 소리의 감각은 바로 에메카 오그보에게 있어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도시 라고스 그 자체를 의미한다. ‘소리의 편재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던 에메카 오그보는 자신에게 있어 소리란 도시 그 자체와 그곳에 있는 인프라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가 기록한 도시의 소음들은 해당 도시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매체가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라고스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 Ⅳ>에서 소리란 듣고 볼 수 있는 매체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 경제의 중심지이자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지닌 문화적 허브 도시로서의 라고스에 대한 속도와 질감을 결정하도록 하는 느낌을 관람객에게 부여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에메카 오그보의 작품의 중요한 요소는 그가 무엇보다 아프리카 출신의 작가라는 것과 그가 다루고 있는 지역이 바로 제 3세계 도시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들은 그의 작업 속에 스며든 소리를 비롯한 모든 감각들이 결국 탈식민주의 및 이주와 관련된 정치적인 단서로서 작용하도록 만든다. 비록 동시대 미술에 있어서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출신 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작업활동을 선보이고 있지만 에메카 오그보는 여전히 분명한 정치성을 띄고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인종의 정치, 국가의 개념 및 이주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운드를 적극적인 매체로 사용하는 그의 실험적인 프로젝트 작업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청각적인 경험이 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구성하는 방식을 고찰하게 만들며 더 나아가 이주, 세계화, 탈식민주의와 관련된 여러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맥락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하영 cocohayoungk@gmail.com

참고
에메카 오그보 작가 사이트 emekaogboh.art
머레이 쉐이퍼, 『사운드스케이프 : 세계의 조율』, 오양기, 한명호 역, 그물코,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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