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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가족

황수현

보편적 가족
 
 한국계 미국인이 만들고 지난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미나리>(정이삭, 2020)가 연일 화제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시작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 70여개의 상을 수상하였고 조연으로 출연한 윤여정 배우는 30관왕을 향해가고 있다. 무엇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걸까?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카드림을 좇아 미국 아칸소의 농장으로 이민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칸소에서 태어난 한인 2세인 감독의 실제 경험이 녹아든 이 영화는 모니카와 제이콥 부부, 어린 두 아이, 그리고 모니카의 어머니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어찌보면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 


영화 ‘미나리’ 포스터 ⓒ판시네마

 <미나리>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3월 3일 개봉)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는 것을 보니 또 다른 이민자와 그의 가족에 관한 작품이 떠오른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밀실 XI(초상)>(2000)이 그것이다. <밀실 cells> 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가족은 무엇인가?”에 대한 부르주아식 대답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을 살펴보면 철망으로 둘러싸인 구조물 안에 세 개의 머리가 연결된 인형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머리들은 네 개의 거울에 의해 비춰지고 있다. 머리들은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으며 오직 거울을 통해서만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 세 개의 머리는 이상적인 가족상, 즉 어머니, 아버지, 자식을 의미하며 이들을 연결시키는 거친 바느질은 가족 안에서의 고통과 상처를 상징한다. 


루이즈 부르주아, <밀실XI(초상)>, 2000, 강철, 유리, 나무, 거울, 분홍색 천 ⓒLeeum

 <밀실 XI(초상)>은 물론, 역시 리움에서 볼 수 있는 부르주아의 대표적 조각 작품인 거대 거미 조각 <엄마>(1999)까지 부르주아의 작품은 첫눈에 거부감이 들고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사용하는 재료와 그 색, 연출 방식 등이 가족과 모성을 표현한다기에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기 때문이다.


루이즈 부르주아, <엄마>, 1999, 청동, 스테인레스 스틸, 대리석. ⓒLeeum   

 그러나 포스트모던 시대의 해체주의와 페미니즘 정치학, 초현실주의에 대한 관심과 같은 시대적 배경, 그리고 어머니의 이른 죽음과 아버지의 외도라는 상처, 이민자로서의 삶과 같은 개인적 배경을 떠올리며 작품을 다시 유심히 보면 거부감이 들던 첫인상과는 달리 부르주아가 전하는 가족에 대한 개념과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세상에는 이른바 ‘정상가족’ 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미나리>나 <밀실 XI(초상)> 같은 작품에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연결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어떠한 형태의 가족이라도 사랑, 애틋함, 혹은 애증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지나치게 가까워지거나 만날 수 없어 힘든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 모두가 지쳐가는 요즘, 가족에 관한 한 편의 따뜻한 영화와 루이스 부르주아의 섬뜩하면서도 심오한 조각작품이 우리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황수현 svipzzz@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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