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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와 성립, 사람을 잇는 작가의 ‘선’

조은정

  불안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오늘날 불안은 사람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같다. 어느새 내면까지 침투한 불안을 다루며 사는 것은 우리가 당면한 삶의 과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불안을 예술로 피워낸 두 작가의 작품은 불안의 장기화로 답답한 일상을 보내는 우리에게 시원한 가을바람이 되어준다.
 
 

좌 : 이응노, 지천태(地天泰)〉,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소장
우 : 성립, 강강술래의 마지막 동작, digital drawing, 2016
 
  우리는 1974년 작품과 2016년 작품을 나란히 보고 있다. 두 작품은 서로에게 어우러져 즐거운 듯 춤추는 사람들의 형상을 담고 있다. 선이 그림이 되고, 개인이 전체가 되는 과정을 자유롭게 오가며 즐거운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왼쪽은 한국서예와 추상미술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본 고유의 작품세계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근대작가 이응노의 <주역 64괘 차서도> 시리즈 중 <지천태>이고, 오른쪽은 간결한 선과 여백으로 시선을 끄는 인물 드로잉을 선보이는 동시대 작가 성립의 <강강술래의 마지막 동작>이다. 1967년 반공주의를 고조시키는 시대적 분위기에 휩쓸려 이응노는 자유를 억압당한다. 그가 6·25전쟁 중에 월북한 아들을 보러 베를린에 간 사실이 이적행위로 몰렸기 때문이다. 세계에 한국미술을 알리며 이름을 떨친 그에게 국가로부터 자유를 뺏긴 2년 반의 수감 생활은 가혹했다. 그가 급격한 삶의 굴곡을 겪고서 마주한 주역의 세계관은 불안한 시대에 나아갈 힘이 되었다. 그의 추상 문자 시리즈 <주역 64괘 차서도>는 변화 속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 주역의 글자를 작가의 필력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 중 <지천태>는 “하늘과 땅의 마음이 화합하여 태평하고 편안하다.”라는 의미를 둥글게 원을 그리며 뛰노는 무리의 춤으로 승화시켰다.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소통을 위한 관계의 고찰을 불러일으킨다.

 성립은 2016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해 최근 6월에는 서울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개인전 《흩어진 파편들》을 가졌다. 대학입학 전까지 인물화를 배운 적이 없던 그는 인물 드로잉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이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그림체를 갖게 되면서 주로 인물 드로잉과 그것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형태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약점이라는 불안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다. 오른쪽 성립의 <강강술래의 마지막 동작>에서 강강술래는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협동 동작의 연속이다. 그러나 마지막 동작을 끝으로 모두 흩어지게 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각자도생에 주목해 흩어진 후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이는 개인인 동시에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따로 또 같이’의 연속인 보편적인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간결하면서도 사람을 닮은 작가의 선은 관객에게 자신의 모습과 이야기를 불러일으킨다. 여백을 관객의 이야기가 채워지는 공간이라 여기는 성립의 작품은 대중을 향해있고 그들에게서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피드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자 작가로서 겪는 불안을 짧은 글과 드로잉으로 남겨 공유한다. 이와 더불어 이벤트와 드로잉수업을 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두 작품은 시대, 작가, 매체가 다르지만, 이응노는 붓으로 성립은 디지털 펜을 통해 개인과 전체를 동시에 다룸으로써 비슷한 인상을 전한다. 나아가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 속의 우리의 모습을 인식하게 하고 이에 대해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지만, 불안과 우울은 어느 시대나 누구에게나 있었다. 시대의 불안은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게 만들었고, 예술가는 동시대 사람들이 열망하는 것을 향한 역동적인 동작과 기운으로 승화시켰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열망하는 것을 다시금 각자의 기억 속에서 꺼내 인식하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다. 두 작가의 ‘선’은 시대에 휩쓸려 놓치지 말아야 할 우리의 모습이다.

성립 인스타그램

출처

조은정 whdmswjd6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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