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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전목마에서 만나 : 열네 살의 르네 마그리트를 매혹한 축제의 세계 = Rene Magritte

  • 청구기호653.268/퍼88ㅇ;2021
  • 저자명퍼트리샤 앨머 지음, 주은정 옮김
  • 출판사에포크
  • 출판년도2021년 4월
  • ISBN9791197070013
  • 가격20,000원

상세정보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를 새롭게 읽는다. 작가가 살았던 20세기 초반은 기술 발전과 다양한 문화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그러한 유년 시절에 경험한 축제에 주목하고 그 중요성을 알린 최초의 연구이다. 단순한 상상만이 아닌 그가 직접 보고 겪으며 한 고민들이 작품 완성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탐색하고, 시대 맥락을 통한 다층적•입체적 이해로 이끈다.


책소개

“축제, 회전목마, 서커스, 영화, 파노라마, 마술과 환영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벨기에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 재치 넘치고 도발적인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

열네 살의 르네 마그리트는 축제에서 무엇을 보았나

벨기에 초현실주의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르네 마그리트.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마그리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파란 하늘과 흰 구름’, ‘파이프를 그린 파이프가 아닌 그림’, ‘중산모를 쓴 남성’ 등 그의 특징적인 화풍은 한눈에 보아도 마그리트의 그림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그의 작품은 예술적인 가치를 넘어 광고, 책 표지, 티셔츠, 여행 가방, 커피잔, 심지어 항의 시위 포스터에까지 등장하며 여러 곳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하지만 여기까지.

익숙한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이기에 잘 안다고 생각하는 마그리트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마그리트는 그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지 모른다. 특히 그간 마그리트의 유년 시기에 관련해서는 어머니의 자살이나 장래 배우자가 될 조르제트를 만난 사건 정도가 알려졌을 뿐이었다. 저자는 마그리트가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던 샤를루아의 마네주 광장과 그곳을 가득 채웠던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발견한다.

열네 살의 마그리트가 자주 들렀던 마네주 광장은 매년 다채로운 축제가 벌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낸 다양한 시각적 환영들이 사람들의 감각을 한껏 자극하며 사로잡던 장소였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 서커스 원형무대에서 말을 타고 재주를 부리던 기수,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았던 영화의 장면과 어둠 속에서 빛나던 스크린, 당시 막 발달하기 시작한 카메라오브스쿠라와 파노라마 기술의 놀라운 체험, 물건을 사라지게 하고 죽은 사람을 살리던 무대 마술의 기묘함 등은 마그리트의 기억 속에 깊숙이 각인되었고 이후 작품 도상의 원천이 되었음은 물론, 마그리트 특유의 초현실주의를 구축하는 모티프로 작용했다.

이러한 대중문화는 무대와 같은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의 성격을 지닌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보이는데, 이는 마그리트가 회화를 무대 안에서 구성되는 일종의 공연 공간으로 여기는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현란한 시각적 볼거리의 눈속임 효과가 주는 매력은 장차 그가 보는 행위에 대한 분석과, 재현의 공간이 만들어내는 환영의 문제에 천착하도록 이끌었다.


마그리트의 첫 초현실주의 회화, ‘길 잃은 기수’

마그리트는 1926년 〈길 잃은 기수〉를 필두로 〈무한 사슬〉, 〈백지 수표〉 등 생애에 걸쳐 다양한 버전의 기수를 그렸다. 특히 〈길 잃은 기수〉(94쪽)는 마그리트가 그린 첫 초현실주의 회화로 평가되며 스스로도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이라 여겼던 작품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말의 이미지가 마네주 광장에 있던 회전목마, 그리고 서커스 공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곡마 공연의 말과 닮아 있다는 점은 마그리트 초현실주의의 원천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길 잃은 기수〉의 커튼은 빨간색 천막으로 둘러싸인 말 조련장을, 바닥의 어두운 색채와 기하학적 구성은 서커스 무대의 구조를, 죽방울 기둥은 무대에 세워진 천막 기둥을, 죽방울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는 천막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막대와 밧줄을 연상시킨다. 정면에 있는 말을 탄 기수와 더불어 이 작품의 세부 이미지들은 모두 마그리트가 어린 시절 보았을 서커스 공연을 암시한다. 또한 기수의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 마그리트는 20세기 초 벨기에 가정의 필수품으로 광고되던 라루스 백과사전을 차용했으며, 사전의 ‘말’이나 ‘승마술’ 항목에 딸린 삽화를 작품의 이미지로 활용했다.

마그리트는 〈길 잃은 기수〉를 다양한 버전으로 그리면서 기계 복제처럼 예술 제작에 반복의 요소를 도입했는데 이는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제작 방식으로 정착한다. 하나의 모티프를 반복하는 방식은 이후 동료 예술가들로부터 상업주의에 영합한다는 비난을 받는 원인이 되었지만 동시에 유일무이한 작품을 숭배하는 자본주의적 예술 개념에 도전하는 비판적 태도라는 점에서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


영화적 표현과 특수효과를 회화의 영역으로

영화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마그리트의 유년기는 영화 산업이 발전하고 영화가 대중오락으로 자리 잡아가던 시기와 일치한다. 마그리트 역시 여러 자리에서 공공연히 영화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곤 했다. 마그리트가 자주 찾았던 블뢰 극장은 벽 전체가 파란색으로 된 건물이었는데, 저자는 이 건물을 마그리트 작품에서 다양하게 구현되는 오브제 중 하나인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의 시원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영화의 ‘움직이는 이미지’ 효과는 그의 예술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영화적 장치를 회화 기법으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마그리트의 탁월한 예술적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중첩된 공간이 주는 효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방법, 지나치게 차이가 나는 규모와 크기의 사물 배치, 부적절하거나 예상치 못한 대상이 갑자기 등장하거나 사라지는 장면 등 그가 회화에서 사용하는 핵심적인 수사적 비유 대부분이 영화적 표현과 특수효과를 차용해 발전시킨 것이다.

또한 마그리트는 작품의 소재나 이미지들도 영화를 통해 많이 얻었는데, 그 대표적인 이미지가 바로 교활한 범죄자 ‘팡토마’다. 절대 잡히지 않은 채 수수께끼만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는 팡토마는 마그리트 자신의 분신인 동시에 그가 그린 초현실주의 작품의 성격을 대변한다. 팡토마 범죄소설과 영화처럼, 마그리트는 자신의 초현실주의를 결코 풀리지 않는 ‘알 수 없는 미스터리’라 설명한다.

그밖에 영화의 장면에 마그리트의 해석과 상상력이 더해져 재탄생한 그림들도 있다. 마그리트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연인〉(148쪽)이 바로 그것이다. 〈연인〉에서 흰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입맞춤하는 남녀는 메이블 노먼드 감독의 영화 〈장롱 속에 살다〉와 연결된다. 영화에서 두 남녀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다가 들킬까봐 장롱 안에 숨자, 사람들이 그 남녀를 장롱에서 끌어내기 위해 물을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연인〉의 남녀는 물에 흠뻑 젖은 흰옷으로 머리를 가린 채 장롱 밖으로 뛰쳐나오던 영화 속 남녀와 닮아 있다.


마술적인 회화,

바로 눈앞에서 관객을 속이는 게임

무대에서 펼쳐지는 마술 공연은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대유행이었다. 인기 있는 대중오락이었던 마술은 다양한 포스터를 통해 홍보되었는데, 이 포스터의 이미지들은 마그리트 작품의 도상들이 마술 공연과 연관된 것임을 짐작케 한다.

마그리트는 일상의 사물을 익숙한 맥락에서 때어내고, 그것으로 불가능한 묘기를 부리는 마술의 잠재력에 매료되었으며, 회화를 일종의 마술의 공간이라 여겼다. 사람이나 사물이 사라지게 만들고, 중력을 거슬러 공중 부양을 하는 등의 마술 기법은 그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네 개의 두상을 그린 〈침묵의 미소〉(255쪽)는 마술 속임수에 관한 멜리에스의 영화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며, 〈투시력〉(270쪽)에서는 알을 관찰하면서 캔버스에 새를 그리는 자신을 묘사함으로써 알이 새가 되거나 새가 알이 되는 속임수를 표현했다. 또한 예술가로서의 창조력에 대한 알레고리를 마술사의 능수능란한 손재주로 표현한 〈마술사〉(275쪽)는 당시 유명 마술사인 루디의 공연 포스터(277쪽)를 연상시킨다. 절단된 신체의 일부를 액자에 넣어 연결한 〈영원한 증거〉(308쪽)는 신체 절단 마술을 떠올리게 한다.

마그리트는 회화를 통해 마술을 구사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마술은 속임수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속임수의 비밀이 결코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마치 관객과 게임을 하듯 마그리트의 작품은 우리에게 마술 속임수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도, 속임수의 비밀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마그리트 특유의 초현실주의는 이렇듯 다양한 문화적 원천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마그리트는 자신이 겪은 대중문화의 경험을 상징적인 단일 이미지로 통합하는 재능을 지녔으며, 그 단일 이미지를 반복 변형하면서 자신만의 초현실주의를 완성해나갔다.


마그리트의 삶과 예술을 통해 보는

20세기 초 유럽의 예술문화사

마그리트는 1898년에 태어나 1967년에 눈을 감았다. 마그리트가 살았던 20세기 초중반, 그중 특히 20세기 초반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대중문화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다. 마그리트 역시 그 문화에 적극적으로 조응했다. 앞서 살펴보았듯 마그리트가 표현한 독특한 예술 세계는 캔버스 앞에 앉아 머릿속으로만 상상한 세계가 아닌, 그가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으며 깊게 고민한 흔적들의 반영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들려주는 마그리트의 생애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20세기 초반의 시대상과 문화를 두루 만나게 된다. 소도시에서 열린 축제의 북적거림, 사람들을 열광케 한 서커스 무대와 화려한 볼거리들, 실제가 아님에도 ‘실감’나는 360도 파노라마, 무질서한 영화관의 풍경 등은 우리를 금세 그때 그곳으로 이동시킨다.

마그리트는 철학서를 탐독했고 부르주아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예술 개념에 반대하며 공산주의에도 가담했다. 앙드레 브르통을 위시한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의 협력과 반목,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와의 교류, 벨기에 공산주의와의 관계, 음악가, 사업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인사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마그리트 예술 세계를 형성하는 한 축을 담당했다. 이렇듯 마그리트를 둘러싼 시대적인 맥락은 마그리트 예술을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그동안 대중과 비평가들이 모두 좋아하고 소비할 수 있는 ‘마케팅용’ 마그리트만을 만났을지 모른다. 마그리트는 반복 속에서 차이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비일관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 책을 통해 이제 ‘일관된 마그리트 이미지’가 아니라 진정한 마그리트의 예술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제: Rene Magritte

본 책은 르네 마그리트의 유년 시절 축제의 경험에 주목하고 그 중요성을 알린 최초의 연구로 평가받고 있음.


지은이 | 퍼트리샤 앨머 (Patricia Allmer)

초현실주의 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미술사학자이자 독창적인 전시를 다수 기획한 전시 기획자이다. 미술뿐만 아니라 사진과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초현실주의에 관한 선도적인 연구를 해왔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 연구서 여러 권을 집필했으며, 그중 2019년에 출간된 『우리, 회전목마에서 만나』(원제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는 마그리트의 유년 시절 축제의 경험에 주목하고 그 중요성을 알린 최초의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전시 기획자로도 두각을 드러냈는데, 처음으로 초현실주의 여성 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한 ‘아나키의 천사들: 여성 작가들과 초현실주의(Angels of anarchy: Women Artists and Surrealism)’, 사진작가 리 밀러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한 ‘리 밀러: 사진, 초현실주의 그리고 그 너머(Lee Miller: Photography, Surrealism, and Beyond)’ 등의 전시를 통해 평단의 찬사와 함께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영국의 저명한 연구교육재단인 레버흄 재단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필립 레버흄 상(Philip Leverhulme Prizes)을 수상했으며, 2017~18년 마그리트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벨기에의 에밀 베른하임 국제 석학 프로그램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현재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에서 근현대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잊힌 초현실주의자들: 1924년 이후 벨기에 초현실주의』(2005), 『르네 마그리트: 회화를 너머』(2009), 『유럽의 악몽: 1945년 이후의 유럽 공포영화』(2012), 『경이로운 사물들: 초현실주의와 이집트』(2013), 『윌리엄 S. 버로우의 사진들』(2014), 『리 밀러: 사진, 초현실주의 그리고 그 너머』(2016) 등이 있다.


옮긴이 | 주은정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현대미술의 이단자들』 『다시, 그림이다』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뒤샹 딕셔너리』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20세기 사진 예술 』 등이 있다.

목차

서문. ‘회전목마에서 나와 만나!’

1장. 독립적인 출발: 벨기에 초현실주의의 형성

2장. 상업에서 예술로

3장. 영화관에 가기

4장. 카메라오브스쿠라에서 파노라마로

5장. 급진적 사상과의 관계

6장. 그가 이제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7장. 사라지는 행위


감사의 말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도판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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