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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평아트페어 “Save Your Art” 사전 판매 방식 ‘후원 패키지’로 차별화 시도

변종필

2020 가평아트페어 “Save Your Art”
사전 판매 방식 ‘후원 패키지’로 차별화 시도


‘2020 가평아트페어 “Save Your Art”(이하 가평아트페어)’는 올해로 여섯 해를 맞은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에 처음 참여한 장터다. 그래서 장터로 향하는 내내 기대감이 일었다. 어떤 작가들이 어떤 공간을 어떤 작품으로 채웠을지, 평가자보다는 한 사람의 미술 애호가로서 설레는 마음이 앞섰다. 화창한 가을 날씨에 주말까지 겹쳐서 오전부터 많은 관람객이 찾았고, 주변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정작 ‘가평아트페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계획의 상당 부분을 수정해 장터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열정이나 열의를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업의 성과와도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가평아트페어’ 현장 방문 평가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장소성과 장터 구성
‘가평아트페어’는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더스테이힐링파크 나인블럭 안에 있는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기획 단체가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살펴보면 ‘서울과 대도시에 편중한 미술시장의 현상을 진단하고, 경기도 가평, 청평, 양평, 남양주 등의 관광 지방 소도시에서 활동하는 신진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번화한 도시를 벗어나 가평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름 장소 특수성을 내세웠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수려한 자연 환경 속에 자리 잡은 카페 나인블럭은 인지도가 있는 장소여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장터로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것만 놓고 보면 현장 판매 성과 여부를 떠나 장소 마케팅 전략은 일정 부분 적중한 셈이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장소에 소위 ‘묻어가는 형식’으로 미술장터를 진행한다면 모객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독립성, 참신성, 신선함에서는 멀어지기 쉽다. ‘가평아트페어’도 비슷한 경우다. 카페를 찾는 소비층이 장터로 얼마나 유입되었고, 작품 판매로까지는 얼마나 이어졌는지 성과 지표가 말해주겠지만 특정 장소의 인지도에 의존하면 할수록 작가미술장터 사업의 본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스스로 한계성을 드러내는 것이 될 수 있다. 또한 자연 친화적 지역 또는 장소의 선택은 세심한 작품 선택과 전시 연출을 통해 장소의 특수성을 드러내야 한다. 이는 전시의 성패를 가름하는 요소다. ‘가평아트페어’가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사업이라면, 미술장터의 성패를 좌우하는 공간 구성만큼은 장소 제공 측으로부터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 장소 제공 측이 “새로운 형식의 디스플레이를 수용할 수 있는 폭이 좁다”라는 이야기를 했어도 기획 단체 측은 매력적인 기획으로 꾸준히 설득해 나갔어야 했다. 장소에 대한 상호 간의 이해를 도모하고 소통하며 공간 활용을 모색하는 것은 ‘가평아트페어’의 독자성을 획득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몇 해 동안 작가미술장터를 다니면서 이 사업의 취지나 기획에 딱 맞아떨어지는 흥미롭고 파격적인 구성의 장터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적당한 ‘구색 맞추기’ 선에서 진행한 장터들이 적지 않았다. 일정한 인원의 참여작가,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의 적절한 참여 비율, 부스 형식의 작품 설치, 장터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마련 등 미술장터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만 충족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 다수였다. 이는 파격적인 기획일수록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위험 부담을 최소화한 결과일 수 있다. ‘가평아트페어’도 처음 참여하여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Save Your Art”라는 상징적 슬로건에 어울릴만한 참신한 공간기획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둘째, 사전 판매 촉발을 위한 ‘후원 패키지’ 운영 기획 
일반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진행하거나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 작가미술장터는 실질적으로 작품 판매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판매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판매 전략이 필요한데, 차별화한 기획도 여기에 해당한다. ‘가평아트페어’는 충분한 사전 홍보를 통해 관심도를 높이고, 원작을 현장에서 보고 구매하도록 하는 ‘사전 판매’를 남다른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것이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가평 지역의 기업, 개인사업자를 구분해 후원 패키지를 운영하며 후원과 작품 판매를 동시에 전개하는 방식’을 시도한 것이 눈에 띄었다. 패키지 구성을 세분화 하고 후원 방식도 작품 구매와 현금 후원으로 나누었다. 사전 판매를 촉발하려는 판매 전략을 통해 두 가지 실적을 동시에 끌어 올리려는 의도가 돋보였다. 후원 기업에게는 기업 홍보 기회를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협력하고자 했다. 이러한 ‘후원패키지’는 다른 기획단체에서도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의 대부분을 진행하지 못한 만큼, 기획 단체는 후속 사업 연계로 신진 작가 발굴과 작품 판매를 위해 기획 중인 미술품 온라인 오픈마켓의 상시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미술장터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셋째, 미술장터 참여작가와 작품 수준 
작가와 작품의 수준은 실질적으로 장터의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부분인데, ‘가평아트페어’는 그 점에서 가장 아쉬웠다. 좀 더 폭넓고, 다양한 작가군을 구성하여 보다 많은 작가가 참여했더라면 한층 짜임새 있는 장터가 되었을 것이다. 기획 단체의 언급대로 ‘가평아트페어’가 가평, 청평, 양평, 남양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참여작가군으로 설정한 만큼, 지역별 작품 경향이나 장르 특성 등을 반영해 참여작가를 구성하거나 지역별 신진 작가 발굴 및 프로모션 등을 추진하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은 결국 믿을 만한 좋은 상품이 많을수록 소비층이 확장되고 두터워진다는 점에서 작품의 질적·양적 수준을 높여 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를 위한 참여작가 층에 대한 연구, 작가 및 작품 프로모션을 위한 기획과 전략 등은 향후 ‘가평아트페어’의 중요 과제다. 주관 단체는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현재가 최선인가?’를 되짚어보며, 최선의 선택을 위한 부단한 노력과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믿는다.

작가미술장터에 처음 선정된 단체의 경우, 참신함이나 기발한 기획으로 주목을 받더라도 결국에는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쌓은 경험이 큰 자산이 된다. 작가미술장터를 통해 확실한 자기 색을 정립한 몇몇 돋보이는 장터가 그 사례다. 결국 수년째 참여하여 경험을 쌓은 단체들의 장터 경영 노하우가 곧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의 실질적 성과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경험 미숙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은 고쳐나갈 수 있지만, 기획력 부재나 운영 경험 노하우 없이 ‘한 번쯤 참여해보자’ 하는 식의 장터는 독립적인 발전을 이뤄내기 어렵다.
‘가평아트페어’의 슬로건 “Save Your Art”는 ‘구하다, 소장하다, 지키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컬렉터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미술작품이 남다른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바뀌는 것은, 온전히 ‘가평아트페어’의 기획과 판매 전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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