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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론│출품작 해설 / 재생1 탄약 (실내)

김성호

출품작 해설 -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_재생1 탄약 (야외)



김성호(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 예술감독)
 

한국 작가 조병철의 작품, <웨이브 와인 보틀즈>
Wave wine bottles by Byungchul CHO of Korea
탄약정비공장에 들어서자마자 파도처럼 웨이브를 만들면서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를 만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단순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한 기계적 장치를 통해서 여러 개의 와인병을 움직이게 만든 것인데요. 왼쪽에는 관람자가 손잡이를 돌려 와인병을 움직이게 하고 오른쪽에는 전기 모터의 힘으로 와인병을 움직이게 했는데요.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상황과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인간 영역 밖에 존재하는 상황이 맞물려 조화를 이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자. 여러분 직접 손잡이를 한 번 돌려보시죠.





미국 작가 레베카 멘데즈의 작품, 
At Any Given Moment, Fall 1, with Volcanic Rock by Rebeca MÉNDEZ of the USA
탄약정비공장의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세워놓은 커다란 스크린 위에 거대한 폭포가 흐르는 영상이 투사됩니다. 웅장하지만 조용하고도 단순한 진폭의 디지털 음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폭포는 영상 속에서 천천히 낙하를 지속합니다. 바닥에 있는 화산석과 어우러진 영상 설치 작품은 문명의 현실계에 옮겨 온 대자연 자체라고 하겠습니다. 작품 뒤에서 간헐적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의 끼익되는 소리와 맞물려 이 작품은 문명의 산물이 가득한 현실계 속에서 위대한 자연에 대한 잠시 동안이지만 고요한 명상을 우리에게 권유합니다. 





호주 작가 케비나-조 스미스의 작품, 
Caribbean Burial by Kevina-Jo SMITH of Australia
여러분은 플라스틱과 각종 비닐이 쓰레기가 되어 태평양 위를 둥둥 떠다니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으시죠? 작가는 파나마의 외딴 원주민 공동체에서 레시던시 생활을 하던 중맞닥뜨린 충격적인 경험을 작품으로 구현했습니다. 문명인들이 버린 폐플라스틱이 현대문명과 멀리한 채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삶과 자연에 지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작가는 폐비닐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누군가를 위한 옷을 지어 만듭니다. 그것은 문명인들에게 되돌리는 ‘장례용 주검의 옷’이자, 자연의 회복을 바라며 문명인인 작가 자신을 ‘자기반성’하는 ‘참회록’인 셈입니다.





한국 작가 이이남의 작품, 
Inwang Jesaekdo (Scene of Inwangsan Mountain After Rain)- Lee Lee Nam DNA by Lee Nam LEE of Korea
여기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미디어아트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 있습니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인 셈인데요. 작가는 자신의 DNA 데이터를 활용해서 움직이는 인왕제색도를 만들었습니다. DNA 데이터가 흩어지고 모이면서, 형상을 해체하고 생성하기를 거듭하는 이 작품은 아날로그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디지털 데이터로 새로운 생명을 입힙니다. 전통과 현대, 실재와 가상, 거시와 미시가 만나는 이 작품을 우리는 ‘작가가 되묻는 자신의 뿌리에 관한 성찰’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한국 작가 백정기의 작품, 
Materia Medica: Cinis by Jungki BEAK of Korea
한쪽 벽에는 작은 알약들이 모여 있는 상자가 전시되어 있고 또 다른 편에는 그알약을 제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투사되고 있습니다. 이 약은 무슨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일까요? 약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니, 이 약의 재료는 화재 사고 현장에서 채집한 ‘재’입니다. 화재 현장의 재를 원재료로 삼은 약을 통해서 당시 재난에 대한 악몽을 치유하려는 작가의 제안은 비장하기조차 합니다. 작가가 말하듯 그것은 ‘독으로 독을 치유한다’는 약의 제조 철학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합니다. 관람객은 ‘코로나를 이기기 위해 독소를 약화시킨 코로나 항원을 주사하는 코로나 백신’의 과정이 떠오를 텐데요. 치유는 망각과 거부가 아닌 기억과 수용으로 가능한 듯싶습니다.




키프로스 작가 안나 리트리도우의 작품, 
Origins by Anna LYTRIDOU of Cyprus
탄약정비공장 실내에서 선보이고 있는 영상 작품입니다. 공장의 모든 철이나영상 기자재 역시 모두 자연에서 왔듯이, 그녀가 작품의 주제와 소재로 삼고 있는 구리 역시 그러합니다. 작가는 자연의 광물로부터 온 구리를 자연으로 되돌리는 일련의 주술적 행위를 지속합니다. 우리 또한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되돌아가듯이, 작가는 구리판을 구기거나 씻거나 데리고 함께 자연 속을 돌아다니면서 돌봄의 행위를 마치고 자연으로 되돌리는 여러 예술적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나미비아 작가 임케 러스트와 독일 작가 슈테펜홀츠캄프의 작품, 
Tracing Lines / Mirroring Clouds / Sowing Salt / (The Impossibility of) Cleansing Healing Watering by Imke RUST & Steffen HOLZKAMP of Namibia/Germany
두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펼칠 사막을 찾아 나섭니다. 사막의 표면을 발로 밟아 만들어진 모래 그림은 잠시 동안의 흔적만을 남긴 채, 어느덧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맙니다. 작가들은 바람이 지우는 만큼 그림을 더 그려나갑니다. 사막의 땅을 캔버스 삼아 회화 행위를 펼치는 주체는 작가들이지만, ‘대지의 회화’를 완성하는 주체는 바람입니다. 이제 작가들은 부는 바람 위에 밀가루를 흩뿌려 잠시 동안이지만 사막의 하늘 위에 구름을 만듭니다. 순식간에 공중으로 사라지는 하얀 가루들은 ‘만드는 작가와 지우는 자연’이 한데 만나 만든 생성과 소멸의 현장 그 자체입니다. 사막 언저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저 역사와 시간 속에 몸으로 침투하는 ‘예술 영매’의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행위만이 영상에 남을 따름입니다.




한국 작가 이지연의 작품, 
Junk Life by Jiyen LEE of Korea
놀이터의 기구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자신의 몸을 다 태우고 생명을 다한 하얀 연탄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작품 제목처럼 ‘버려야 마땅할 쓸모없는 쓰레기’였으나 작가가 가마에 구워 도자기처럼 단단한 재료로 변화시킨 후 예술의 생명을 품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숭숭 뚫린 구멍 안에 물을 주고 이끼를 키우면서 예술 화분이 된 것입니다. 버려진 것들에 쓰임새를 부여하고, 죽은 것에 생명을 입히는 것은 역시 예술인가 봅니다. 이 작품은 버려진 일상의 사물들이 작가의 선택에 의해서 작품으로 재생되는 과정을 서정적인 내러티브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싱가폴 작가 첸 사이 화 콴의 작품, 
Space Drawing No.7 by Chen Sai HUA KUAN of Singapore
아일랜드 지역의 한 버려진 창고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깊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합니다. 검은색 고무줄을 공장의 구조물 이곳저곳에 묶어 놓았다가 잡아당기면서 펼쳐지는 순간 과정을 기록한 이 영상은 고무줄이 풀리는 순간에 억눌려 있던 탄성을 폭발적으로 선보이면서 조용한 공장의 풍경을 느닷없이 역동적으로 바꿔 놓습니다. 그것은 외양적으로 고무의 물성이 간직한 에너지가 발산하는 경쾌하고 율동감 가득한 움직임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억압과 폭압으로부터의 해방과 같은 비장한 사회적 메시지마저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한국 작가 이소영의 작품, 
Warm Revitalization of Language by Soyoung LEE
탄약정비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정해진 시간마다 잠시 동안 움직입니다. 여러분 아세요? 이번 전시를 위해서 멈춰져 있던 컨베이어벨트를 20여 년 만에 재가동시킨 사실을 말이죠? 작가는 움직이는 이 벨트 위에 주역의 64괘(卦)를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존재 양상과 변화의 체계를 드러내는 64괘를 상징하는 기호와 고대 언어가 기록된 컨베이어 벨트는 순환 운동을 반복하면서 고대인의 세상에 대한 사유를 지금, 이곳에서 재생하여 다시 펼쳐 보입니다.





터키 작가 겐코 귈란의 작품, 
Infinite Sentences by Genco GÜLAN of Turkey
탄약정비공장의 두 개의 컨베이어 벨트 중 또 하나에는 고대 수메르어가 등장합니다. 터키 출신의 작가가 중동 지역의 근원과 더불어 자신의 민족적 원형을 찾아 나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민족의 죽은 언어의 흔적을 더듬어 낯선 한국의 홍천에 있는 폐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어 전하는 수메르어는 그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살아나 우리와 시각적인 소통을 시도합니다. 그가 ‘무한한 문장’이라고 제목을 달았듯이, 그것은 언어적으로 이해할 순 없어도 시각적으로 지속적인 소통을 도모하는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무한한 문장’이 됩니다





한국 작가 한호의 작품, 
(1) Eternal Light – Garden of Cosmos, (2) Eternal Light- Lunar Eclipse, and (3) Eternal Light- the Beginning by Ho HAN of Korea
탄약정비공장의 동선의 중간 지점에는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우주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움직이는 빛의 정원이 거기에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구멍이 뚫린 오브제가 서서히 움직이면서 전시장 전체를 신비로운 빛으로 점유하거나 월식이 일어나는 우주의 장관을 키네틱아트와 라이트 아트로 구현해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환상적인 장면은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핵탄두를 상징하는 오브제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빛을 함께 품고 있기 때문이죠. 신비로운 우주의 빛은 이제 인간이 만든 핵폭발이 일으키는 공포의 빛과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탄약정비공장이 존재했던 어둡고 슬픈 과거의 의미를 오늘날 우리에게 되새기게 해 줍니다





한국 작가 문소현의 작품, 
Hollow show: #1 Show window #2 Foyer #3 Lounge #5 Courtyard #6 Ballroom by Sohyun MOON of Korea
탄약정비공장의 작은 공간 안에, 쇼윈도우, 현관, 라운지, 마당, 연회장 등 서양식 집의 내부공간처럼 구성되고 편집된 5개의 영상이 랜덤으로 투사되는 작품이 선보입니다. 사냥과 같은 독특한 취미를 지닌 주인과 가족들, 돌보는 것보다 사육한 것처럼 억압 받은 분재, 장난감과 인형이 카니발 장면처럼 난장을 벌이는 댄스파티 등 영상은 오늘날 현대인의 뒤틀린 욕망을 비판적으로 그러나 무겁지 않게 바라봅니다. 실사와 스톱 애니메이션의 형식으로 영화와 가상현실의 중간쯤 위치하는 영상 작품은 중간에 개입하는 관객의 참여를 통해서 현실 속으로 내려와 앉습니다. 진지하게 성찰해볼 만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인 셈입니다.





한국 작가 이탈의 작품
, Five Types of Slaughter by Tal LEE of Korea
탄약정비공장에는 창살이 있는 감옥의 모양을 닮은 두 개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 바로 앞에 ‘정체 모를 살점 덩어리’처럼 보이는 두 작품이 조명을 받은 채 처연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탄약을 걸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갈고리들이 기계 장치에 의해 굉음을 내면서 돌아가고 있는 어두운 중앙 공간의 양 끝에 자리한 채 이 ‘붉은색 육질의 무엇’은 몸짓으로 항변합니다. 억압과 폭력 그리고 폭정에 의한 피해를 책임지라고 말입니다. 섬뜩한 작품명처럼 도살은 반공 이데올로기가 꿈틀대던 군사 독재 시대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비판적 메시지가 우리의 가슴에 서늘하게 맺힙니다.




한국 작가 이동욱의 작품, 
Perfect Combination by Dongwook LEE of Korea
탄약정비공장 내부의 기계 장치에 의해 돌아가던 갈고리들에는 탄약 대신 수류탄 모양의 유리병이 달려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병 안에는 기괴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은 인물상들이 갇혀 있거나 반대로 반짝이는 작은 보석들이 자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두운 공간 안에 낮은 기계음을 내면서 천천히 돌고 있는 수많은 갈고리에 각각 매달린 유리병 안에는 억압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마치 그것은 아름다운 광물인 수석을 수집하는 취미와 관상용 식물을 재배하는 분재의 취미가 ‘완벽하게 결합한 결과’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빚은 ‘참담한 무엇’이기도 합니다.





한국 작가 이정교의 작품, 
Re_Placeness, Digital Data & Time to Come by Jung Gyo LEE of Korea
탄약정비공장 안에는 거대한 기계장치와 환기통이 있는데요. 그 거무튀튀하게 퇴락한 구조물을 작가는 산뜻한 빛의 삼원색과 물감의 삼원색을 통해서 ‘입체적인 기하학적 추상’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가히 산업 자재의 예술 재생이라고 할 만합니다. 음습한 폐공장의 구조물을 변화시키기에 색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작가는 아날로그 기술이 작동했던 공장의 공간을 디지털 정보로 구성된 색면을 덧씌워서 가속화하는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공간화를 시도했습니다. 복도에는 이러한 예술 재생의 과정을 기록한 아카이브로 함께 구성했는데 서로를 살펴보면 관람의 기쁨이 배가 되겠습니다. 





중국 작가 미야오 샤오춘의 작품, 
Restart by MIAO Xiaochun of China
탄약정비공장 내부의 영상 프로젝션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 긴 영상 작품 속에서 작가의 오늘날을 있게 한 인류의 기원을 예술적 상상으로 추적합니다. 인간이 축적한 문화와 문명이라는 것이 세대 간의 연결과 전승으로 가능해 진 것이듯, 지금, 여기의 작가의 존재는 그것의 기원으로부터 온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라는 단정적 가정 아래 그는 세계의 탄생과 생명의 발원 그리고 진화의 과정을 역으로 추적합니다. 이 속에서 인간의 욕망이 야기하는 비극적 역사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질병과 재난, 그리고 전쟁의 역사 속에서 이것을 슬기롭게이어가는 새로운 출발인 ‘리스타트’를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한국 작가 조은필의 작품, 
A Night Looking Down at the Stars by Eun Phil CHO of Korea
탄약정비공장 내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은 푸른색의 직물이 마치 긴 치마의 형상으로 회전 운동하는 키네틱 아트입니다. 천장으로부터 모터의 움직임을 아래로 전하는 4개의 덩어리로 된 이 작품은 천천히 혹은 빨리 움직이면서 마지막 전시장 출구를 떠나는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빼앗습니다. 가지 말라고 말이죠. 어린 시절의 추억과 예술적 상상이 접목한 이 작품은 ‘별을 내려다보는 밤’이라는 제목처럼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관객에게 전합니다. 아니, 이 작품을 본 관객이 그러한 이야기들을 저마다 가슴에 품고 간다고 해야 겠군요.





출전/
김성호, 「출품작 해설 - 재생1 탄약」,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_따스한 재생』, 전시카탈로그, 강원문화재단, 2021, pp. 76-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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