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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AI 시대의 미디어 아트 이미지론/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김성호

요약본
AI 시대의 미디어 아트 이미지론 *

김성호(미술평론가)

1. 빅데이터와 이미지 존재론 
1.1 이미지의 존재론 - ‘일상의 이미지’와 ‘인공지능의 미술 모방의 이미지’
본 연구는 이미지가 지닌 부재, 허구, 가상의 존재적 차원을 검토하면서도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이미지에 대한 인식론(épistémologie)과 의미론(sémantique)에 대한 연구를 필수적으로 요청한다. 
인공지능이 생산하는 이미지는 부재, 허구 혹은 가상적 세계에 대한 존재 의식을 판타스마와 연동되는 시뮬라크르(simulacre)와 같은 전통적 미학과 여전히 공유하면서도(Baudrillard, 1978, p. 80) 일상에 편재하는 이미지의 존재론과 달리 실증적이고도 명확한 과학적 존재로서 그리고 빅데이터를 통해 수렴되는 복수성으로서의 존재를 가시화한다(Babinet, 2015). 
인공지능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전인, 1973년 영국 출신 미술가 헤럴드 코언(Harold Cohen, 1928-2016)이 개발한 인공 지능 로봇 아론(AARON)은 프로그래밍을 거쳐 실제로 캔버스에 낙서, 드로잉, 페인팅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미술 작품의 형식을 흉내 낸다(Sawyer, 2012, p. 145). 실제로 아론이 여러 전시에 초대를 받았지만, 우리는 아론이 생산한 이미지들을 미술로 정의하길 주저한다. 미술은 직관, 상상 그리고 창의성에 근거한 인간 특유의 생산물로 알려져(Chapouthier, 2014, p. 144)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대중문화나 미술 영역에서의 창작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면서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창의성의 경계에 도전해 왔다. “(인공지능은) 미국의 대표적인 시트콤 드라마,〈프렌즈(Friends)〉의 후속편 대본을 만들었고, 비틀즈 풍의 노래 〈아빠의 차(Daddy's car)〉를 작곡했고, (중략) 1분 만에 시를 창작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라는 단편소설이 공모전 1차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다.”(Lee, 2017, p. 12). 
훗날 인공지능이 좀 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인간의 창의성에 근접하는 면모를 발휘한다면, 이것을 창작으로 볼 수 있는가? 

1.2 빅데이터의 존재론 -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의 리좀적 네트워킹과 복수성 
빅데이터(Big Data)의 구조적 특성과 존재론적 위상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이미지 생산의 주체이고 빅데이터가 질료라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은 존재론의 철학적 관점뿐 아니라 이미지 존재론의 미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볼 주요한 문제의식이라고 하겠다. 
맥킨지(Mckinsy)의 정의에 따르면, ‘빅데이터’는 ‘소프트웨어(S/W)와 같은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저장, 관리, 분석하는 대량의 데이터’이다(Manyika, 2011, p. 15). 빅데이터는 ‘관리에 있어서 복잡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 특징이 된다(Adam, 1993, p. 49). 빅데이터는 언제나 컴퓨터 시스템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데이터 복잡성(Data complexity)과 컴퓨터의 복잡성(Computational complexity) 사이의 결합에 대한 깊은 이해”(Swarnalatha, 2018, p. 145)를 요청한다. 
최근, 빅테이터의 하드웨어는 모든 정보를 인터넷의 서버에 저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이란 '컴퓨팅 리소스를 관리하고 공유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조 유형으로, 어떠한 측면에서는 혼성이며, 어떠한 측면에서는 공유와 커뮤니케이션 체제이다(Yang, 2014, p. 11). 더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팅이 무수한 유형의 데이터를 복합 및 병렬의 방식으로 분산하면서 유발하는 혼성과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은 더 나아가 상호작용의 위상마저 실천한다. 
빅데이터가 지닌 특징 중 용량(Volume)을 분산하는 이러한 혼성, 네트워킹, 공유, 커뮤니케이션의 존재 방식은 들뢰즈(G. Geleuze)와 가타리(F. Guattari)가 고찰한 바 있는 ‘리좀(Rhizome)’이라는 철학적 메타포와 맞물린다. 즉 빅데이터에 의한 이미지는 네트워킹과 복수성의 존재로 고찰된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의 다중심 네트워크와 멀티모달 러닝의 모달리티 간의 접속은 데이터의 조회, 검색, 추천을 위한 핵심 기술로 사용되면서 점차 소통의 담론으로 확장된다. 특히 앞으로 살펴볼 ‘컨볼류션 신경망’ 기반 모델은 체커(checkers), 체스(Chesss), 헥스(Hex)와 같은 게임 관련 연구들을 다수 도출해 내면서 모달리티 간의 접속과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인공지능과 유저들과의 네트워크와 소통의 담론을 이끌어 왔다. 
중심으로부터 지배를 받지 않고 중심조차 없는 리좀은 탈중심적이고 다중심적인 복수성의 차원이며 열린 방향성으로 가득한 존재이듯이 빅데이터의 존재 방식도 그러하다. 리좀이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언제나 중간”(1980, p. 31)의 존재이듯이, 빅데이터는 언제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간의 존재이자 복수의 존재이다. 리좀이 복수성의 원리에 따라 언제나 한 곳에 머물러 하나의 정체성으로 존재하면서 ‘ ~이기(être)’보다 ‘~되기(devnir)’라는 변형의 가능성을 지향하듯이, 복수의 존재인 빅데이터는 언제나 변형의 타자가 ‘되기’를 지향한다.  

2. 딥러닝 연산에 의한 이미지 존재론 
2.1 딥러닝 연산에 의한 이미지 존재론 - ‘다양성/가변성’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이 지닌 존재론적 특성으로 거론한 네트워크, 복수성, 다원주의는 20세기 중반의 포스트 구조주의가 도래하기 이전까지의 철학의 언어들과는 다른 새로운 철학적 존재론을 확인시켜 주는 매우 주요한 개념들이다. 이 장에서는, 빅데이터의 구조로부터 기인하는 존재론 탐구로부터 한 단계 다른 차원의 존재론 탐구로 나아간다. 인공지능이 작동시키는 빅데이터의 연산에 의한 이미지의 존재론이 그것이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는 알파고 제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 여러 데이터로부터 ‘관계형 추론(Relational reasoning)’을 구현하는데 성공했음을 고지했다.(Lauterbach, 2017, p. 109) 인공지능이 ‘추론’이라는 과정을 통해 모델이 스스로 학습함으로써, ‘데이터로부터 데이터로’의 관계를 이해하기에 이른 것이다. 딥마인드의 두 연구 중 하나에서 ‘다양한 색과 크기로 이루어진 삼차원 사물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 결과, 인공지능의 ‘관계형 추론’은 '68.5%의 응답률을 보인 기존 인공지능과 달리 95.5%의 응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사람의 응답률 92.5%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Galeon, 2017; Johnson, 2016, pp. 5-6).
또 한 연구에서는, 강아지를 중심으로 주변의 유사한 형상들과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그 실체를 파악하는 딥러닝에 기초한 ‘관계형 추론’에 관한 연구였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이전의 인공지능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고양이와 강아지와의 구분은 물론 닮은 형상에서의 정확한 개체를 구별하는데 성공하기에 이른 것이다(McGowen, 2016, p. 38).
구글의 딥드림은 ‘인셉셔니즘(Inceptionism)’으로 명명된 이미지 합성 알고리즘을 통해서 딥러닝을 거꾸로의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인공지능이다(Anderson, 2017, p. 93). 이러한 '딥드림'이 만든 이미지는 미술품을 거래하는 옥션에서 9만7000달러의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Rayner, 2016; Lee, 2017, p. 12). 인공지능이 생산한 이미지가 미술품으로 거래된 것이다. 인간의 복잡다기한 감정과 그것을 반영한 창작의 결과가 미술품이라는 그 동안의 인식에 문제 제기하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구글의 딥드림은 특정 화가의 스타일을 독특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딥러닝으로 학습하고, 새로운 풍경과 같은 대상을 같은 화가의 조형 스타일로 그려내는 성과를 얻었다. 도판을 살펴보면 마치 터너와 반 고흐가 직접 그린 것 같은 효과를 창출해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이 툴을 사용하는 조건 하에서, 누구나 유명 화가의 화풍을 흉내 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의 딥러닝 연산 과정이 함유하는 ‘다양성/가변성’의 특성이나 추론이 견인하는 보상은 객관성을 담보하는 명확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변주와 변곡의 지점이 언제나 개입한다. 이러한 지점은 오늘날 다원주의 미술이 생산하는 지속되는 변주의 특성과 흡사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점에서, 오늘날 인공지능 시스템과 그것으로부터 생산되는 이미지는 이미 미술이거나 미술의 영역에 바짝 다가와 있다고 하겠다. 




2.2 딥러닝 연산에 의한 이미지의 예술적 존재론 - 창의성과 창발성의 문제 
인간이 미적 가치를 지닌 이미지, 즉 미술을 창작함에 있어 주요하게 간주되는 거부할 수 없는 의미는, 타자 혹은 타자의 미술과 다른 방식으로 창작하는 미적 성찰, 그것에 따른 창의성, 그리고 한 미술가를 독창적인 위상에 이르게 한 ‘개별적 상상력에 대한 높은 가치 평가’와 같은 것이다.
인간만이 지니던 고유한 특성이었던 독창성의 개념이 소멸하고 새롭게 부각되는 20세기 중반 이후 ‘재편되는 창의성’의 개념은 오늘날 빅데이터의 연산과 딥러닝이 지닌 융합(복수성, 네트워크, 가변성)의 존재론과 긴밀히 공유한다.  
구글의 딥드림은 최근 명화의 이미지를 동물들의 이미지와 합성, 변형하는 툴을 선보였다. 그것은 기존의 이미지들을 데이터로 불러와 행했던 이미지 분석과 식별을 위한 목적의 데이터 간의 ‘추론’에 머물지 않고, 창작을 위한 ‘추론’으로까지 밀고 나아간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동물의 형상으로 치환되면서 기존의 원본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잡종의 패러디와 혼성모방의 현대미술의 언어를 실천한다. 
딥러닝 연산에 의한 이미지의 존재는 창발성과 닮아 있다.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emergent property)’을 의미하는 창발성은 존재론적 창발성과 인식론적 창발성의 관점들이 같이 논의되어 왔다.  
첫째, 존재론적 입장의 창발성은, 인과적, 융합의 차원에서 제기된다. 창발론자인 ‘브로드’의 언급처럼, 존재론적 창발성이란 ‘원초적이고 높은 수준의 인과적 상호작용이 기초적 하위 층위가 아닌 다른 층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하위 층위의 개별 요소에서는 특성이 별반 없던 것이 집단을 이루면서 상위 층위의 전체 구조에서 폭발적으로 어떠한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을 지칭한다(Ovens, 2013, p. 6). 이때 개별 요소들로 구성된 복잡한 전체 구조는 ‘개별 요소들의 합 이상의 존재’로 드러나는 것이다. 창발성으로 인해 복잡성이 늘어나는 각 층위는 고유한 법칙을 지니면서 그 속성은 하위 층위로 환원되지 않는다. 즉 창발성이란 존재론적 측면에서 하위 층위가 아닌 층위에서 발생하고, 그 자체로 특수한 지위를 차지하면서 그것이 근본적인 하위 층위로 결코 되돌아가지 않는 ‘환원 불가능성(irreducibility)’을 그 특징으로 한다(Wilson, 2001, p. 268).   
둘째, 인식론적 창발성은 간단히 언급해서 창발되기 전의 관점에서 어떠한 속성이 창발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을 그 특징으로 한다(Bunge, 2003, p. 14). 이러한 창발성에 대한 예들은 무수히 많다. 물의 경우처럼 원자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성질이 분자의 단계로 통합되면서 나타나는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개미나, 꿀벌이 개체 수준에서 보이지 않던 역동성을 집단성으로 확장되면서 드러내는 현상도 창발성과 관계한다(Garud, 2015, p. 201). 개미탑을 쌓거나 벽을 허물수도 있는 집단의 힘, 그것은 개체 단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더욱이 그 창발성의 정도나 규모 역시 가늠할 수 없다. 이러한 창발성을, 우리의 관점인 인공지능의 딥러닝 연산의 방식과 더불어 그것으로부터 생산된 이미지들의 통합과 융합의 차원에서 논의한다면, 융합 이전의 개별 요소로 돌아가지 않는 ‘환원불가능성’과 융합의 결과가 야기하는 상상 밖의 ‘예측 불가능성’을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선행 연구자들은 빅데이터 시스템과 그것의 실행에서의 창발성을 다음의 용어들로 설명한다. ‘공유(Shared), 개방(Open), 이종(Heterogeneous), 진화(Evolving)’의 용어들(Janssen, 2015)이나 ‘데이터 유동성과 발견(data liquidity and discovery)이라는 관점(Etchings, 2017)으로 창발성을 설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빅데이터의 창발성은 “복잡한 토폴로지를 지닌 대규모 신경 네트워크(the emergent properties of large neural networks with complex topologies)(Dehmer, 2016)”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견해들은 ‘환원 불가능한 지속적인 진화와 신경 네트워크의 자라남’, ‘예측블가능한 데이터 유동성과 발견’ 등으로 풀이된다. 


3. 딥러닝의 이미지 인식 - 비지도학습으로 해석되는 이미지  
딥러닝은 빅데이터의 패턴 속에서 규칙 찾기를 스스로 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미지의 인식의 장에서 획기적인 장을 개척해 왔다. 구체적으로 페이스북은 2013년 ‘딥페이스’(Deep Face)라는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용자의 얼굴을 인간의 시지각 능력에 버금 갈 정도의 정확성으로 판별해 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Sender & Shaw, 2017, p. 15). 딥러닝은 사용자가 업로드한 무수한 사진 이미지를 조합, 분석함으로써 유사한 구조의 얼굴 패턴을 어렵지 않게 찾아낸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교의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와 제프 딘(J. Dean)이 이끄는 구글 브레인 팀은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1000만개 이상의 방대한 양의 유튜브 영상을 딥러닝으로 분석하여, 그 중 고양이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McPherson, 2018, p. 31). 그 정확도는 70%에 달했다. 또한 MS는 2014년 ‘아담(Adam)’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1400만 장 이상의 개 사진을 분석해서 개의 품종을 분류하는 기술을 공개했다(Chace, 2018, p. 32). 중국의 기업 바이두(Baidu)는 증강된 카메라 기술을 통해 무수한 이미지를 식별하고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바이두 아이(Baidu Eye)’라는 이미지 인식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Costello, 2016, p. 175). 이러한 딥러닝으로 인해 사물 인식과 이미지 식별을 인공지능 스스로 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그간의 인식 능력마저 쉽게 모방해 온 것이다.   
이러한 딥러닝에서 정확한 패턴을 찾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훈련 데이터가 필요하다. 학습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비지도 학습의 단계가 세분화되면서 성능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지 인식에 있어서의 정확도를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컨볼류션 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의 연산 단계를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시도되고 있는 딥러닝의 시각화(Feature visualization) 방식은 이미지 인식의 차원에서 유의미하다. 이러한 방식은 “특징 시각화를 통해 신경망 각 뉴런에 해당하는 대표 이미지를 시각화할 수 있으며, 학습된 모델이 단계마다 이미지를 어떻게 필터링해 최종적으로 적합한 예측을 수행하는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기”때문이다(Maso-team, 2019, p. 125).
한편, 2015년 스탠퍼드 대학(Stanford University)의 두 연구자는 딥러닝의 과정으로 패턴을 분석한 이미지에 대해서 간략한 언어로 된 설명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적 모델을 제시했다(Karpathy and Fei-Fei, 2015, pp. 3128-3137). 이 모델은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사진 이미지를 패턴화로 분석, 분류하는 능력뿐 아니라 문법에 맞는 언어로 설명하는, 즉 ‘이미지와 그 영역에 대한 자연어 설명(natural-language descriptions of images and their regions)을 가능케 한 컨볼류션 신경망(CNN)과 순환 신경망(RNN, Recurrent Neural Networks)의 하이브리적 결합의, 획기적인 연구가 되었다(Patterson & Gibson, 2017, p. 159). 
이제, 이미지의 패턴을 찾는 딥러닝의 노력은 그것을 인식하는 수용의 차원을 넘어 응용하는 창작의 방식에까지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유사 예술 혹은 이미지 창작의 면에서 딥러닝의 결과가 응용된 것이다. 즉 인공지능이 예술 작품을 모방하는 이미지를 생산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그것이었다. 그것은 프로그래밍을 거쳐 실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초기의 인공지능 로봇인 아론(Aaron)(Sawyer, 2012, p. 145)으로부터 최근의 구글의 인셉션을 통한 이미지 합성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그림 그리는 딥드림(Deep Dream)(Anderson, 2017, p. 93)에 이르기까지 유사 예술 창작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또한 이미지를 유명 화가의 화풍으로 변형하는 트위터의 ‘딥포저(Deep Forger)’이 등장했다(Sun, 2019, p. 195). 이제는 아예 새로운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쿤(Yann LeCun)이 디렉터로서 이끄는 페이스북 AI팀이 개발한 새로운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는 GANs(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이라는 딥러닝 기술이 그것이다(Grigorev and al., 2018, pp. 71-72).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이미지 인식을 넘어 이미지를 창출하면서 창의성과 연관되는 논의 속으로 진입한 것이다.  

4. 딥러닝을 통한 시각예술의 이미지 인식과 창발적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 동시대 미디어 아트 분석     
4.1 손여울(1984~ 한국)
손여울의 작업은 빅데이터로부터 알고리즘을 시도하여 데이터 값을 정하고 범주를 정하지만, 그 완성은 컴퓨터에게 일임한다. 프로그램에 의해 랜덤으로 작동하는 컴퓨테이션 실행을 통해 예측이 불가능한 창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4.2 하름 판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 1981- 네덜란드)
하름 판 덴 도르펠의 작품은 소프트웨어의 신경네트워크와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자질의 유전자를 물려주면서, 관객의 시각예술 작품에 대한 이미지 인식에 ‘끊임없이 변형되는 추상미술 창작’을 통해서 개입한다. 본고는 이 작품에서 데이터의 무한 증식과 예측불허의 창발성에 주목했다. 

4.3 레이첼 아라(Rachel Ara, 1965- , 영국)
레이체 아라의 작품은 빅데이터와 복잡한 데이터마이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관객과 상호 작용한 결과를 수량화하고 그것을 ‘가치’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본고는 이 작품에서 딥러닝을 거친 데이터와 시각화된 이미지에 내포된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하면서 이미지 인식에서의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차원의 효용성을 탐구했다. 

4.4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 2010 결성~ )
그룹 포렌식 아키텍처의 작품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거대 국가가 은폐하는 빅데이터를 자신들의 딥러닝 과정을 거쳐 파헤치고 분석하여 은폐된 진실을 국제 사회에 고발한다. 본고는 이 작품에서 은폐된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구축하는 그들 방식의 딥러닝에 주목하면서, 작품 속 이미지 인식을 순수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종결시키지 않고, 사회 언어적 메시지로 변주하는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했다. 본 연구자는 이 작품을 연구하면서 이미지 안에 숨겨진 국제 정치의 질서와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폭로하는 방식 너머에, 이미지의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창발적 인식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연구자는 이 작품을 작은 데이터 하나하나에 숨겨진 ‘하위 층위의 개별적 요소’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특성이 상위 층위에서 폭발적으로 생성되는 ‘존재론적 창발성’의 효력이 ‘인식론적 창발성’과 함께 효과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5. 결론
본고는 지금까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한 이미지의 존재론과 인식론- 창발성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두 가지 관점에서 연구했다. 하나는 존재론이고 하나는 인식론에 관한 연구였다.
첫째의 연구 범주로, 존재론과 관련한 연구에 관한 것이다. 
연구자는 여기서 ‘빅데이터와 이미지 존재론’과  ‘딥러닝 연산에 의한 이미지의 존재론’을 연구했다. 전자는 ‘일상의 이미지와 인공지능의 미술 모방의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모색한 ‘빅데이터 자체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스템의 존재론’에 대한 탐구였고, 후자는 ‘딥러닝 연산, 즉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이미지 생산과 더불어 생산되는 이미지의 존재론’에 대한 탐구였다.
빅데이터를 통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은 네트워크 구조와 더불어 혼성과 복수체로서 존재한다. 그것은 마치 들뢰즈와 가타리가 리좀의 메타포로 살피고 있는 탈구조의 존재이다. 최근의 클라우드 컴퓨팅이 야기하는 다중심 네트워크와 멀티모달 러닝의 모달리티 간의 접속은 데이터의 조회, 분석 그리고 생산을 이전 시대보다 용이하게 한다. 더불어 빅데이터의 복수성과 다원주의라는 존재적 속성은 다양성과 가변성을 이끌면서 최근의 미술의 조형적 특징과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빅데이터를 재료로 삼는 인공지능은 데이터 사이의 ‘추론’이란 과정을 통해서 일정한 보상을 기대하지만, 이미지의 생산이나 미술의 창작에 있어서는 ‘최선과 즉각적 보상’이 아닌 ‘차선과 장기적 의미의 보상’을 기대한다. 완성이라는 결과물만이 아닌 ‘미술 창작의 과정과 그것에 관한 향유 자체’가 미술의 또 다른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추론은 ‘학습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찾아 ’자가 학습’함으로써 창의성에 대한 담론을 촉발시키다. 
엄밀히 말해 미술가(미술 작품)의 주요한 특성이었던 독창성은 20세기 미술의 시대에 와서 ‘집단적 독창성’으로 변모하고 20세기 중반 이후, ‘보편적 창의성’ 혹은 ‘재편되는 창의성’ 개념으로 이해되기에 이른다. 거시적 관점보다 미시적 관점이 주요해진 오늘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생산되는 이미지는 창발성의 관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구글의 딥드림은 이러한 ‘보편적 창의성’ 혹은 ‘창발성’의 관점에서 이미지를 학습하고 미술가의 미술적 이미지의 생산을 실험한다. 
그렇다고 인간 주체가 아닌 인공지능이 ‘새롭게 부상하는 예술가’라고 정의하는 일은 속단이다. 언제나 인공지능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발명되었고 개량되고 있는 목적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이미지 연구들은 미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둘째의 연구 범주로, 인식론과 관련한 연구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다음처럼 세 개의 항목으로 구별된다. 
1) ‘철학적 인식론의 이미지 인식’과 ‘심리학과 과학에 기반한 인지과학의 이미지 인식’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전자는 인식론 입장에서의 인식 주체인 인간과 대상인 이미지 사이에 상호작용하는 입장으로 전개되어 온 것으로 기술하고, 후자는 인지과학의 입장에서 이미지에 집중하기보다 인간 지능에 집중함으로써 이미지 인식을 ‘이미지 인지’의 차원에서 실행함으로써 인간 지능에 기능해 온 것으로 기술했다. 
2) 초기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발전 방식을 살펴보고, 머신러닝과 딥러닝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비지도학습을 통해서 이미지를 인식하는 관점을 연구했다. 인공지능의 자가 학습이라는 차원의 비지도학습은 이미지 인식의 차원에서 이미지의 외피적 판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이미지가 내포한 의미론까지 파악하는 단계에 이르게 한다.  그런 면에서 딥러닝의 비지도학습을 통한 이미지 인식이란 이미지에 대한 인공지능 방식의 일련의 미적 경험을 통해서 이미지에 내포된 의미론을 탐구하는 것에까지 이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인공지능의 이미지 인식이란 이미지의 외형적 특징뿐 아니라 내적 특징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3)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실험하는 시각예술에서 이미지 인식의 문제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인공지능 차원의 이미지 인식을 넘어, 빅데이터를 딥러닝으로 가공하고 만들어낸 이미지를 예술작품으로 시각화하는 미술가들의 이미지 인식의 차원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관객의 예술작품에 대한 이미지 인식, 즉 미술 감상의 차원이 어떻게 서로 관계하는지를 연구했다. 특히 이러한 차원에서 발생하는 창발적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연구했다. ‘존재론적 창발성’이 ‘환원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것에 비해, ‘인식론적 창발성’은 ‘예측 불가능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본고는 특히 마지막 장에서 네 명(팀)의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발표한 실제 작품의 연구를 통해서, 딥러닝의 이미지 인식과 관련하여, 인식론적 창발성이 어떻게 발현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존재론 그리고 딥러닝을 통한 이미지 인식론을 주제로 삼은 이 연구는, 다양한 이미지를 빅데이터로 구축하고 딥러닝을 거치는 실제적 실험을 거치지 않고, 그러한 실험의 과정을 이미 거친 미술작품을 분석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딥러닝을 통해 생산된 이미지가 어떻게 인간에게 인식되는지를 탐구함으로써 최근 인공지능이 생산하는 이미지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연동시키는 ‘창발적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미적 경험’, ‘미적 의미’ 나아가 ‘예술적 해석’의 관계를 탐구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한다. 또한 오늘날 인공지능, 빅데이터, 딥러닝을 화두로 삼고 있는 미술가들이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들이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미적 경험과 창발적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추적하고 분석하는데 있어서 소기의 성과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다. ●

* 이 글은 아래의 두 논문 중 일부를 합치고 수정한 것이다. 김성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미지의 존재론과 창발성」,『한국영상학회논문집-Contents Plus』, Vo. 16, No, 4, 한국영상학회. 2018, 6. 30, pp. 51~74. & 김성호, 「딥러닝을 통한 이미지의 인식론 - 창발성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한국영상학회논문집-Contents Plus』, Vo. 17, No, 4, 한국영상학회. 2019, 6. 30, pp. 5~28

** 주석 생략 

출전/
김성호, 「AI 시대의 미디어 아트 이미지론」, 『세미나-환대의 언어, 빛』,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202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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