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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개관 10주년의 특별한 환경을 생각하며

하계훈



경기도미술관 개관 10주년의 특별한 환경을 생각하며



하계훈(미술평론가)

2006년 10월 25일 개관한 경기도미술관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벌써 10년이 지났구나라는 소회와 함께 필자는 개관 초에 미술관에서 열렸던 토론회에 참석했던 기억이 난다. 좀 오래된 기억이어서 정확하게 떠올릴 수는 없지만 필자가 참가하였던 토론회의 내용은 새로 태어난 미술관이 제대로 된 정체성을 확립하고 향후의 바람직한 운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여러 분야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었다. 경기도미술관 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지방의 공립미술관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토론 기회를 갖곤 하는데, 이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그 미술관이 소재한 지역의 작가들이 해당 미술관과의 관계에 있어서 양측의 바람과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술에 대한 공공 지원에 목말라 있었던 지역의 작가들 가운데 일부는 때마침 개관한 지역의 공립미술관에 대해 지역적 연고를 강조하며 자신들을 새로 개관하는 미술관의 프로그램에 참여시켜줄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미술관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운영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지나치게 지역의 미술 생태계에 편입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지역미술계와의 가벼운 마찰과 인식의 괴리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방 도시에 설립된 일정 규모 이상의 공립미술관들은 미술관이 위치한 지역과의 상생도 중요하지만 미술관의 물리적 규모에 걸맞는 전시와 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여왔으며, 이를 위하여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소장품과 자료들을 수집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여왔다. 경기도미술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그동안 3명의 관장이 교체되어 오면서 이러한 기본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의지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미술관이 지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상생하면서 좀 더 확장된 활동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보하여 궁극적으로 국제적인 수준으로 약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본에는 전문인력과 그들의 자율적인 전문성 발휘를 가능하게 해주는 운영 시스템,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지원해주는 재정과 행정의 뒷받침 등이 적절하게 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경기도미술관은 이러한 환경을 얼마나 확보하여 왔는지 점검해 볼 때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시기적으로 2006년 개관한 미술관이 곧 이어 2008년 홍콩발 ‘리먼부라더스 사태’라는 국제적인 경제 환경 변동의 충격을 받으면서 정부 뿐 아니라 경기도 차원에서도 재정적으로 위축을 경험하게 된 점과 3년 전 (미술관과는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은 아니지만) 소위 ‘세월호 사건’이라는 특수한 정황에 간접적으로 연관되면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미술관 공간을 가동시키지 못한 것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인 정황만이 경기도미술관의 보다 발전적인 활동 전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출발 초기에 미술관의 전문인력에 대한 고용형태가 지방공무원에서 일반 재단의 직원으로 바뀐 점이나, 경기도 내의 대여섯 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경기문화재단의 뮤지엄본부라는 조직 아래에 하나로 묶어 관리하면서 학예직원을 포함한 직원들의 경험과 능력 신장을 위한 순환보직이라는 명분으로 일정 기간을 주기로 근무처를 바꾸는 인사 방식은 미술관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퇴행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경기도미술관 중요 전시를 살펴보면 지역성과 보편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개관전으로 <호안 미로전>을 선택한 점이나 2011년 개최된 <불사조의 심장:아랍에미리트연합-샤르자의 문화와 예술전>과 올해 초에 열린 <영상과 물질-1970년대 일본의 판화전> 등은 경기도미술관이 국제적 지평에서 미술계를 폭넓게 조망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었던 반면에, 2010년 열린 <유원지에서 생긴 일전>과 <경기도의 힘전>, 2012년의 <동네미술전>과 2015년의 <경기 팔경과 구곡: 산·강·사람전> 등은 경기도의 지역성을 적극적으로 전시 기획에 도입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경기도미술관에서 올해 4월에 열린 <4월의 동행전>은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의 주소지인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 도중에 일어난 비극적인 참사에 의해 전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건을 미술로 담아보려는 시도였으며, 오히려 지역미술관이 당연히 개입했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를 뒤늦게 다룬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문제는 정치적인 해석과 파장이 맞물려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사고 수습과 원인규명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므로 유족들이나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이슈일 것이다. 하지만 사고의 수습과 진실규명이나 정치적인 해석의 문제와는 별도로 경기도미술관의 공간운영의 관점에서 볼 때 2년 넘게 시간이 지나면서 미술관 주출입구에 추모의 공간이 커다랗게 설치된 상태를 유지하고 미술관 내부의 교육 공간 일부가 이 사건관련 공간으로 장기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추모공간이나 사고 유족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왜 경기도미술관이 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자인 중앙정부나 교육청 등이 나서서 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경기도미술관을 하루 빨리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도 이번 경기도미술관의 개관 10주년을 기점으로 조심스럽게 공론화해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개관 10주년을 맞은 경기도미술관이 소재지에 관련된 커다란 사건 때문에 불필요하게 사건과 연관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미술관이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거듭나고 지역성을 넘어서 국제적인 장으로까지 확장된 운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안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여야 하며, 미술관 운영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미술관 전문인력의 역할을 확장시키고 그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줌으로써 좀 더 소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미술관의 전시와 교육 등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을 확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차 출처: 월간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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