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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인간성에 대한 치유의 희망을 담은 작가의 시선

하계훈


인간성에 대한 치유의 희망을 담은 작가의 시선
 
하계훈(미술평론가)
 
김소연은 방임아동들의 사회적 부적응과 정서적 혼란에 의해 나타나는 자폐적이거나 퇴행적인 행동에 주목해왔다. 이러한 아동들의 모습을 FRP와 레진, 우레탄 등을 재료로 하여 실물 크기에 가깝게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생활 소품을 도입하여 그들의 표정과 동작에서 마치 연극의 한 장면과 같은 어떤 상황을 읽도록 하는 형식으로 제시되는 작품들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현대인들의 의식과 행동에 대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형식에 있어서는 자칫하면 진부하게 느낄 수도 있는 재현적 인물 조각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미술치료에 관심이 많은 작가가 현장에서 만난 아동들을 통해 경험한 사실에 기반을 두고 표현되는 이러한 작품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결핍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관심의 시선과 관람객들을 향한 문제의식의 공유를 권유하는 목소리를 시각화한 것이다. 나이 어린 아동들의 표정에 그늘을 드리우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가까운 부모나 친지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의 부재, 그리고 그로 인한 대인관계에서의 집착이나 자폐와 같은 이상반응 등이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김소연의 이전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에게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거부하는 웅크리거나 등을 돌린 자세, 엄지손가락을 입으로 빨고 있는 퇴행적인 행동과 웃음기 없는 눈, 불안한 표정,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창백한 피부색과 이에 대조되는 화려한 치장이나 소지품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소연은 이전의 방임아동들의 이미지를 표현해 온 연장선상에서 주제를 보다 일반화시켜 『소유는 소외를 부르는 환상이다』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김소연이 제시하는 아동의 이미지는 인간의 본성에 보편적으로 내재된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아동적인 상태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아동이라는 특성에 의해 이러한 상태가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김소연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상태가 어린 아이라는 존재에 투영되어 시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관심을 환기시키며, 더 나아가 보다 건강하게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려는 것이다.

어린 아이는 순수하고 순진한 만큼 외부로부터의 자극에서 상처를 받기 쉬운 상태에 놓여 있으며 상처에 대한 반응도 보다 직접적이다. 어린 아이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상태는 인간성의 완성에 대한 결핍이며 불만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현실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환경에 대해 공격적으로 반응하기도 하며 불필요한 소유욕과 집착 같은 반사회적 행동들이 수반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유에 대한 지나친 욕구는 사회의 질서와 균형을 파괴하거나 더 나아가서 폭력적인 상황을 불러일으키게 되기도 한다고 보는 시각이 김소연의 작품들에 반영되어 있다. 이번에 출품된 김소연의 작품은 욕망을 추구하는 아동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소유욕으로 대표되는 아동의 욕망의 대상은 물고기로 상징되는데 아동과 물고기가 크게 세 가지 상황 속에 놓인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 작품은 아동이 낚시대를 메마른 땅 속에 드리우고 있는 부조리한 상황을 보여준다. 아동은 물고기라는 욕망의 대상을 채집하기 위하여 낚시라는 행위에 몰두하여 물고기를 획득한다. 두 번째 상황에서 아동은 잡은 물고기를 헬륨을 주입한 풍선처럼 줄에 묶어 들고 있으며 세 번째 상황에서는 아동이 화초처럼 화분에 물고기를 심어서 키우려는 것을 보여준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행동이 김소연의 작품 속 아동들에 의해 행해진다. 이 아동들은 결핍의 상태에서 소유욕의 만족을 통해 안정과 성취감을 얻으며 자신의 사회적 존재감을 느끼려 하는 결손 상태의 아동으로서 이전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방임아동의 연장선에서 작품 속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표현된 아동들은 이전의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어떠한 행동에 몰두하는 상황을 연출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김소연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어린 아이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사회에 유익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구성원들로부터 배척될 것이다. 그 행위의 결과가 유익한가의 여부에 앞서 이 사회에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인가를 살펴보아도 사회를 향해 표출되는 방임아동의 욕구는 다른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롭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역시 외면될 것이다. 김소연 역시 자신의 작품 속의 아동들이 보여주는 행동의 반사회성과 부조리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 점을 공론화하여 결핍이 소유에 대한 욕구를 부르고 소유욕이 다시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파괴를 부름으로써 원래 아이가 채워나가려 했던 결핍이 또다시 생성되는 잘못된 행위의 반복적 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들을 통해 김소연은 이전의 방임아동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인간성의 보편적인 속성에 대한 연구와 관찰로 확장시키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의 연결고리를 동일한 아동들의 전환된 태도를 통해 설정해내고 있다. 『소유는 소외를 부르는 환상이다』라는 명제는 결국 방임아동의 심리상태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하여 우리들 개개인의 인간성에 잠재된 소유욕이나 폭력성과 같은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성찰과 이러한 요소들이 사회를 향해 발현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반사회적, 반(反)공리주의적인 결과를 염려하는 작가의 우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할 수 없는 이러한 인간성에 대한 치유의 희망을 담은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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