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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 러시아의 빛

김영호



동토 러시아의 빛



김영호 | 중앙대교수, 한국박물관학회장

  20세기 러시아 미술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그것이다. 전자는 1910년대와 1920년대 러시아 혁명기의 미술로 말레비치와 칸딘스키로 대변되는 미술운동을 지칭하며, 후자는 1930년대 이후 소비에트 연방이 주창한 미술운동으로 오늘날 ‘러시아 리얼리즘’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두 미술사조는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의 20세기 미술사는 대개 유럽과 미국에서 건너온 미술운동, 즉 구미 모더니즘 미술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러시아와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교류 협약을 체결하고 많은 문화 사업들이 추진되었다. ‘코로나-19’의 상황으로 행사 기간이 2021년 이후까지 연장되면서 러시아 문화와 예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동토의 땅’, ‘철의 장막’ 따위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소비에트 연방을 다시 보는 일은 미술사의 차원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연구는 기존의 미술사를 편협된 이데올로기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모스크바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 트레티야코프 갤러리’는 러시아의 대표적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술관의 특징은 러시아 미술 전문미술관이라는 점에 있다. 11세기부터 오늘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컬랙션은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최근 구관 일대의 대규모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완공 후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 적은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품들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신관에 전시되어 있다. 물론 말레비치와 칸딘스키로 대변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의 대표작들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트페테스부르에 자리잡은 ‘국립 러시아 미술관’은 가장 많은 말레비치와 칸딘스키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이 외의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작가들은 예카테린부르크의 ‘국립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왜 오늘날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러시아 리얼리즘’ 인가? 이 두 미술사조는 러시아 혁명 이후 나타난 소비에트 연방의 미술로 분류되어 현대미술사의 흐름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소련 공산당이 주도하고 당과 국가에 봉사하는 기능으로서 미술로 폄훼되어 왔다. 하지만 이 두 미술 운동의 주역들은 세계미술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말레비치와 칸딘스키 그리고 타틀린의 절대주의와 추상미술 그리고 구성주의는 그냥 간과할 경향이 아니다.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은 유럽의 모더니즘 미술과 상호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었다. ‘러시아 리얼리즘’으로 이해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경향 역시 일리야 레핀이라는 미술사의 거장을 모르고 이해될 수 없다. 

  동토의 땅, 철의 장막 등의 이념으로 가려져 있던 러시아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 고려인과 조선인들이 함께 했던 땅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의 빛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1차 출처 : 한라일보, 김영호의 월요논단, 20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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