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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상의 현황과 의의-다시, 미술상의 권위를 생각한다

고충환



국내 미술상의 현황과 의의
다시, 미술상의 권위를 생각한다 


고충환 | 미술평론가



10년도 더 전에 같은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에는 조금은 암울한 비전으로 글을 열었지만, 이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동안 국내 미술계의 환경이 좋아진 것일까. 질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양적으로만 보면 현재 국내 미술 생태계는 풍년인 것 같다. 아트페어는 열렸다 하면 대박이고, 전시장에 먼저 들어가기 위해 잠을 설치고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MZ 세대가 새로운 컬렉터 층으로 부상했다고도 하고, 홍콩 시장이 우리나라 쪽으로 넘어올 것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NFT 열풍까지 가세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미술 생태계 전반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도 하고, 그렇게 불어닥칠 변화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도 한다. 

정말 그럴까. 이대로만 가면 좋을 것인가. 비엔날레가 좀 많다 싶었는데, 아트페어에 비해 보면 그래도 좀 봐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아트페어도 있지만, 급조된 아트페어, 치고 빠지는 단타성 아트페어, 이름마저 생소한 아트페어도 많다. 지자체마다 레지던시도 두세 개씩은 기본이어서 집은 몰라도 작업실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여기에 각종 공모전이며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서 그저 붓만 꺾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될 것 같은 호시절에 격세지감을 토로하는 세대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미술상이 있다. 아트페어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름도 생소한 미술상, 명분을 알 수 없는 미술상, 상이 무색한 미술상도 적지 않다. 최악은 자기들끼리 만들어서 내부자들이 돌아가며 주고받는 상이다. 그럴 거면 상이 왜 있나 싶다. 미술상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 주는 사람(기관)과 받는 사람(단체)이 그 권위를 결정한다. 주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한다. 자격이라기보다는 격이 있어야 한다. 줄 만한 사람이 주어야 하고, 응당히 받을 사람이 받을 때 상의 권위가 선다. 대개 미술 생태계도 자연생태계처럼 자정능력이 있어서 가만히 내버려 둬도 저절로 옥석이 가려지지만, 그렇지 않은 일부 경우도 없지 않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고, 사리사욕이 끼어드는 경우일 것이다. 

어떤 미술상이 있는지 보기 전에 변명 아닌 변명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용어 문젠데, 미술상이 어떤 대상을 지향하느냐에 따라서 서양화 위주, 한국화 위주, 조각 위주, 사진영상 위주, 다원 예술 위주, 이론 위주, 원로작가 위주로 구분해 보았다. 현대미술은 그 생리가 장르 특수성을 견지하기보다는 장르를 넘나들기 일쑤여서 구태 한 구분이라고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편의상의 도모라고 해도 좋다. 여기에 처음부터 장르 구분 없이 대상을 열어 놓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개 처음에는 장르 중심으로 시작했다가도 도중에 장르 확장을 꾀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도 고려했다. 장르 내에서도 그 구분이 애매한 경우(이를테면 설치회화 같은)와 장르 확장을 통해 수상 제도 자체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기획이 맞물린 결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먼저 판화를 포함한 서양화 위주로 수상 작가를 선정하는 경우로는 이인성미술상(대구미술관), 정점식미술상(대구미술관 신설), 오지호미술상(광주문화재단), 박수근미술상(양구군), 하종현미술상(하종현예술문화재단), 이중섭미술상(조선일보), 전혁림미술상(통영시), 강국진미술상(유족협의회 주관 한국현대판화협회 위임), 이동훈미술상(대전시립미술관), 장두건미술상(포항시립미술관), 그리고 종근당예술지상(종근당 홀딩스 주관 아트스페이스휴 위임)이 있다. 

대개 지자체의 후원으로 지역미술관이나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형식으로서, 지자체의 예술에 대한 인식(어쩌면 인식과 함께 의지?)과 재정적인 지원이 절대적이다. 때로 지자체의 후원을 받아 지역 언론사가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제정돼 격년제로 운영되는 강국진미술상은 판화작가를 대상으로 한 국내 유일의 수상 제도란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1960, 70년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판화를 사실상 자력으로 개척하다시피 한 부분이 있고, 여기에 당시 아방가르드를 선도하는 장르로까지 판화의 위상을 끌어올린 생전 선생의 실험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주목되는 경우가 종근당예술지상이다. 2012년 처음 제정된 이후 매년 3명의 신진작가(신진작가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자기 세계를 이미 보여주고 있는 작가)를 선정 지원하는, 향후 3년간 연속 지원하고 마지막 해에 전시를 열어주는 형식이다. 그렇게 열린 전시가 현재 회화의 경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현재 작가들의 열렬한 주목을 받고 있거니와 메세나를 통한 기업 후원의 성공적인 사례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화 작가 위주로는 이응노미술상(홍성시), 허백련미술상(광주문화재단), 이당미술상(후소회), 월전미술상(월전미술재단), 안견미술문화대상(서산문화재단), 그리고 광주화루(광주은행)가 있다. 특히 광주화루는 광주은행이 2017년 처음 제정한 이후 매년 한국화 작가를 대상으로 5명의 작가를 선정 수상하고 전시를 열어주는 제도로서, 선정 작가들의 면면이나 전시가 비교적 길지 않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국내 한국화의 현재를 대변한다고 해도 좋을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엄정한 작가 선정 과정도 그렇거니와 전폭적인 지원(흔한 말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는 않는다는)이 수상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기업이 나서서 안정적인 제정 지원을 가능하게 할 때 바람직한 그리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해주는 사례로 봐도 좋을 것이다. 

다음에는 조각가 위주로 문신미술상(창원시립문신미술관), 김세중조각상(김세중기념사업회), 그리고 김종영미술상(김종영미술관)이 있다. 2002년 처음 제정된 문신미술상은 올해로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그 의의를 더한다(각 본상 수상자로 양태근 작가가, 청년작가상으로 서금희 작가가 수상했다). 그리고 김세중기념사업회는 1987년 김세중조각상을, 1990년부터는 김세중청년조각상을, 그리고 여기에 1998년부터는 미술이론가를 대상으로 한 한국미술저작상을 운영하면서 수상 제도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올해의 경우 김세중조각상에 공간설치작업의 박기원 작가가, 김세중청년조각상에 오종 작가가, 그리고 한국미술저작출판상에 김영애가 각각 수상했다). 그리고 1990년 처음 제정된 김종영미술상 역대 수상 작가 중에서는 역설을 주제로 한 박원주 작가, 프렉탈 구조의 김주현 작가,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정재철 작가, 우는 부처의 김승영 작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나같이 조각과 설치, 공간과 오브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들이다.  

그리고 흔히 사진은 현대미술의 꽃이라는 세간의 형용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대상으로 한 수상 제도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사진이 여러 형식으로 다중 복합매체의 일부로 흡수되고 변용되는 현대미술의 풍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략 일우사진상(일우재단), 다음작가상(박건희문화재단), 사진비평상(사진비평상운영위원회) 정도가 있다. 이 가운데 사진비평상은 한때 국내 유일의 사진 전문 매체로 주목받았던 사진비평(진동선)이 제정한 상으로서 2014년 이후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가 2018년 재차 재개되었다. 주최 측의 의식도 대외적인 권위도 그렇지만,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수상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도 기약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제도권 미술의 진풍경이 전개되는 장이 다원 예술이다. 현대미술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생산되는 장이라고 해도 좋다. 그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경우라고 해도 좋다. 여기서 다원 예술은 장르 구분이 무색한 경향을 아우르고,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향을 총칭한다. 관련해서 현재 대략 올해의 작가상(국립현대미술관 주관 SBS 문화재단 후원), 국제예술상(백남준아트센터), 박서보예술상(광주비엔날레 신설), 수림미술상(수림재단), 송은미술대상(송은문화재단), 에르메스 미술상(에르메스 코리아), 아트스펙트럼작가상(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내일의 작가상(성곡미술문화재단), 안국미술상(안국문화재단), 박동준상(박동준기념사업회)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에르메스 미술상은 2000년 처음 제정된 이후, 2003년부터는 에르메스코리아와 아트선재센터가 공동 주관해 오고 있다. 그리고 아트스펙트럼작가상은 삼성 리움이 그동안 실시해오고 있던 아트스펙트럼전에 초대 전시한 작가를 중심으로 각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 진행했다가 잠정적으로 중단한 이후 올해 재차 재개되었다(2022년 3회 수상자 차재민). 그리고 성곡미술문화재단은 원래 기획공모대상과 내일의 작가상을 묶어 진행했는데, 지금은 기획 공모는 빠지고 내일의 작가상을 지속 운영해오고 있다. 특이한 것이 박동준상인데, 갤러리 분도를 오픈한 박동준의 평소 지론대로 2020년 제정한 상으로, 각 미술과 패션을 대상으로 격년제로 운영하고 있다(2021년 2회 영상설치 작가 뮌 수상). 

거의 모든 미술상이 작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비평과 기획 그리고 미술사를 포함하는 미술이론가를 지원하는 수상 제도도 있다. 이견이 없지 않으나 대개 현대미술은 개념미술에서 시작되고, 의미론으로 지지 되고(현대미술은 의미의 싸움이다), 따라서 담론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진 저간의 사정을 반영한 경우로 보인다. 관련해서 현재 대략 세마_하나 평론상(서울시립미술관 주관 하나금융그룹 후원), 김복진상(김복진상운영위원회), 우현학술상(인천문화재단), 월간미술대상(월간미술대상운영위원회), 석남미술상(석남미술문화재단)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2006년 제정된 김복진상은 그동안 일본에서 위안부 소녀상 전시를 추진한 표현의 부자유전 실행위원회가 수상하는 등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기획전시를 중점적으로 챙기는 편이다(2021년 현재 백름, 후루카와 미카 수상). 그리고 월간미술대상은 1976년 계간미술로 창간한 월간미술이 1996년 제정한 이후 2012년 제17회까지 시행하다가 잠정적으로 중단했는데, 올해 2022년 제18회를 시작으로 재차 재개했다. 각 평론학술 부문, 전시기획 부문, 그리고 특별부문을 시행하는데, 국내 최고의 미술전문지가 운영하는 유일한 수상 제도란 점에서 주목되고, 역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정지원 채널을 개발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그리고 미술평론가 고 이경성의 호를 딴 석남미술상은 1981년 제정되었으며, 한동안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위임받아서 작가 수상을 진행해오다가, 지금은 석남미술이론가상과 특별상을 석남미술문화재단이 도맡아 진행해오고 있다(올해 석남미술이론가상은 목수현이, 특별상은 이연수 모란미술관 관장이 각각 수상했다). 

그리고 원로작가 위주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화관광부)과 대한민국예술원상(대한민국예술원)이 있다. 격려와 평가와 같은 수상 제도 본래의 의미로서보다는 명예를 수상하는 경우로 보면 되겠다. 한편으로 문화관광부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함께 1993년부터는 신진 및 중진작가를 대상으로 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도 수상해오고 있다. 그 밖에도 작가를 대상으로 한 김복진미술상(청주시립미술관 2021년 제정)이, 국내 유일의 여성 미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석주미술상(석주문화재단 1989년 제정)이, 그리고 역시 국내 유일의 공예 작가를 대상으로 한 목양공예상(한국공예가협회 1988년 제정)이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권위 있는 수상 제도가 지금은 없어진 경우가 있어서 아쉽다. 건축가를 대상으로 1990년 제정된 김수근문화상(김수근문화재단),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조각가를 대상으로 격년제로 운영한 모란조각대상(모란미술관), 현대미술 작가를 대상으로 한 토탈미술상(토탈미술관), 그리고 1984년 제정돼 각 양화 부문과 조각 입체 부문으로 나누어 격년제로 운영한 선미술상(선화랑)이 그렇다. 

수상 제도도 그 순기능을 다하면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재정 문제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무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누차 하는 이야기지만, 기업체의 협찬을 이끌어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지원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그렇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의식(그리고 의지)이 중요하지만, 의식만으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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