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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본예술시장] 2008 미술결산 : 절정, 관망 ... 그리고 휴면

김윤섭

아무런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2009년에 들어서면서 드디어 미술시장도 긴 휴면기(休眠期)에 접어들 태세다. 각종 지표와 기록들은 지난 2년간 호사를 누렸던 미술시장의 영광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음을 전하는 듯 비관적이다. 내 생애의 봄날처럼 2007년의 달뜬 절정은 2008년엔 점차 식어 미지근한 관망세에 접어들었다. 기축(己丑)년 새해를 맞았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은 있을 것이라 미련의 불을 지핀다. 2009년 미술시장, 과연 이대로 잠들 것인가?

미술시장도 국제 경기변화에 민감

우리나라가 미국 경제의 영향권에 있다고는 알았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절실할 줄은 미처 몰랐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2주년을 맞았다. 용어조차 생소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뭐고, 또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져 부실 사태를 빚었다지만 우리와는 무슨 관계인지 도대체 요즘은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여하튼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 미술시장도 이렇게 죽을상이라니 그냥 지나칠 수도 없다. 이젠 미술시장을 바로 알려면 국제 경기변화를 주도면밀하게 살펴야 되는 시기를 맞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 경제공황 사태가 작년 연말이 바닥이라고 점쳤지만, 아직도 끝 모르게 하강 중이다. 결자해지라 했던가. 서글프지만 미국의 회생이 가장 큰 방책이다. 미국 경기 회생을 위해선 부동산시장부터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건설회사 자금은 바닥나고, 분양에 들어가기도 전에 은행에 차압당하기도 한다. 최근엔 궁여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도 경매 풍속이 일반화되어 관광상품까지 생겼다고 한다. 오바마 새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에 기대하고 있다지만, 최소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것이 대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미술시장의 갱생은 적어도 그 이후에나 기대할 법하다.

최근 시장의 변화 양상

국내 미술시장이 최근 몇 년간 큰 홍역을 치르고 나서 변화바람이 거세다. 미술시장 전반에 불기 시작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술시장도 주변 경기변화와 매우 밀접한 영향관계에 놓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술계는 주변 경기변화 여하에 상관없이 일부 계층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2006년 이후 경제적 측면에서 미술품에 대한 인식변화는 미술시장에 대한 기본 틀을 바꿔 놓았다. 이젠 미술품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이견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국내외 미술시장 경계가 허물어졌다. 이는 인기작가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좋은 학교와 인맥, 경력 등의 물리적인 환경요인보다는 미래의 발전적인 비전이 우선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국내활동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까지 고려한 유망작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률이 매우 치열해졌다.
셋째, 미술시장의 산업화 속도가 가속화 되고 있다. 미술장르가 빠르게 시장화되면서 미술시장도 점차 연예산업화 될 조짐이다. 아트매니지먼트, 아트마케팅 등 새로운 아트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스타작가 양산시스템’이 보편화 되고 있다.
넷째, 화랑과 작가의 해외 진출욕구는 여전하다. 수세에 몰렸을 때 적극적인 공격이 가장 현명한 방어책일 수 있다. 이미 해외에 진출한 이들은 부득이하게 잠시 주춤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열악한 한국 미술이 틈새를 공략할 적기임을 누구나 공감한다.
다섯째, 미술애호가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가장 뜨거웠던 2007년엔 일부 투기욕이 앞섰던 이들의 시기였다면, 지금이야말로 중상층 위주로 새로운 미술애호가 층이 확산되고 있는 시기이다.
여섯째, 미술의 향유문화 분위기가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술시장이 과열된 초기엔 미술의 경제적인 면에 과도하게 치우쳤다면, 현재는 점차 미술을 개인의 기호를 넘어 일상의 삶속에서 즐기고자 하는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일곱째, 미술시장 발전을 위한 숙원과제는 여전하다. 불안정한 미술품 유통 시스템과 미술품 양도세 부과조치 등 미술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산재해 있다. 미술계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정부 관련부처의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불황 불구 전시공간은 증가 추세

미술문화를 접하는 가장 대중적인 통로는 전시공간이다. 그중에서도 화랑은 미술시장의 활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의 여파로 국내 전시공간의 환경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사이 전국적으로 250여 개의 화랑이 새롭게 개관했다. 이는 그 이전엔 한 해 평균 50개 전후였던 점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2009년 들어선 휴관하거나 폐관하는 전시공간이 눈에 띠게 늘고 있다. 여기에 인원 축소나 임금 삭감 등의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는 화랑도 많아졌다. 그 변화의 중심은 역시 서울지역이었다.
지난달 종로구 사간동의 기무사 터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으로 확정되면서 오랜만에 미술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만큼 전시공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미술 대중문화를 이끌고 있는 인사동 지역을 시작으로 사간동, 광화문, 삼청동 등 새로운 문화벨트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종로구 강남구로의 전시공간 쏠림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구역별로 살펴보자. 작년 서울지역의 신생 화랑 93개 중에서 종로구가 40개로 43%, 강남구가 34개로 37%를 차지했다. 특히 종로구에선 임대료가 급상승한 인사동 지역을 벗어나 사간동 북촌지역과 통의동, 창성동, 효자동 등지로 분산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기존에 화랑가를 형성하고 있던 청담동과 신사동 지역에 집중되었다. 이외에는 신세계갤러리, 공간화랑, 갤러리상, 갤러리아트링크 등 재도약을 꿈꾸며 다시 문을 연 곳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일부 화랑은 해외 진출에 더욱 적극적인 예도 있었다. 뉴욕 표갤러리는 LA와 북경 따산즈798에 추가로 공간을 마련했으며, 갤러리아트싸이드 역시 따산즈798 북경지점 2관을 추가로 개관했다. 한편 박여숙화랑과 샘터화랑이 상하이, 카이스갤러리가 홍콩, 가나화랑이 뉴욕에 진출했다. 한국 화랑들의 해외 진출은 국내 작가가 국제 미술시장에 노크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우수한 해외 작가를 국내에 연결하는 창구로써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해외 진출 초기에 경기불황이라는 복병을 만나 적잖이 고전하고 있다.
작년에 급증한 화랑의 구성원 중엔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띤다. 이제까지는 기존의 화랑에서 독립하거나 적어도 미술 분야 유경험자들이 화랑을 개관했다면, 최근 컬렉터 층에서 화랑 개관에 참여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 별다른 사전지식이나 연고 없이 전문분야에 뛰어든 경우라서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미술문화 산업이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화려하거나 고상한 것은 아님을 절감할 것이다.

경매, 아트페어 모두 매출규모 큰 폭 하락

2007년이 경매시대였다면, 2008년은 아트페어 시대였다. 전쟁과도 같았던 2007년의 미술시장 과열현상은 2008년 시장의 외형적인 팽창을 낳았다. 2008년은 경기가 크게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몸집은 불어난 기형이 되었다. 현실과는 달리 기대심리가 채 꺼지지 않아 일명 ‘거품현상’이 유지된 것이다.
우선 주요 아트페어는 2007년에 10건이던 것이, 2008년엔 14건이었다. 전국의 군소 아트페어까지 합치면 20건은 족히 될 것이다. 드러난 매출액도 320억에서 375억원으로 증가했다. 미술시장에서 증가한 부분은 아트페어가 유일할 것이다. 참고로 2005년의 매출규모가 61억원이었고, 2006년엔 약 13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큰 폭의 성장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도 2008년도 초창기까지였고 그 이후엔 점차 시들해졌다. 가령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의 경우 매출액이 2007년 175억원에서 2008년 140억원으로, SIPA는 30억원에서 18억원으로 급감했다.
물론 아트페어의 긍정적인 면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매가 기존 인기작가 및 작고한 블루칩 작가가 강세라면, 아트페어는 새로운 유망작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장이다. 가령 2008년 3월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이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을 내세웠던 블루닷아시아의 성공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전시는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형식을 결합한 독창적인 대안으로 평가할 만했다. 작품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충족시킴으로써 93.2%에 달하는 317점, 39억3000만원이라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중반기인 8월엔 조선일보가 주관한 '아시아프'(ASYAAF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가 화제였다. 우리나라도 그림을 판매하는 전시장에 입장하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진풍경 연출이 가능함을 입증시켰다. 말 그대로 초보 신진작가의 안정적인 등단을 돕는 역할뿐만 아니라, 미술문화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후평을 남겼다. 그러한 핑크빛 환영도 잠시, 하반기 9월에 많은 관심 속에 개최된 ‘키아프’부터 퇴색이 짙어지더니 현재까지 회복할 조짐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경매시장은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8년 경매 낙찰총액은 전년 대비 38%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형 경매사에 쏠림 현상 역시 두드러졌다. 시장 점유율만 보더라도 서울옥션과 K옥션 두 대형 경매사가 전체 매출액의 약 90% 넘게 차지하고 있다. 제휴 관계인 M옥션 등까지 따진다면 그 수치는 더욱 높아진다. 반면 중소 규모의 경매사는 개점 휴업상태다. 국내 경매사 3위를 꿈꿨던 D옥션은 1회 경매 후 중단되었고, 고미술 중심이던 아이옥션(前한국미술품경매) 역시 뾰족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 외의 일부 신생 경매사나 지역 경매사의 사정은 더욱 열악한 형편이다.

수요자 중심의 미술시장 개편이 필요하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어떤 이는 이번의 어려움이 오히려 우리 미술시장엔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체질개선에 게을리 했던 점을 제대로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어느 개인의 노력만으론 절대 이룰 수 없다. 미술시장 지각이 통째로 뒤집히고 있는 험난한 시기라지만, 조금만 합심한다면 어렵지 않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미술계 내부의 각성이다. 그동안 안일하게 공급자 중심으로 일방적인 자세만을 고수하지 않았나 돌아볼 일이다. 발전적인 미술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균형에서 완성된다. 하지만 그동안 수요자에 대한 배려에는 너무나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미술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우리 내부에 있는 지도 모른다.
수요자의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웬만한 미술 전문가 이상으로 미술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을 갖춘 이들도 많다. 그리고 미술을 단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향유대상으로 여기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수요자(소비자) 중심으로 미술시장 문화를 빠르게 재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올해는 소규모 실속형 테마 기획전이나 맞춤형 아트페어 형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처럼 전방위적이고 공격적인 시장논리를 수용하려면 꽤 시간이 흘러야만 할 것이다.
경매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동안 평가절하 됐던 고미술의 약진이 기대를 모은다. 어쩌면 이는 시장논리와 상관없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애호가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미술문화 저변이 확대 될수록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과 애정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점차 국제 시장 평준화 현상 두드러지면서 우리만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에 힘쓰게 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미감의 긍정적인 측면은 크게 부각되리라 본다.
아무리 휴면(休眠)상태라도 죽은 것이 아니라, 또 다시 활동하기 위한 휴식단계임을 감안할 때, 지금은 머지않아 찾아온 미술시장의 봄날을 준비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새로운 영광과 발전적인 비전을 기대하기 위해선 미술계 스스로 자정노력과 자구책 마련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정리:한국미술경영연구소 *도움:김달진미술연구소, 미술시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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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윤섭은 1995년 월간『미술세계』취재기자로 입사해 편집장과 월간『아트프라이스』및『월간아트옥션』의 편집이사를 지냈다. 2007년 9월 국내 대학교 처음으로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에 미술시장 전문강좌 “아트마켓&아트테크” 특별강좌를 개설해 주관하고 있다. 현재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과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경기도미술관 가격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 국고지원사업 평가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그 외에 한국 현대미술의 젊은 트렌드를 소개한 단행본 [그림좋다]가 있으며, 미술시장 및 아트재테크 관련한 외부강연과 미술품 투자전략에 관한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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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_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www.gokams.or.kr/webzine/main.asp?sub_num=21&pageNo=1&state=view&idx=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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