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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울산]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 1호를 공개합니다

정필주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 1호를 공개합니다


정필주 |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시대를 앞서간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업을 1호 소장품으로 결정한 울산시립미술관이,
매순간 새로운 지적, 감성적, 창조적 깨달음을 주는 미래형 미술관으로 우뚝 서는 모습이 기다려진다



<거북>(1993년, 10m×6m×1.5m)



문화적 유산을 수집해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울산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이 올 12월로 다가왔다. 시립미술관 건립 부지를 구 울산초등학교 일원(중구 북정동 1-3번지 외 5필지)으로 확정한 지 약 9년 만이다. 울산광역시는 오랫동안 문화향유의 장소로서 미술관을 염원해왔으며, 울산시민들은 “울산 지역 미술발전을 위한 시설이 모자란다” 라고 응답함으로써『울산시립미술관 전시, 교육 수요측정 연구』, 울산발전연구원, 2015 미술관건립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왔다. 그간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설계용역, 공론회 등의 절차를 거쳐, 2019년 8월 미술관 공사가 착공되었고, 2020년 10월, 시립미술관 개관 준비 국제심포지엄을 거쳐, 미술관 공정률은 현재 80%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에 의하면, 미술관은 “해당 사회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대중에게 개방된 비영리의 상설기관”으로 “교육, 연구, 문화향유를 목적으로 인류와 주변 환경의 물질적, 비물질적 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 소통, 전시”한다. 이 정의에서 보듯,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장, 혹은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활동을 위한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미술관은 해당 사회의 가치있는 문화적 유산을 수집해서 시민들에게 소통시켜내는 공공의 작업을 맡는다.

아시아 최고의 컬렉션 구축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의 비전은 한마디로 창조적 감성으로 소통하는 미래형 미술관이다. 세부적으로, 미술관은 첨단기술과 예술로 관객 및 시민들과 소통하고, 울산의 지역문화를 되살리는 역할을 맡으며, 공공과 공유의 참여형 미술관이 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울산시립미술관은 컬렉션 중심의 미술관 브랜드 구축을 세부 과제로 삼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브랜드가특히 관람객들에게 상당 부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비롯한 컬렉션에 의해 구축 및 유지되고 있듯이, 울산시립미술관은 미학적 가치가 높은 아시아 최고의 컬렉션 구축을 통해 미술관 브랜드를 확립하고자 한다.

최근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 1호가 공개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166대의 텔레비전을 거북의 형상으로 만든 미디어 조각작품인, 백남준의 <거북>1993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백남준1932-2006은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의 선구자”이자 미디어아트의 창시자라 불린다. 서울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홍콩, 일본 등지에서 보내고 독일로 건너가 철학, 음악 등을 공부한 그는 전위적 예술활동을 전개한 플럭서스Fluxus의 일원이기도 했다. 백남준은 현대음악가로서의 본인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급진적 퍼포먼스 및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예술표현 방식을 선보였다. 1963년에 치른 첫 개인전 제목이 ‘음악 전시회-전자 텔레비전’이었는데, 동명의 전시가 2009년 오스트리아 빈의 루트비히 빈 현대미술관에서 재연되기도 하는 등, 오늘날 백남준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재발견되고 있다.

시대정신을 선도해나간 백남준

그의 작업 중 잘 알려진 <TV 부처>는 부처 조각상이 앉은 자세로 실시간으로 자신의 모습이 송출되는 텔레비전 화면을 시청하고 있는 비디오 조각 작업인데, 현재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비디오 인터렉티브’ 기술을 1970년대에 이미 사용했다. 또한 사상 최초로 국제위성을 이용한 그의 라이브 설치작업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1월 1일에 2,500만 명이 시청하는 가운데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생중계된 바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이처럼 당대의 혁신적 기술을 예술작품에 접목시키며 시대정신을 선도해나간 백남준의 작업을 소장품 1호로 결정하며, ‘미디어아트 중심’의 ‘미래형 미술관’이라는 운영방향성을 분명히했다.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은 단행본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서문에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백남준의 천재성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끊임없는 은혜의 샘물처럼, 천 개의 눈과 손을 가진 불가의 천수관음처럼 무한의 깨달음을 준다. 신기하게도 그의 작업은 접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거북 형상을 한
백남준의 작품 <거북>

<거북>은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건축적이고 조각적인 미디어 아트의 백미를 선보인다. 거북은 토끼와 함께 백남준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 작품은 거북이라는 친숙한 모티프를 가로 10미터, 세로 6미터에 이르는 대형 조각으로 시각화해서 친근함과 생경함, 기이함과 환상성 등 서로 상이한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울산의 가치이자 자랑인 반구대 암각화盤龜臺 岩刻畫의 거북모양을 형상화하고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잘 알려진 대로,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회화작품으로, 한반도 문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기에, 울산시민들이 크나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의 문화적 발전을 위해 새로 생기는 울산시립미술관이 반구대 암각화의 거북 형상을 한 백남준의 작품을 1호 소장품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울산시가 앞으로 만들어 나갈 문화적 르네상스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거북은 한국인에게 장수, 불사, 다산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미술관의 2호 소장품인 <시스틴 채플>1993과 3호 소장품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2~1994 역시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시스틴 채플>시스틴 성당에는 16세기에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가 있다. 16세기 르네상스 당대의 혁신성을 미켈란젤로가 천장화에서 구현한 것이 시스틴 성당이라면, 이 시스틴 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20세기의 시대성을 가시화한 백남준의 <시스틴 채플>은 실제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중앙부의 ‘천지창조’의 이름을 따서, ‘20세기의 천지창조’라고 불릴 만 하다.



<시스틴 채플>(1993년)


<시스틴 채플>은 각기 다른 크기의 비디오 프로젝터 수십대가 각종 이미지, 패턴, 애니메이션들을 벽면에 투사하여 장엄한 빛과 소리의 환경을 만들어내는 작업인데, 특유의 굉음과 긴박하게 진행되는 만화경처럼 변화무쌍한 움직이는 이미지들이 현대사회의 범람하는 소리와 이미지의 홍수를 표현한다. 벽에 투사되는 이미지에는 작가가 강조하는 현대성을 담은 장면 및 류이치 사카모토, 샬롯 무어만, 데이비드 보위, 존 케이지, 머스 커닝햄, 재니스 조플린 등 당대에 백남준과 협업했던 예술가들이 꼴라주 형식으로 등장한다.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로 참여하여 이 자리에서 <시스틴 채플>을 처음 선보였고,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 작품은 2019년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대규모 백남준 회고전에서도 공개되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2~1994년)


3호 소장품인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수풀에 다수의 텔레비전 모니터가 마치 새장처럼 곳곳에 매달려 있는 작업이다. TV 화면에는 전위적 현대음악가로 백남준의 예술적 동료였던 존 케이지John Cage의 이미지와 파편화된 장면들이 제각기 송출된다. 시대를 앞서간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업을 1호 소장품으로 결정한 울산시립미술관이, 매순간 새로운 지적, 감성적, 창조적 깨달음을 주는 미래형 미술관으로 우뚝 서는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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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전문을 울산광역시 홈페이지 > 시정소식 > 홍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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