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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9월 28일] 철거된 독도 상징조형물에 대한 위로

안진의

월드스타로 떠오르는 싸이에게 외교통상부에서 '독도스타일' 홍보를 요청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외교부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독도스타일' 홍보영상 부탁 의사를 내비쳤고, 독도 홍보대사 위촉을 검토한다는 뉴스까지 이어졌었다. 또 25일 싸이의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공식적으로 질문이 나오기까지 했다.

음악으로 세계인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고, 한국어로 된 노래로 대한민국의 인지도를 높이고 위상을 높이며 화합의 방식으로 애국하고 있는 싸이가, 일본을 겨냥한 '독도 스타일'을 만들고 적대적 관계에 놓일 이유가 무엇인가. 그 바람에 여전히 독도스타일을 해야 한다. 아니다. 네티즌들도 들썩이며 반목이 생긴다.

독도문제로 인한 개인의 희생을 생각하면, 최초의 독도 주민이자 지킴이로 평생 살아간 어부 최종덕씨와 자비로 독도를 지켜내었던 수비대장 홍순칠씨를 떠올리게 된다. 이들의 개인사가 독도의 역사이며, 이는 기려야할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기념할 표지석은 없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은 것은 2008년 한승수 국무총리의 독도 표지석에 이어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표지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방문직후 홍민석 작가의 독도 조형물 철거는 어이없는 불상사였다. 8월 이 대통령이 독도를 다녀간 후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독도에 세운 조형물은 불법이니 철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져 곧바로 경북도와 울릉군에서 세운 그의 조형물이 치워졌고 그 자리에 대통령의 독도 표지석이 세워졌다. 

철거과정에서 원형 좌대는 탐이 났던 것인지 아니면 공사를 서두르고 간단히 하기 위해서인지, 우리나라 지도형상을 하고 있는 호랑이 조형물은 치우고 그 아래 건곤감리를 배치한 작가의 작품, 즉 원형 좌대조형물 위에 대통령의 표지석이 세워졌다. 태극문양을 상징하는 중앙부에 이 대통령의 표지석이 작가의 자존심을 바닥에 깔고 위풍당당하게 자리한 것이다. 

작가가 항의하자 경북도는 조형물에 대한 권리가 경북도와 울릉군에 있음을 이유로 철거와 용도변경에 하자가 없음을 밝혔지만, 이는 경비를 지불하고 소유했으니 예술품을 마음대로 훼손해도 된다는 배짱이요 촌극이다. 작가는 원형 바닥조형물도 치워달라는 청원서를 냈고 이를 지지하는 서명이

1만 명이 넘어서는 등 호응이 따랐다. 문제의 원형 좌대는 작가가 우리의 땅이라는 주문 내용에 맞춰 원형 태극모양으로 디자인한 예술품이지, 조각품을 장식하고 보관하는 기능적 좌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관의 부적절한 행정 처리에 결국 희생당한 것은 국민이다. 혈세가 무의미해진 것 뿐 아니라, 조형물을 치우고 새롭게 세운 표지석은 이 대통령의 치적비라는 논란에 민심마저 갈리며 설전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조형물을 제작한 조각가의 존엄성이 훼손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독도의 기념비적 조형물을 세운 작가에게 그의 조형물은 한 개인의 최고의 가치를 넘어서는 일로서, 이 사회에 기여한 공로와 그 자부심으로 살아갔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개인의 이유가 아니라 관이 잘못한 법적 절차상의 이유로, 조형물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한 작가의 소중한 정성과 자존심을 짓밟는 모욕이 벌어졌음은 예술가로서 갖게 되는 극한 고통이며, 결국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무시된 일이다.

상징 조형물은 염원이고 나아가 신앙과도 같다. 우리의 마을에서 보호수를 존중하고 지켜왔던 것처럼, 돌하루방과 장승을 세웠던 것처럼, 상징조형물은 그 의미를 새기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행히 경북도와 울릉군이 작가에게 정중한 사과를 하고 원형 바닥조형물도 다른 곳으로 옮겨 그의 작품 전체를 다른 곳에 이전해 세운다고 했다. 

조속히 작가의 염원이 담긴 상징조형물이 독도를 향하는 다른 새로운 곳에서 본래의 상징의 의미를 찾아가기를 바란다. 왕래가 보다 쉬운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기억하기를, 독도에 대한 나라사랑의 초심을 담아내길 바란다.


- 한국일보 2012.9.28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9/h201209272103341217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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