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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가 버린 고구려

오병욱


중국 정부가 주도한 고구려사 왜곡으로 국내가 소란스럽다. 중국 정부는 외교부 홈페이지 한국 소개란의 고대사 부분에서 고구려를 삭제하더니 마침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의 역사 기술 부분을 아예 모두 삭제해버렸다. 중국 정부의 의도적이고 치밀한 공세를 학계 일부의 주장 정도로 치부해온 우리 정부는 뒤늦게 관계부처 대책회의니 뭐니 부산을 떨지만, 그간의 대응 수준을 보면 그리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國史교육소홀 반성부터

이 시점에서 심각하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고구려는 무엇인가? 중국외교부 홈페이지에 있는 고구려사가 우리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도 실려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중학교 국사책에 고구려는 겨우 2쪽 실려 있고, 고등학교 국사는 선택과목이다. 우리는 고구려를 볼 수 없다. 고구려인들의 삶과 사상과 종교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우리의 역사지만 무관심했고, 우리의 문화지만 향유하지 않았다. 몇몇 소설가가 쓴 ‘연개소문’ 같은 소설, 10년쯤 전에 대규모로 열렸던 ‘아! 고구려’ 같은 전시회, 그리고 을지문덕 장군, 양만춘 장군 정도가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고구려다.

이 정도면 중국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 먼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국 정부가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부으며 다시 만드는 고대사를 우리 정부가 항의한다고 원상 복구하겠는가? 그렇다고 수적 열세인 우리 학자들의 학술연구로만 맞대응해서 원래 우리 것을 다시 우리 것이라고 중언부언해야 하겠는가?

길고 어려운 학술적 성과들을 풍부하게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면적이고 다각적으로 예술을 동원하라고 정부에 권유하고 싶다.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이고, 또 이미지는 매우 즉각적이고 오랫동안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혹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까지도 미국 문화의 일부처럼 여기게 하는 것은 이미지의 힘이다. 그리고 문화예술은 사용자의 것이지, 무관심하게 버려 둔 주인의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고구려를 영화로 만들고, 고구려를 그려내고, 노래하고, 춤추고, 고구려를 살아야 한다. 그래서 고구려를 살려내야 한다. 안시성 대첩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헬름협곡 대첩보다 더 스펙터클할 것이며, 살수대첩은 이보다도 훨씬 더 장대할 것이다. 고구려는 고분벽화를 통해서 삼국 중 가장 많은 그림을 남기고 있는 만큼, 예술가들로 하여금 이를 다시 해석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게 해야 한다.

고구려의 노래와 춤을 복원하고 공연하며, ‘바보 온달’이나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수준에서 벗어나 고구려인들의 다양한 삶과 사랑을 불러내게 해야 한다. 그래서 현대의 우리가 그들과 소통하고, 교훈을 받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고구려를 되살리고, 고구려의 문화가 우리와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고구려는 우리 것이다.

文化예술로 부활시켜야

중국 영토 내의 고구려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길림성(吉林省) 집안(集安)―중국 발음으로 지린성 지안이라 읽지 말라, 간도와 만주지방의 모든 지명까지도―에 있는 고구려 국내성 유적들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십중팔구 ‘중국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고구려가 우리 사회에 살아있다면, 그래서 영화와 그림으로, 춤과 노래로 번안되어 있고 세계에 알려져 있다면, 과거에 한국이 길림성 일대를 영유했었다고 믿을 것이다. 그것이 문화의 속성이다. 그리고 역사와 영토의 속성도 사실은 마찬가지이다.

- 조선일보 8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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