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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학계와 예술계의 신용불감증

김영호

최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미술계의 비리사건을 접하며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다.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심사비리 사건에 이은 유명 큐레이터의 학위조작 사건은 순수영역의 울타리 속에 보호되던 예술분야가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에 걸려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 껍질을 더 벗겨내면 예술계에 만연된 학위만능주의가 사건의 배경으로 도사리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표현이나 큐레이터의 전시기획 능력은 개인의 학위만으로 판단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 동안 예술대학의 교강사 선발기준은 개인의 창조적 역량과 업적 그리고 교수로서의 자질이 중심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전시기획자 선발의 경우에도 창의적이고 균형 잡힌 업무 추진능력 그리고 조직관리능력 등 현장과 실무적 능력이 관건이 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학위과잉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예술 분야에도 박사과정이 설치되고 온갖 공채에 특정 수위 이상의 학위가 요구되면서 학위만능주의가 예술계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학위조작에 대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학위 조작 사건을 바라보는 예술계 일각에서는 교통위반 단속처럼 운이 나빠 걸린 것으로 보는 식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없지 않다. 이러한 도덕적 불감증은 인간존재의 치열한 성찰을 담당해 온 마지막 보루인 학계와 예술계까지 전염되어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이제 그 불감증은 단순한 몸살의 차원에서 번져 나와 페스트와 같이 온 사회 기능을 마비시킬 징후를 보인다.

우리 모두가 반성이 필요하다

평론가들의 우편함에는 외국의 주요 대학에서의 학력에 졸업과 수료의 구분을 얼버무리고 마치 학위를 받은 것처럼 꾸며진 문서들이 넘쳐난다. 또한 주요 미술관에서의 인턴이나 정규 사원으로의 근무경력도 위장되거나 부풀려 있지만 그것을 각종 단체의 심의위원회에서 문제 삼는 일도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죄의식이 없이 학력과 학위를 악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기관이나 단체도 검증절차를 생략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결국 이번 신정아 사건은 아무런 양심의 동요 없이 이력서에 자신의 학위를 조작한 개인과, 제출된 경력을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받아드린 대학과 비엔날레 그리고 무책임한 언론이 키워낸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신정아라는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를 기만한 사건이자 사회 공동체가 개인의 범죄 가능성을 방치한 사건으로서 우리 모두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우리 예술계와 학계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경력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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