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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오윤석 / 무속으로의 전환, 색과 형상의 회기

이지호

이 작가를 추천한다(31)

오윤석의 작업은 상징성이 강한 재료인 은을 사용하여 개념적이고 사유적인 공간을 보여주었던 초기 공간작업에 이어, 종이에 문자와 이미지를 그리고, 쓰고 다시 오리고, 꼬는 체험적 수행성이 강한 설치작품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자신을 다시 찾는 작업의 주제로써 “무속으로의 전환, 색과 형상의 회기”를 밝히면서 재료·설치·영상 등을 합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업은 미술사적으로는 재료의 물성과 행위반복이라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개념적 미니멀아트라고 할 수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자신의 수양과정이 곧 작업이며 자아를 찾아가는 실천이 곧 작품으로 이어지는 지극히 동양적 전통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전이었다. 대전의 오래된 주택가의 허름한 가정집 이층을 개조하여 만든 전시공간이 있었다. 오윤석은 거실과 방 등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지나간 시간을 담은 장소적 역사성을 지워버리 듯, 전시장 전 벽면을 회백색의 은칠을 하여 낯선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이 작품이 가정집이라는 사적인 공간과 전시장이라는 공적인 공간의 이중적 의미를 중첩시켜 자아를 찾아가는 오윤석의 데뷔작 <은과 나> 시리즈이다. 작가는 얇게 펴지는 전성과 가늘고 길게 늘어나는 연성이 큰 은의 물리적 속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전시장 한 편엔 오래된 그러나 관객에 의해 텍스트 생산이 가능한 타이프기를 설치하였다. 일반적으로 태양을 상징하는 금에 비해서 은은 그 빛깔로부터 초승달과 결부되어 달의 여신으로 숭배되었고 중세의 연금술에서도 취급되어 성스러움의 의미로 성배, 촛대 등으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신기를 지워버리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작가가 선택한 재료인 은의 상징적 무게감은 앞으로의 그의 작가적 역량을 대변하듯 초월적 선택이었다고 본다. 당시 나는 거대한 우주의 시공간을 함축한 그의 실험적인 표현방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고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작가의 글을 보면, 오윤석은 작업을 할 당시 정화의 도구로써의 은의 상징성을 인지하고 은색을 만지면서, 접촉하면서 은의 본질을 찾고 싶었고 이것을 곧 자아를 찾아가는 수행 과정을 밟는 것으로 인식했었다. 수행에 대한 절실함으로 그는 2006년에 인도 순례를 시작하였고, 이어 불교에 귀의하기 위하여 절을 돌아다니며 스승을 찾기도 하였고, 후에는 지리산에서 기도를 드리면서 수행을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을 찾아가는 긴 모색기를 거쳐 나온 작품이 불경 중에 최고인 금강경을 종이 위에 쓰고 다시 칼로 오려낸,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불경인 금강경의 의미를 지워가는 의도는 종교적 수행과도 비교될 수 있으며, 그러나 동시에 종이 사이를 은은하게 투사하는 빛의 효과는 작가가 현대미술의 미학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도 보여준다. 물론 그의 금강경은 해석을 요구하거나 의미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끝없이 의미를 상정하는데, 그 의미는 증발하기 위해서 쓴다는 것이다.

오윤석은 최근에 독일과 북경의 레지던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예전에 종교적 순례와는 또 다른 현대미술의 현장을 경험하였기에 그의 신기와 현대미술의 현란한 수사학이 빚어낼 새로운 그의 작품 발표가 기다려진다. 분명 10년 전 보여주었던 그때의 충격이 다시 재발되리라 기대하며 앞으로는 영상·입체·회화 등을 합한 자아를 찾는 작업을 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다시 새겨본다<오윤석 (1971년-)
목원대 미술교육과,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 조형미술과 졸업. 개인전 아트사이드갤러리(북경)외 7회(서울, 대전), ‘6인의 한국현대미술가들전’, ‘10 next code’ 등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 단체전에 참여, 레지던시 쿤스트 독 라이프찌히(2010.11-2011.3), 오픈스페이스 배(북경)(2010.3-8)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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