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9)배종헌 / 돈키호테 도깨비 엉겅퀴를 사랑하다

윤범모

이 작가를 추천하다(9)




돈키호테 도깨비 엉겅퀴를 사랑하다



2008년 가을 부산시립미술관, 건물의 이곳저곳에‘이상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망원경처럼 생긴 이 물건, 무엇을 보라는 것인가.초점은 벽면을 향해 있는 바, 사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망원경’을 통하여 들어오는 풍경은 아무 것도 없다? 아니다. 미술관 건물 구석의 얼룩이나 흠 혹은 대리석의 문양 같은 것들, 이것을 보라는 것. 사실 주목할 가치조차 없는 것들,‘ 망원경’의 작가는 왜 하찮은 것들을 주목했을까. 무의미한 것들, 거기에 새로운 의미 부여하기. 명색이 부산비엔날레 출품작, 하지만 기왕의‘미술작품’과 형식부터 다른 것. ‘작품’ 제목은 <흔적기관>, 흔적기관은‘쓸모없게 되어 흔적만 남아 있는 생물의 기관’을 말한다. 작가는‘망원경’을 통하여 미술(관) 다시 보기를 제안한다. 기존의 미술과 미술관의 의미를 뒤집어 보려고 시도한다. 전시실 안팎의 얼룩을 보아라. 하찮은 것, 정말 하찮은 것인가. 아니, 세상에 하찮은 것이 어디 있는가. 모든 것은 나름대로 존재 의미가 있다. 새로운 의미 찾기의 주인공은 배종헌, 그는 미술판의 이단아인가.



배종헌의 작업은 재고품을 사양하는‘일과성’이다. 이른바 유일성 신화에 의존하여 판매용 미술품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용과 형식을 바꾸어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상업주의 미술계와 촌수가 먼 행동이다. 오늘과 같은 작업의 연속이라면 그는 결코 상업화랑으로부터 주목 받지 못할 것이다. 장식적 요소도 없지만 판매용으로서의 기본 요건조차 구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배종헌의 작업이 거대담론을 내세우며 목소리만 키우는 방식도 아니다. 그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것들에게 애정을 보내며, 또 그것들을 활용하여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 이는 청계천변에서 주은 갖가지의 사소한 물건들을‘진열’한 것이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멸종 위기’의‘과거 풍경’이기도 하다. 그 같은 사소한 물건에 배종헌은 학명을 부여했다. 예컨대 <돈기호테 도깨비 엉겅퀴>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잘 팔리는 스타작가들의 시각에서 보면 돈키호테 혹은 도깨비의 행동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 <제7전시실로의 여행>, <변방으로의 욕망- 잡초 프로젝트> 등 이들 작업은 한결같이 미술품의 상품화 경향과 무관한 작업이다. 상품화는 커녕 보존가치로서의 미술품이기를 외면하고 있다.<배종헌은사유형의 작가이다. 그는 사유하면서, 글 쓰면서, 드로잉 하면서, 작업을 구상한다. 흔치 않은 지적(知的) 세계의 작가이다. 그러면서 그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주목하면서 의미 부여를 다시 시도한다. 기존 고정관념과 맞짱 뜨면서 목 비틀기를 시도하는 작가이다. 가볍기 그지없는 부유(浮游)미술의 횡행시대에 배종헌의 작업은 신선한 언어를 제공한다. 이런점에서 나는 그의 작업을 눈여겨 보고있는 것이다.



배종헌
1969년생, 경원대 미대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금호미술관등에서 개인전 6회 및 미국 뉴욕, 서울시립미술관, 부산비엔날레 등의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 아르코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에 작품소장, 현재 위덕대 교수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