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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유영국의 새로 발굴된 5점의 작품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61)

유영국의 1950년대와 1세대 모더니스트
유영국의 새로 발굴된 5점의 작품

‘유영국의 1950년대와 1세대 모더니스트들(2010.11.11 - 12.5, 가나아트센터)’전시에 나온 유영국의 새롭게 발굴된 5점의 작품은 근래 미술계의 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 한 점이 하드보드에 그려진 것이고 4점이 캔버스에 그려진 것이다. 캔버스라고는 하나 곡물포대용 천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제대로 된 캔버스라고는 할 수 없다. 크기는 각각 65.2×50.2, 65×53, 45.5×33.5, 53.2×46, 27×33.3㎝로 유영국의 50년대 이후 작품들에 비하면 소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들이 갖는 발굴의 의의는 두 작품에 나타난 53년 작이란 명기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50년대 초반 특히 6.25동란 중에 제작된 작품들이란 점, 유영국의 50년대 초반의 작품이 몇 점밖에 전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해방 후에서 50년대 초반의 경향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란 점에서 특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전쟁기간 중에 제작된 작품 수가 극히 한정되어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들 작품의 발굴은 해방공간과 동란 중 미술활동을 기술하는데 더 없이 귀중한 것이지 않을 수 없다. 전시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창작의 열기는 곡물운반용 포대를 잘라 메꾸어 캔버스를 만들었던 궁핍한 재료 난에도 식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어 뭇내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유영국뿐이랴. 많은 화가들이 그리지 않으면 안되었던 절실성에 자신들을 가누지 못했던 사실은 우리미술을 연맥시킨 원동력이었음을 어떻게 간과할 수 있겠는가.

‘자유미전’에 참여하였던 유영국은 해방 후 48년에 창립된 ‘신사실파’전을 통해 창작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무렵의 작품은 몇몇에 그치고 있으며 팸플릿에 나온 작품 명제를 통해 그의 경향을 짐작 할 수밖에 없었다. <구성>이니 <작품>이니 하는 명제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전전의 절대적 추상을 지속하고 있음이었다. 김환기가 절대적 기하학적 구성에서 자연적 모티프를 끌어들인 점에 비해 유영국이나 이규상은 여전히 전전의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굴된 작품은 그의 경향이 전전과는 다른, 어느 부분 자연에서 출발하는 모티베이션을 진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작품은 자연풍경을 추상한 것이고 다른 두 작품은 바닷가에 정박해있는 배를 모티프로 추상화한 것임을 엿볼 수 있다. 나머지 한 점이 추상으로 많이 진전된 작품이어서 자연적 매개를 파악하기 어려우나 50년대 중반의 다른 작품들과 연계해 보았을 때 자연에서 출발하고 있음이 짐작된다. 3회 ‘신사실파’전이 피난지 부산에서 열렸고 당시 고향인 울진에 머물러 있었던 유영국이 출품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이번에 발굴된 작품들이 그때 나온 것이 아닌가 추론된다. 당시 전시 리플릿에 <산맥>, <나무>, <해변에서A>, <해변에서B>가 명제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신빙성이 간다.





유영국은 태생적 추상작가
자연풍경을 모티프로 형태의 간략화를 추진한 두 작품은 나무, 집, 숲 등의 형태적 요소가 아직도 많이 잠재되어있는 편이다. 화면 중심에 자리하는 반원형의 포름은 집이나 숲의 평면화의 진행이 강하게 반영되며 수직으로 뻗어올라간 선은 나무를 요약한 것이 분명하다. 면 구성 중심이었던 전전 작품의 경향에 연계되면서도 논리성보다는 직관과 정감에 경사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나무로 지시되는 수직의 선은 그의 전전 작품에도 면분할의 요체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후 50년대 후반, 60년대로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탄력적인 평면구성인자로 볼 수 있다. 60년대 초반까지 이 강인한 선조의 구성은 유영국 독자의 추상언어로 명명화 할 수 있다. 바닷가에 정박되어있는 선박을 모티프로 한 두 작품에서도 구성의 획은 이 강인한 선조에 기인되며 평면의지가 신장되면서도 자연과의 관계를 놓지 않은 것도 이 선조의 교차에서 파악되어진다. 자연을 면이란 차원으로 전이시키는 매개로서 선조의 구성이 보여주는 종합적인 인식체계는 그의 추상의 출발과 완성의 긴 띠에서 부단히 출현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게한다. 유영국은 어떤 점에선 태생적 추상작가로 볼 수 있다. 전전 추상의 출발에 있어 이점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년대에서 만년에 이르는 작품 속에 간단없이 명멸하는 것은 자연에의 영감임을 간과할 수 없게 하며, 이번에 발굴된 5점은 이에 대한 단서를 더욱 확고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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