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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그림과 꿈_ 두 개의 그림책 전시를 보고

오광수

CJ 문화재단이 주최한 제1회‘그림책축제’(1.21 - 3.1)와 조선일보사, 에이모션 주최의‘볼로냐국제그림책원화전’(1.24 - 3.1)이 각각 성곡미술관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렸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열린 그림책축제는 그림책의 원화와 그림책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이 방면에 대한 전시가 좀처럼 없었던 상황에서 신선함과 경이로움을 던져준 이벤트로 기억될 만하다. 두 전시가 거리상으로도 가까이에서 열려 두 개를 차례로 보게 하는 편리함을 제공해주었으며 두 전시를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안겨 주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한 문화재단이 처음 만든 행사지만‘볼로냐국제그림책원화전’은 이미 43회를 맞는 연조가 깊은 행사이다.
그림책은 단적으로 말한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의 삽화와 삽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그림책이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을 찾은 관객의 70퍼센트는 어린이들이다. 엄마와 같이 온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볼 수 있는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볼수있는 책이다. 심심치않게 대학생이나 어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이에 연유된다. 그림책은 명화집이나 특수한 영역의 작품집과는 다른 누구나 쉽게 접할수 있는 대상이다. 어린이는 지금 보는 재미로써 액자속의 작품을 보거나 책자를 뒤적이지만 어른들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더 없는 추억의 기회로써 전시장을 돌거나책갈피를 만지작 거린다. 다른 전시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재미로 우리를 이끈다고 할까. 그림을 보면서 혹은 미소짓고 혹은 그림 속으로 자적하면서 혼자 쿡쿡 웃을 수 있는 재미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일이다. 나도한 전시장에서 이토록 오래 찬찬히 뜯어보기는 근래에 처음이다.
흔히 미술은 만국 공통어라고 말한다. 언어가 없이도 국경을 넘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의 그림 가운데는 소통이 전혀 되지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설자가 있어야하고 통역이 거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그림책은 인류공통의 언어로서 제격을 갖추고 있다. 각국에서 온 그림들은 이들 지역이 갖는 각자 특수한 문화와 환경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미의식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지역의정서와 문화적 향기를 아우르고 있음을 만날 수 있다. 유럽과 중동, 아시아와 한국 등 지역마다 다른 색깔과 상상의 진폭은 단순한 그림을 보는 재미를 넘어 비교적인 차원으로 이끌게 하고 있다. 일차적 도구의 사용
그림책은 인류 보편적인 매체라 할 수 있다. 지역을 초월하고 나이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다. 풍부한 상상의 공간을 열어 보여준다는점에서 창작의 즐거움과 감상의 애틋함을 공유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그림책을 보면서 절감한 것은 많은 작품들이 연필, 과슈, 색연필같은 일차적 도구를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꼴라쥬, 판화, 컴퓨터그래픽같은 현대적 기술에 못지 않게 일차적 재료로 이루어진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연필로 그려나간 세밀 묘사는 매체적 기법이 갖는 실험적 기법에 못지 않게 인간이 그려나간 가장 원초적 양식의 결정물이란 점에서 새삼스럽게 그린다는 것에 대한 사유의 단초를 환기시켜 주었다.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엮어지는 그림이 아니라 인류가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의 방식의 연장에서 그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새삼 경이로움을 맛보게 하였다. 그리지 않는 그림이 범람하는 오늘날 수공업 단계의 치밀한 손그림들을 대하고 있자니 그림이 지닌 놀라운 완성도에 새삼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림은 꿈이다. 꿈을 창조하는 기제다. 그림책은 꿈을 잃은 현대인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기제이기에 충분하다. 그림책 제작이 더욱 본격화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외국에 비해 아직도 기술적으로 낙후된 그림책산업을 부흥시키는 일이 우리의 2세들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자각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Pictures and Dreams - in two exhibitions of illustration
Two exhibitions of children’s book illustration were held respectively in the Sung-gok Museum and the Chosun Daily Museum. These exhibitions give us a rare chance to appreciate the uniqueness of book illustration. One exhibition shows domestic illustrations, while the other shows those of the Bologna Children’s Book Fair. Though illustrations are mainly for children, they also help people of all ages retrieve their childish innocence. In particular, though the books on show contain many drawings in elementary media such as pencil, colored pencil and gouache, they do not lag behind the illustrations in photographs, prints, and computer graphics. A picture is one of the best ways to illustrate one’s dreams. Let’s hope more books with good illustrations get published to make both children and adults dream on.


- Oh, Kwang-Su | 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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