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5)경매의 기능과 화랑의 역할

오광수

소더비니 크리스티가 잘 된다고 화랑이 위축되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서울 옥션, 케이 옥션이 생기면서 화랑 가에 큰 타격이 왔다는 소리가 한국화랑 가에 요란하다. 한국과 같은 좁은 미술 시장에 경매사가 두 군데나 생겼다는 자체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미술시장이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10년래 이어지는 불경기로 인해 화랑가가 얼어붙어 있는 현실에 경매사가 뛰어들어 화랑가의 몫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이 화랑들의 주장이다. 이와 반대로 경매사가 생겨나면서 미술품 가격의 질서가 제대로 잡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미술품 가격이 제대로 책정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작품가격을 책정하는데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작용되어 실지로 화랑이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를 해오지 못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국제 아트 페어에 나가보면 한국의 그림 값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가격만 적정 수준이면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는 것을 가격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에서 통용되던 가격을 국제 아트 페어라고 해서 갑자기 내려 조정하는 것도 이상하다. 국내 가격이 국제 가격과 일치되어야 함은 상식이다. 그러자면 우선 국내에서 통용되는 가격을 적정하게 재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화랑이 하지 못했던 일을 경매사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랜 과제를 푸는 것이 된다.
<경매의 특성
이즈음에서 우리는 경매와 화랑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 경매는 화랑보다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매 자체가 일종의 도박과 같은 긴장감을 유도하기 때문에 행사자체가 흥미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경매에서 낙찰되는 가격은 반드시 적정 수준이라고 말할 수 없다. 경쟁에 의해 어떤 경우는 터무니없이 값이 올라간다. 특히 인기 작가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대체로 이 같은 예외 사항을 빼면 일반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적절하게 조정되고 있다고 본다. 이 점은 지금까지 화랑이 할 수 없었던 일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염려되는 것은 경매가 화랑의 기능을 앗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계속 이어지는 경매 행사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나가다가 언제쯤 작품이 완전히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분명히 화랑의 기능을 마비시킬 소지가 없지 않다. 화랑과 경매사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소더비니 크리스티가 있다고 해서 화랑이 마비되지 않는 것은 각자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화랑의 기능과 역할
한국의 화랑은 몇 몇 화랑을 제외 하면 화랑 본래적인 기능과 역할이 대단히 미비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화랑의 성격을 제대로 형성하고 이에 상응되는 작가를 찾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전속제가 어렵다면 이에 준하는 신뢰를 지녀야 한다. 전람회만 열어주고 자기 화랑의 전속이라고 생각하는 풍토에선 작가들만 더없이 곤혹스럽다. 철새처럼 이 화랑 저 화랑 기웃거리는 작가들의 행태는 화랑의 신뢰도에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매사가 생겼다고 해서 화랑 고유의 기능과 역할이 영향을 받는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경매사가 생겼다면 지금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화랑의 기능과 역할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술작품을 제대로 커랙션하는 애호가라면 경매를 통하는 것보다 신뢰하는 화랑을 통해 작품을 구입할 것이다. 자기 화랑의 성격이 뚜렷하면 할수록 이에 걸 맞는 작가가 모여들기 마련이고 그러한 진정한 화랑가의 분위기가 오히려 애호가들에게 더욱 신뢰를 줄 것이 틀림없다. 작품 가격을 책정할 때는 경매에 내보내 적정 수준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경매사도 화랑을 통해 작품을 수집해야 될 입지에 있으니까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제대로 모색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경매사는 모든 것을 무차별하게 빨아드리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여서는 안된다. 화랑가가 형성되지 않는 곳에 옥션이란 존재할 수 없다. 옥션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투명성을 견지해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화랑 가에 위협적인 존재로 비쳐서는 안 된다. 화랑도 작품을 거래하는 곳이지만 단순히 상품의 거래 만에 머물지 않는 문화의 첨병이란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미술계의 어느 부분을 맡고 있는 곳이 화랑이다. 화랑은 이제 그러한 자존심을 확고히 다질 때가 온 것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