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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이 전시] ‘우정의 가교’ 展

오광수


예술만큼 향기로운 인간愛

미술이 문화로 강하게 인식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미술인과 문인이, 미술인과 음악인 또는 연극인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각기의 전문 영역에 집착하지 않고 문화란 커다란 테두리에서 서로 호흡하려는 의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40년대에서 60년대에 이르는 시간대가 그랬다. 해방과 동란, 그리고 피란과 수복의 격동하는 시대가 요청하는 외부적 요인, 즉 서로 결속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실성이 작용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화(김환기)와 석남(이경성)이 화가와 비평가로 스스로를 의식하지 않고 동지적인 유대에서 살아왔던 것도 문화로서의 미술을 서로 호흡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환기미술관에서는 ‘우정의 가교’란 명제 하에 수화(김환기)와 석남(이경성)이 그림이란 공통된 언어로 해후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유명을 달리한 사람과 이승에 살아남은 이가 그림을 통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자리는 새삼스럽게 그 시대를 되돌아보게 하고, 예술가의 우정이 아련한 봄날의 기운으로 소생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포장만 요란한 대형 기획전보다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수화와 석남은 닮은 점이 많다. 당대의 멋쟁이란 세속적인 인기 외에 예술에 대한 짙은 애정과 치열한 탐구정신에 있어 서로 닮았다. 이들은 화가와 비평가란 각기 다른 영역에 있었으나 수화가 빼어난 문장을 구사한 것이나 석남이 만년에 그림의 세계에 진입한 점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석남의 작품들은 인간이 주제다. 그가 붓을 든(88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그려온 것이 다름 아닌 인간이다.


인간을 주 모티프로 한 것은 인간이 그리워서라고 한다. 수화도 뉴욕에서 고국에 있는 많은 친구와 제자들이 그리워 한 점 한 점 점으로 찍어나갔다. 그는 그리워서도 찍고 서러워서도 찍었노라고 했다. 지금까지 10여 회의 전시를 가진 바 있지만 석남의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과정을 일목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회고적인 성격을 지닌다. 인간을 단순한 선획으로 묘사했던 초기에 비해 최근의 인간은 다분히 표현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 인생을 달관하는 자유의 의지가 강하게 표상되고 있다.

- 조선일보 2006.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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