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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미술관 건립, 문제는 내용이다

오광수

바야흐로 미술관 붐이 도래하는가. 경향 각지에서 들려오는 미술관 건립 소식이 우리를 들뜨게 한다. 서귀포의 왈종미술관, 강화의 해든미술관, 원주의 한솔뮤지엄, 인제의 여초서예관, 과천의 추사박물관, 경주의 우양미술관, 그리고 건립계획이 발표된 것으로 한글박물관, 시립 북서울미술관, 제주의 김창열미술관, 서울 종로의 박노수미술관 등의 소식과 더불어 몇몇 준비 단계에 들어간 미술관까지 합치면 열 군데가 훨씬 넘는다. 이같은 건립 붐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전반에 걸쳐 미술관 건립의 피크를 이루었던 일본의 경우를 연상시키게 한다. 1982년에서 84년에 걸친 3년 사이 무려 40개의 미술관이 개관되었다는 기록을 감안할 때 아직 그런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결코 만만치 않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서울에 집중되었던 건립 추세가 현재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도 특징이다. 미술관, 박물관의 건립 붐은 세계대전 후 유럽을 위시하여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났으며 미술관 건축의 새로운 모델이 건축사를 화려하게 장식하였다는 사실도 잘 알려진 일이다. 한국에서의 미술관 붐도 어쩌면 세계적인 추세의 일환이라고 도 할 수 있으리라. 사실 그럼에도 우리의 미술관 건립 붐을 우리 문화의 질적 향상과 국제적인 위상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점검되지 않을 수 없다. 

 미술관은 수장품, 건물, 스탭, 재원이 미술관을 구성하는 필수적 조건이다. 대체로 건물이 미술관의 형식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수장품, 스탭, 재원은 내용을 이루는 것들이다. 70년대 이후 건립된 대표적인 미술관 가운데는 형식에 있어 새로운 건축의 혁신을 대표하는 것들이 집중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퐁피두센터, 빌바오구겐하임, 나오시마 지중미술관 등은 미술관의 내용이 되는 수장품은 말할 나위도 없자만 내용을 담는 형식으로서의 건축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가하면 숫제 그것이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음을 목격하는 터이다. 

 그러나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충실한 내용과 운영의 탁월함으로 해서 더욱 돋보이는 미술관들이 이상적인 미술관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형식과 내용의 균형있는 조화가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경우는 지나치게 건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건물만 지으면 미술관이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밖은 그럴 듯 한데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미술관들이 이런 폐단의 결과물이다. 어떻게 만드느냐보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동시에 연구되어야 한다. 

 




 

내실있는 미술관 건립

내용의 중심은 수장품이다. 수장품이 그 미술관의 성격을 형성해준다. 적지 않은 미술관들이 수장의 철학의 빈곤을 노증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어떤 맥락을 지니고 수장이 이루어졌는지가 내용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것이 미술관의 성격을 형성해주는 요체이기 때문이다. 수장품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미술관을 운영하는 스탭 -큐레이터, 에듀케이터, 관리인, 수복인 등- 이다. 우리의 공공 미술관들을 보면 상당 부문 연구진으로서의 큐레이터를 단순 노동직으로 인식하여 계약직으로 선발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일정 계약기간을 마치고는 또 다른 미술관을 기웃거리는 큐레이터들을 수없이 보게 된다. 연구직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보면 미술관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큐레이터의 역할도 과거의 수장, 관리인 개념의 Coservateur에서 기획, 조사, 연구의 Curator로 변화되어왔으며 현대적 성격의 미술관일수록 기획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과거의 창고개념의 미술관이 기획, 연구개념의 미술관으로 변화되어왔음을 엿볼 수 있다. 컬렉션이 없는 기획 중심의 미술센터가 출현한 것도 이같은 시대적인 추세에 호응된 것이다. 

뛰어난 기획은 그것 자체가 창조다. 재료만 있다고 요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요리사의 뛰어난 감각이 있어야 좋은 요리가 된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미술관의 역할이 문화 창조의 기지로서 인식되어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기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고 하겠다. 덧붙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각 지역에 세워지는 미술관들이 지역의 교육기관과 일정한 파트너십을 조직하여 학교에서 이루지 못하는 미술교육을 일정부분 담당하였으면 하는 주문이다. 청소년들의 감성훈련, 일반인들의 교양으로서의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활약할 수 있다면 우리 문화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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