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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한 해를 전망하다

오광수

정초의 화랑가 풍경을 보면 한 해의 전시 전망이 어느 정도 가늠된다. 국·공립미술관, 사립미술관의 주요 기획전이 외국작가들로 편중되고 있고 갤러리 역시 외국작가들이 선호되고 있다.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미국인상주의 미술전’ (2012.12.22-3.29,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미국미술 300년전’(2.5 - 5.19, 국립중앙박물관), ‘장-미셸 바스키아’(2.14 - 3.31, 국제갤러리), ‘알렉산더 칼더’(7.18 - 10.20, 삼성미술관리움),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1.25 -4.21, 덕수궁미술관), ‘신중국미술전’(2.5- 3.31, 아르코미술관) 등이 정초의 주요 목록이다. 한동안 밀려왔던 중국 현대작가전이 주춤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가 하면 갑작스레 일본작가전이 눈에 띄는 것이 의외롭다. 왜 갑자기 일본인가. 그러고보니 십수 년 이래 일본관계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서인지 신선하다는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


Peale Cadwalader Family Portrait, 1772,‘미국미술 300년전’(2.5 - 5.19, 국립중앙박물관)

상업성을 앞세운 대형 기획전들이 서서히 내용성 위주의 소규모 전시로 선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대중영합의 콘텐츠에서 예술위주로 승부하자는 관심의 전이를 읽을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관객들, 미술독자들의 수준이 상승되었다는 증좌인지 모른다. 교과서 위주의 전시보다 내용이 다양한 것을 원하는 대중의 기류는 반가운 현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안이 들여다보이는 상업주의는 이제는 식상할대로 식상되었다고 할까. 얼마 전 일본에서 열렸던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한 몇 점으로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대중성과 아울러 예술성이 주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고전이라 칭할 외국작가들의 개인전이 여럿 잡혀있는 것은 시의에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가격의 현실화
수년 이래 세계적 불황의 늪은 특히 우리 미술시장에도 엄청난 충격파를 안겨주었다. 여기에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양도소득세로 화랑가가 시끌벅적하다. 마치 초상집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 극심한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가 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화랑가의 불황과 침체는 곧바로 창작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가들 역시 이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때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미술단체들이 앞장서 현상을 타개할 중의를 모아야 한다. 화랑들의 해외 진출의 모색은 국제화시대에도 걸맞는 아이템이 아닐 뿐 아니라 우리 미술을 국제적으로 진출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때이다. 국내가 불리하면 해외로 타겟을 돌리는 것이 지금까지 산업현장에서 보아온 패턴이 아닌가. 중국으로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일부 화랑들의 활동상이 실속있는 수확을 올릴 날도 머지않았다.
무엇보다 화랑가의 불황 타개는 균형 있는 전시와 기획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의 화랑가는 지나치게 젊은 작가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중견, 중진을 외면하는 현상은 종내 젊은 작가들의 식상으로 이어지면서 스스로 공황상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그런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잠자고 있는 중견, 중진들을 일깨워 화랑가로 끌어내야 한다. 그들에게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의 작품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란 핑계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그들을 현역으로서의 능력과 잠재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중견, 중진도 지나치게 권위의식이나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창작에의 열망에 불을 지펴야 한다. 이 기회에 작품가격도 현실화하여야 한다. 그때라야 반응이 올 것이다.

올 년 말경에는 북촌 소격동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신축개관된다. 잇따라 몇몇 공·사립 미술관의 출현도 알려지고 있다. 현대미술관 서울 분관이 개관되면서 인사동의 구화랑가와 새로 형성된 북촌(사간동, 소격동, 삼청동 일대) 화랑가를 잇는 문화 벨트(Belt)가 이루어지면서 거대한 미술 거리가 조성될 것이다. 새로운 관광지로서 크게 각광을 받을 것임은 물을 나위도 없다. 이 문화 벨트의 중심으로서의 서울관의 역할은 우리미술문화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리라 본다.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주변이 균형있는 도시, 즉 옛것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세계 어느 고도에서도 볼 수 없는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강남이 상업지구, 소비지구로 성격화되듯이 북촌을 중심으로 한 강북이 문화, 창조의 지구로 성격화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미술관의 여러 기획 프로그램 역시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킴으로써 밝은 미래형의 문화 창조, 역동적인 문화발신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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