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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박수근미술관 10년

오광수



양구에 박수근미술관이 세워질 때만 해도 과연 군 단위의 지방이 미술관을 운영할 능력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대도시도 아닌 작은 군 단위가 미술관 - 비록 종합적인 규모의 미술관은 아닌 개인 작가의 기념관 성격이긴 하지만 - 을 세워서 제대로이끌어나갈 수 있는 의지나 수반되는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결코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이나 재단이나 개인을 막론하고 미술관 건립과 운영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제대로 된 미술관으로서의 시설이 구비되어야하고 그 안을 채울 수 있는 내용이 수반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인적 자원 - 운영, 학술, 교육 등 - 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전체를 감당하기 위한 예산의 뒷받침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광역도시, 도 단위의 미술관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군소도시나 군 단위의 미술관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술관 건립은 일종의 유행처럼 꾸준한 열기로 이어지고 있는 편이다. 양구군이 건립한 박수근미술관은 지역의 미술관 건립으로는 선두주자에 속한다. 대개의 미술관들이 건물을 짓는데 열중할 뿐 정작 미술관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면에 비한다면 그간 박수근미술관은 꾸준한 작품수집, 지속적인 기획전, 이에 따른 부속건물의 신축, 그리고 미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운영 등 괄목할 만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어 미술관으로서의 내실에 충실한 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장품인데 출발할 때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건물만 있는 미술관이지 정작 내용의 중심을 이루는 박수근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 없다면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느낌이었다. 원래는 내용물이 마련되고 이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서 건물이 세워져야 하는데 박수근미술관은 대개의 우리나라 미술관들이 그렇듯 건물부터 먼저 지어놓고 내용은 나중에 채운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적지 않은 독지가나 애호가들이 여러 방면으로 돕고 소중한 작품들을 기증함으로써 지금은 데생 중심이긴 하지만 그 나름의 구색을 갖추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군 단위의 미술관으로서 작품을 수장하는 예산을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본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박수근미술관은 다른 어느 미술관보다도 이 방면에 열심이었다.

지역의 미술관은 그 지역을 위한 주요한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이 적지 않다. 지역의 주민을 위한 계몽적인 사업도 있을 것이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작가의 예술세계와 그 정신을 기리는 사업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실시하고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촉진하는 주요한 사업으로 눈길을 끌게 하며 미술관 성격에 걸맞는 기획전은 박수근미술관을 꾸준히 알리는 역할이 되기도 한다. 이번 개관 10주기를 맞아 열린 기획전 ‘졸과 박의 미로 부르는 칼노래와 판울림’(2012.10.25-12.27)은 현대 목판화 작가들을 초대한 것으로 박수근의 예술세계와도 상응되는 점이 적지 않다. 박수근화백도 목판화를 했으며 50년대 중반에 결성된 한국판화가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따라서 이 기획전은 판화가 박수근을 다시 생각게 하며 아울러 우리의 목판화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박수근 목판화 전작집 발간

2014년은 박수근화백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여러 사업이 계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제작된 『박수근 목판화 전작집』의 발간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 제작 부수 150부 한정판으로 제작된 작품집은 박수근화백이 생전에 제작한 판화, 그 가운데서도 원판이 보존되어있는 20점으로 만든 것으로 박수근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하게 해준다. 그동안 몇 차례 단편적으로 사후판화가 제작되긴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미흡한데 반해 이번에 제작된 작품은 스틸에폭시의 판법에 의한 원판의 맛을 최대로 살려낸 사후판화로서는 가장 완벽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본다.

박수근화백은 한국판화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시에 출품할 작품을 제작했을 뿐 아니라 새해가 되면 주변에 연하장을 보내기 위해 일일이 목판을 제작하였다. 여기서도 그의 소박한 작가적 태도와 훈훈한 인간미를 발견하는 터이지만 나무와 박수근의 관계항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박수근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모티브로는 서민들의 생활풍정과 더불어 가난한 시대의 상징으로 잎 떨어진 나목이 단연 중심을 이루고 있다. 나무를 그리는 한편 나무를 깎아 이미지를 새겼다는 점에서 그의 목판은 그의 본격적인 유화작품에 못지않는 독특한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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