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4)국립근대미술관 설립 주장의 ‘근대’에 관하여

장동광

교토국립근대미술관 2023 ⓒ 사진: 장동광 

오랫동안 미술계 인사들이 국립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orea) 설립의 필요성을 문제제기해 왔다. 지난 1월에도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추진을 위한 연구자 포럼이 주최한 ‘전국 포럼’ 행사가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바 있다. 핵심 주장은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함으로써 고전, 근대, 현대의 3관 체제(국립중앙박물관, 국립근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예술 개념의 변천사 측면에서 두 가지 지점을 살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근대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근대국가라 함은 봉건왕조체제가 무너지고 공화정이 성립되면서 개인의 자율성과 민주주의 제도가 뿌리 내리기 시작한 시기 이후를 말한다.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 1789년을 시작으로 자본주의의 형성과 시민사회의 성립 즉, 신을 절대적으로 신봉한 중세를 지나 시민이 주체로 등장하는 18세기 후반 이후를 근대시기로 보는 것이다. 서구의 근대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여러 이견이 있으나,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자본주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18세기 중반 이후부터로 바라보는 것이 정설이다. 동양에서의 근대는 서양과 다른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중국·일본의 역사변천 도식은 다른 기회로 미루고 우리나라의 경우,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의 즉위 및 흥선대원군의 집권기(1864)부터 8.15 조국광복(1945)까지를 근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제국 시기 또한 조선 봉건 왕조의 연장이었으며, 한일합방 이후엔 일본제국주의 침탈에 의한 왜곡된 근대성이 착종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필자는 우리의 현대를 1945년 해방 이후 미국에 의한 군정통치기를 거치면서 ‘서구입국(西歐入國)’이라는 서구화에서 벗어나 자생적 ‘동도서기(東道西器)’로서의 근대성을 찾아가는, 여전한 모던 시대의 진행형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으로 미술에서의 근대성 혹은 모더니즘의 문제이다. 앞에 기술한 논점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근대미술 혹은 모더니즘의 문제는 조선후기 겸재 정선 이후, 소림 조석진(趙錫晋, 1853-1920), 심전 안중식(安中植, 1861-1919)과 그의 제자 춘곡 고희동, 운보 김기창, 월전 장우성, 현초 이유태, 이당 김은호,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심산 노수현 등과 그 이후의 동양화가의 계보를 통사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지점이 있다. 또한 서양화의 수입과 정착과 관련하여 여성화가 나혜석(1896-1948), 한국인 최초로 파리유학을 다녀 온 이종우(1899-1981) 등의 생애연보에서 이른바 근대기 이후 현대까지 걸쳐 작품활동을 펼쳐 온 것은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테이트모던 2023 ⓒ 사진: 장동광

미국 모마(Museum of Modern Art), 영국 테이트모던(Tate Modern), 일본 도쿄와 교토에 설립된 국립근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의 명칭에서 굳이 ‘현대(Contemporary)’가 아닌 ‘모던(Modern)’이라고 명명된 것은 19세기말 인상주의와 추상주의 미술의 출현과 전개 이후 현재까지를 하나의 동시대성, 현대성의 개념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소장된 유물 중심의 박물관주의나 시대사조와 장르를 모더니즘적 사고로 재단하여 구분지으려는 패러다임으로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굳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논하지 않더라도 장르·시대·물리적 기능을 통섭하여 재구성하고 새로운 한국미학의 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던을 ‘근대’라는 협의적 개념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새로운, 최신의’라는 어원으로 돌아가 우리의 현대미술을 시기구분이 아니라 통사적 입장에서의 전개 양상·동태적 변이, 나아가 동양화(한국화)의 통사적 계보와 본류적 미학을 탐색해 나가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이라고 굳이 ‘Contemporary’라는 구별소를 동반한 태생적 모순을 돌이켜 보고, 우리의 근대성과 현대성의 문제를 재정립해야 하는 사명이 우리 미술이론계에 던져져 있는 과제가 아닐까.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