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사회적 예술: 공예+에서 공예×로

장동광

근래 20여 년 만에 파리와 런던 출장을 다녀왔다. 파리는 메종 앤 오브제(Maison & Objet) 페어 현장참관과 프랑스 한국문화원과의 업무협의 목적으로, 런던은 V&A(Victoria and Albert Museum) 및 영국 한국문화원과의 전시 관련 업무협의와 디자인뮤지엄(the Design Museum)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파리와 런던은 과거와 비교하여 여전했지만, 파리는 올림픽 준비로 주요 건물들을 재단장하는 중이었고, 런던 역시 내셔널갤러리를 비롯하여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침체기를 벗어나려는 듯 도시 곳곳에서 건물들의 리뉴얼 공사가 한창이었다. 특히 파리의 프랑스 한국문화원 단독 건물이 지닌 위용과 엘리제궁 옆이라는 장소성이 자랑스럽고 매력적이었다. 이번 출장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한국 전통문화, 한국공예의 정체성과 원류성을 더욱 확고히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2023 파리 메종 앤 오브제(Maison & Objet) 전경. 사진: 장동광


영국 디자인뮤지엄(the Design Museum) 실내. 사진: 장동광


영국 디자인뮤지엄(the Design Museum) 전경. 사진: 장동광


우리 시대는 대중문화의 득세에 힘입어 ‘한류의 물결’이라는 국제적 관심권에 들어서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국내 관광산업은 물론 전통문화를 동시대의 조류와 호흡하며 새롭게 해석하고 조명해야 하는 당위성의 지평에 서 있다. 이 지점에서 공예와 연관된 사회현실을 돌아볼 때, 몇 가지 당면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첫 번째는 동시대 현대공예(전통공예를 포함하여)를 전시기획, 연구조사, 수집·보존, 교육·홍보할 수 있는 하드웨어 즉 건축공간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박물관 체제가 아닌 미술관 기반의 인프라 구축되어 있어야 동시대의 작품생산을 독려하고 후대를 위한 예술적 계승작업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고 하루속히 이를 위한 설립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예라는 장르가 단독으로 존재하거나 기존의 틀로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음에 대한 깊은 통찰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금속, 도자, 목칠, 섬유, 유리 등 재료적 복합으로 나아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융합 혹은 통섭적 사고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청된다는 점이다. 모더니즘의 논리가 기계적 사고에 입각한 대칭성, 표준화, 통일성을 부여하는 획일주의 시대였다면, 포스트모던 시대는 ‘탈’이라는 접두어를 동반한 개성과 비대칭성을 중시하는 자율주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이른바 국제주의양식이라고 하는 바우하우스의 이념이 종합/통합적 예술개념 체제로의 이행을 촉구했다면, 21세기는 융합적 즉 서로 다른 장르가 혼합되고 변종의 생산물이 태동하면서 이전의 범주화로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양식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공예라는 장르도 이런 흐름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디자인과 미술이 만나고, 생태학과 건축이 만나고,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미학이 공존하는 공시성의 사유가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그러한 사태의 한복판에 있는 기관이다. 사업의 영역에서 현대공예, 공공디자인, 미디어 아트, 그리고 전통생활문화(한복, 한지, 한식 등이 포괄된)라는 장르와 시대성이 교차하고 있으며 메타버스와 텀블벅 펀드레이징 등 미디어와 자본이 결합되면서 신인류세를 반영하듯이 다각적인 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돌아본 메종 앤 오브제 페어도 그렇고, 영국 디자인뮤지엄의 기획전에서도 환경과 자연, 공예적 제작과 예술적 디자인이 융복합된 사례들을 여실히 투영하고 있었다. 이처럼 동시대의 동향과 미래는 공예에 더하기가 아니라 다른 영역들과 끊임없이 교섭하고 흡수하고 융합되면서 새로운 양식들을 창출하려는 시도들로 물결치고 있다. 때문에 국립현대공예미술관, 국립디자인박물관의 설립의 문제가 바로 오늘의 당면과제임이 너무나 자명하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