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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포스트모던 시대, 국립현대미술관장의 길

장동광

국립현대미술관은 공간, 예산, 조직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이다.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하여 덕수궁, 과천 시대를 거쳐 2013년 소격동 삼청로에 국군기무사령부를 리모델링하여 서울관을 설립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 서울관을 중심으로 과천관, 덕수궁관, 청주관(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그리고 대전관(2026년 개관 예정)으로 모두 5관 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확충된 분관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임 중이던 윤범모 관장이 4월 중순 사퇴하면서 현재 신임 관장을 공모하는 중이다.



도쿄국립신미술관 전경, 영어 명칭처럼 아트센터로서 해외 유명미술관 소장품 블록버스터전이 열리는 
쿤스트할레 같은 전시공간으로 기능한다. 
ⓒ 장동광 2023


올해 초 일본 시가라키, 나오시마, 도쿄, 교토, 오사카, 가나자와, 효고 등의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고 왔다. 특기할만한 소감은 일본 국립미술관의 독립행정법인화 전략이 성공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는 것이다. 국립신미술관은 아트센터로 기능하면서 해외 유명미술관 블록버스터 전시에 몰두해 있었으며, 아트숍 상품의 디자인이나 질적 수준은 기대와 달랐다. 기획전으로만 채워도 모자랄텐데, 더구나 대관 형태로 보이는 협회전까지 함께 열리고 있어 국립미술관으로서의 기능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하게 했다. 이러한 현황은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의 대중적 전시, 교토국립근대미술관의 교조적인 소장품 전시기획에서도 전문적인 기획력, 유능한 관장이나 능력있는 큐레이터의 부재를 의심하게 했다. 이에 반해 공립인 교토시립교세라미술관이나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이 지닌 건축공간의 탁월성이나 전시기획력의 독창성, 아트상품의 디자인과 질적 수준 등은 참고할 점이 많았다.

이 지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반세기를 넘어 포스트모던 시대에 어떤 항해지도를 그려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첫째는 영어표기 명칭이 지닌 개념적 혼동성의 재정립 문제이다. 영국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나 미국 뉴욕의 모마(Museum of Modern Art)가 굳이“Contemporary”를 동반해서 쓰지 않는 것은 “Modern”이 어원적으로 바로 ‘현재, 동시대’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국립미술관 명칭에서 모던을 근대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동시대미술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라는 왜곡된 근대기의 타율적 식민시대가 있었음을 고려할 때, 20세기 초 서양미술의 유입부터 현재까지의 미술을 전시, 소장, 연구, 교육한다면 일부 미술계에서 주장하듯이 굳이 근대미술관을 새로 설립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는 통섭적 사고, 통사적 의식으로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Met)이 현대사진이나 현대미술에 관한 기획전을 개최하여 박물관적 유물전시 개념에서 벗어나 동시대 미술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려는 것이나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뮤지엄(V&A)이 19세기 이후 디자인, 공예, 현대미술을 융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례에서도 포스트모던시대의 정신을 여실히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기관장의 위상을 문화강국 다운 국격에 맞게 격상시키는 문제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중앙부처 1급 대우인데, 국립중앙박물관장처럼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대통령 임명직으로 개선하고, 미술계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여 5관 체제의 책임운영기관장으로서 처우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모라는 방식이 민주적이고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듯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과 비교하여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생물학적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미술계에서의 업적, 전문성, 국제미술과의 연계성, 관장으로서 조직통솔력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의 임명으로 책임성을 부여하는 것이 포스트모던 시대를 이끌어 갈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선임하는 일이라고 감히 제언하고 싶다. 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선임된다면, 선진국 미술관처럼 이사회의 설치 및 재정부관장, 학예연구부관장 제도를 전향적으로 도입하여 부문별 역할과 기능을 분화, 협업하고 전문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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