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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Be정상에서 : 스타트 업(業)

김민승

《Be정상》  /  2021.3.16 - 6.6  아트스페이스 광교



“좋아하는 일 하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라는 말에는 결국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아야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여곡절 끝에 예술가가 되었더라도, 생계를 위한 다른 직업을 구해야 한다. 모두가 당연한 듯 ‘그것이 현실’이라며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은 자의 업(業)으로 여긴다. 


글_수원시립미술관 학예사 김민승




2021년, 수원시립미술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열리는 《Be정상》(3.16-6.6)은 Be(To be:~이/가 되고자 하다/非:아니다)와 정상(正常:온전한 상태/頂上:꼭대기)이라는 중의적인 단어들을 담아 제목을 지었다. 단어들은 조합에 따라 다층적인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정상에 오르고 싶은(To be 頂上) 예술가’이자 ‘아직 정상에 오르지 않은(非頂上) 예술가’를 주목한다. 동시에 ‘비정상(非正常)적인 사회적 구조’ 안에서 예술가라는 직업을 영위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상(正常)의 기준과 의미’를 고민하는 전시다. 《Be정상》에서는 작가의 작품과 삶을 주목한다. 전시 절반에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나머지 절반은 작가의 생활을 주목한 ‘생계 아카이브’를 구성했다. 생계 아카이브에서 작가는 직업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자신의 생존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권혜경, HKK방호벽 HB1907-150a, 2019, 캔버스에 아크릴



 서유진, 생계를 위한 방문 미술 전단지 붙이기, 의자 만들어 팔기, 2013, 전단지, 혼합재료



정덕현, 유출, 2012, 종이에 먹, 주묵, 호분, 아크릴물감



전시장에는 정덕현, 이태강, 김양우, 권혜경, 서유진 총 다섯 작가의 작품과 삶의 기록이 있다. 작가들은 모두 80년 대생이다. 근 10년간의 작가 생활을 이어오며 겪었던 현실, 작가를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작가로서 살아오며 ‘스스로의 정상’으로 향하는 과정을 선보인다. 작품과 함께 소개되는 작가의 생계 아카이브는 작가라는 직업을 지속하며 감당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드러내고, 각자의 정상으로 도달하기 위해 묵묵히 견디고 있는 무게를 암시하고 있다. 건조한 통계로 인용되는 예술가들의 평균 수익이나 겸업예술인 비율이라는 숫자를 대신해, 작가 개인의 경험으로 시각화된 현실과 경험의 기록물이 그들이 살아내고 있는 작가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예술가의 삶을 지속하게 하는가? 자신의 작품이 그림 한 점에 수억, 수십억에 팔리길 바라며 바늘구멍 안에 온몸을 던지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에게 사명과도 같이 내려온 예술적 재능으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기고 싶은 것인가? 기대와는 달리, 작가들의 대답은 평범했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해 왔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도움에 감사하면서, 스스로 책임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흔히 방송에서 보던, 묵묵히 일상을 견뎌내는 사람들에게서 한 번쯤 들어봤던 대답이었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이 보다 나은 삶을 향해 가는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전시에 출품한 작가들은 물론이고,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정상(正常 혹은 頂上)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는 자신만의 정상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작가들에게는 작품과 생의 기록을 통해 새로운 전시 기회와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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