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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목포, 원도심에서 펼쳐진 예술난장

윤진섭

한반도의 서남쪽 끝에 위치한 항구도시 목포는 아름다운 곳이다. 1935년 이난영이 불러 히트한 국민가요 <목포의 눈물>에 나오는 삼학도와 유달산으로 잘 알려진 목포는 근대 이후 많은 문화예술계의 인물들을 낳았다. 일제강점기에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과 함께 검푸른 현해탄의 바닷속으로 몸을 던져 정사(情死)한 극작가 겸 연극이론가 김우진(1897-1926)을 비롯하여, 여성 최초로 장편소설을 집필한 한국 문단의 원로 소설가 박화성(1904-88), 예술원 회장과 문예진흥원장을 지낸 극작가 차범석(1924-2006), 첫 한글세대 문학비평가로 『문학과 지성』 등의 문예지를 통해 많은 문학인의 예술세계를 밝힌 불문학자 김현(1942-90)이 목포 출신이다. 대표적인 미술인으로는 소치(小癡) 허련(許鍊)과 미산(米山) 허형(許瀅)의 남종화 화맥을 잇는 남농(南農) 허건(許建)(1907-87)이 유명하며, 채색화의 거장 천경자(1924-2015)도 한때 목포에 머물며 창작에 매진한 적이 있다.



조덕현, 이난영, 2020, 장지 위에 연필 콘테 드로잉, 100×100cm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조선말기 남종화의 거목 소치 허련의 맥을 이어 한국 수묵화의 전통을 확립하고 이를 국제화하기 위해 창설된 국제전이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1년이 연기돼 내년 9월에 열릴 예정이다.

‘부릉부릉 수묵시동’은 1년이 연기돼 장기간 공백기를 거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총감독 이건수)가 마련한 특별전이다. 지난 9월 24일에 목포 시내 원도심에서 오픈해 현재 진행 중인 이 전시는 회화, 디자인, 미디어 아트, 조각, 오브제, 설치, 깃발 미술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10월 23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일제강점기에 목포의 중심가였던 원도심에 산재해 있는 세종소주방, 동아약국, 박석규미술관, 목포도시역사알리미센터 등을 중심으로 목포역에서 유달초등학교(구)심상소학교)에 이르는 약 1.2㎞ 구간에서 전개된다. 이 구간 구석구석에 포진해 있는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거리를 걸으면서 중간에 끼어드는 깃발미술제, 수묵트릭아트, 수묵벽화, 3평미술관 등을 관람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의 눈요기를 즐길 수 있다.



박종규, 구현하다, 2020, 가변크기


이번 행사는 곳곳이 다 특색이 있고 좋은 작가에 의해 훌륭한 작품이 출품됐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박석규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다. 강형구, 정재호, 서윤희, 스텝 드리센(Stef DRIESEN), 시네마 MM(정성우 감독), 박종규, 조덕현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가 모여 꾸민 전시장은 폐허를 연상시키는 묘한 아우라와 함께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모습을 흑백의 초상화로 정교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난초를 비롯한 다양한 화초를 반투명 유리의 뒷면에서 감상하도록 배치한 조덕현의 작업과 윤두서의 초상을 비단에 붉은색 단색조로 그린 강형구의 작업, 정교한 필치로 아파트의 단면과 냉엄한 시각에서 시멘트 벽면을 묘사한 정재호의 작업이 아날로그적 이라면, 반면에 끊임없이 명멸하는 점(Dot)의 이미지를 쏟아내 놓는 전시장 바닥에 길게 설치된 박종규의 작업은 디지털 세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연에서 채취한 해조류, 갈대, 닥나무 등에서 얻은 염료를 8m의 거대한 화면에 풀어 자국, 골, 흔적을 즉물적으로 표현한 서윤희의 퍼포먼스성 작업이 인상적이며, 벨기에 출신의 스텝 드리센은 놀랍게도 동양인보다도 더 동양인 같은 수묵화풍의 작업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목포는 유달산조각공원을 비롯하여 성욱기념관,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 근대역사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등 볼거리가 많은 역사, 문화, 예술의 도시이다. 또한 화신백화점, 심상소학교 강당,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 등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역사적인 근대문화유산 건물들이 원도심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어서 역사탐방을 곁들인 가족 나들이에도 적격인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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