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작가, 14년만에 대구미술관에서 회고전
이강소 작가의 회고전 《曲水之遊 곡수지유: 실험은 계속된다》가 2026년 2월 22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개관전 이후 14년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대구 출신인 이강소의 예술 세계를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130여 점을 통해 반세기에 걸쳐 조망한다.
전시는 ‘곡수지유’와 ‘실험정신’을 두 축으로 한다. 곡수지유(曲水之遊)는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잔이 지나가기 전에 시를 짓던 동양의 풍류에서 비롯된 말이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흐르듯 사유하고, 예술을 나누는 태도는 이강소가 평생 추구해 온 예술관과 맞닿아 있다.
흐르는 물과 순간적 영감의 공간성과 시간성을 아우르는 곡수지유는 이강소의 예술에서 낙동강이라는 구체적 장소와도 이어진다. 낙동강변은 그의 실험이 시작된 현장이자 예술적 원형을 품은 장소다. 흐르는 강물과 모래사장,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그리고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한 시간이 새로운 미술을 향한 열망의 토대가 되었다.
‘실험정신’은 그의 작업을 이끈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69년 신체제(新體制)를 결성하고, 1970년대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 현대미술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특히 1974년 창설한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 최초의 전국적·국제적 현대미술제로, 이후 전국 각지로 현대미술제가 확산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 시기의 실험정신은 회화·조각·판화 등 전통 매체로 이어지며 한층 심화되었다.
1전시장의 마지막에는 판화 작품과 함께 1970년대 이강소가 주도한 실험미술 운동과 대구현대미술제를 중심으로 다룬 아카이브 공간을 선보인다. 신체제,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의 활동과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진 대구현대미술제의 기록이 귀중한 자료로 되살아난다.
또한 어미홀에서는 이강소의 첫 개인전 출품작 〈소멸〉(1973)을 중심으로 갈대와 브론즈 조각이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진다. 창으로 스며드는 자연광과 설치가 어우러지며, 관객은 낙동강변과 현재의 미술관을 동시에 경험하고 곡수의 흐름 속에 자리한 작가의 예술을 체감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이강소 작가는 “저의 작품은 제 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순간마다 관객과 만나며 새롭게 완성된다고 믿습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강소의 예술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실험과 확장의 여정이었다”라며, “이번 전시는 그 궤적 속에서 탄생한 작품 세계를 폭넓게 선보이고, 대작들이 지닌 깊이와 울림까지 체감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한 예술가가 평생에 걸쳐 탐구해 온 가능성을 조망하며, 관객 또한 그 여정에 동행해 자신만의 해석과 경험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